해나의 책장을 덮으며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진영
휴머니스트, 2022
기본적으로 일은 화수분이다. 퍼내고 퍼내고 퍼내도 계속 일을 담은 그릇은 가득 넘친다.
그래서 계속 퍼내야 한다.
아무리 일을 좋아해도 그러다 보면 지치게 마련. 너무 바쁘게 일하며 마음 한 곳에 불안을 간직한 당신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을 통해 갭이어를 알고, 나를 알고, 내가 갈 방향을 정리해보자.
다큐멘터리스트 콘텐츠 기획자 김진영 님의 에세이 & 인터뷰집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번아웃이 와 달리던 트랙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그녀가 채워간 기록이다.
갭이어의 기간 동안 번아웃을 극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간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저자가 길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이들을 만나며 공감과 위로를 받고 나에게 맞는 재충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김진영 작가의 에세이, 갭이어를 경험한 6팀의 인터뷰, 그리고 중간중간 각주로 채워간 김진영 작가의 코멘터리로 구성된다.
경험을 토대로 한 시절을 건너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터라 진정성이 주는 울림이 진하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스트, 콘텐츠 개발자로서의 저자의 개성이 잘 보이는 구성을 띤다. 읽는 동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장면이 그려진다.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
그것을 알기 위해서도 각자의 시간은 필요하고 이 시간이 마음을 살찌게 한다.
중간중간 김진영 작가의 에세이와 코멘터리들이 참 좋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약해진 스스로를 포용하고 격려하며 나아가는 과정들이 뭉클하고 따뜻하다. 진정한 열정이 얼마나 빛나는지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일의 스위치는 언제나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번번이 실패하지만) 일의 개념 안에는 휴식도 일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 본다.
책에서는 '일의 영점 조절'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목표점을 중심으로 여정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영점 조절의 과정을 기록해가며 적용할 때 성장하고 고민하는 나에 대한 기록이 된다. 이 기록들은 나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거다.
열정을 가지고 맹렬히 나아가되 정기적으로 속도를 낮추고 방향을 바로잡아가며 나아가는 것이 프로페셔널이 아닐까.
잘 쉬고, 잘 충전해서 훨훨 날아가는 미래를 다짐해본다.
일이 좋지만 많은 과업을 감당하기에 종종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BLACKPINK: LIGHT UP THE SKY세상을 밝혀라)>의 마지막 장면, 첫 월드투어의 마지막 무대에서 로제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무대 위의 모습만을 보시지만 우리 모두 힘든 과정을 많이 거쳤고.... 저는 우리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무대 위에서 한없이 반짝거리면서도, 사실은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시 트랙 위에 올라가 예전처럼 열렬히 뛰게 되어도, 한동안 지쳐서 쉬어야만 했던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낸,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준 동료들 역시 앞으로도 계속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애씀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할 때 우리는 또다시 열렬히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p.162
_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