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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나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_문학과 지성사

by 해나책장

차마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남겨 두고 떠나보내야 했던 많은 인연들이 있을 겁니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시집을 통해 남겨둔 말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6주기를 애도하며 만든 영상입니다.



구성


하나, 책을 소개하는 이유

둘, 사별의 역 -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모습

셋, 이별의 역 - 그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넷, 이국의 역 - 각자의 발걸음만큼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저마다의 상처


해나의 한 줄 요약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Y4H_64oCGxE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 문학과 지성사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빙하기의 역) p.111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시를 무척 좋아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집,

그리고 나의 인생 시집이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성경처럼 내 옆에 있어준 시집이기도 하다.


지난주 세월호 6주기를 맞아

리뷰를 준비하며 내내 허수경 시인과 함께 했다.


남겨진 사람들의 견디는 마음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고독하고 쓸쓸했으나 그 쓸쓸함으로 시간을 견디던

어느 시인의 마음에 많이 위로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마음,

다 하지 못한 인연 속에 준비되지 않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여전히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해마다 봄이 되면 그 날을 기억하게 된다.


풀지 못한 그리움과 다하지 못한 말을 마음에 품고 있는 분들과

꼭 함께 읽고 싶었던 시집.


시집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낯섦" 그리고 "고독"이다.


허수경 시인이 경험하며 시로 창조해 낸 고독과 슬픔,

그리움과 혼란은 깊고 슬픈 울림이 있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에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이 책을 몇 번 소개했었는데

(@hannahbookshelf) 이 책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고

이미 자기에게도 인생 책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여럿이었다.


지금도 시집을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데

이 시집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아니, 허수경 시인의 글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사별의 역,

이별의 역,

이국의 역


나는 이 시집을 세 가지 역으로 분류해 소개했다.

이 시집의 제목에 역이 들어갔기 때문에 ㅋ




사별하는 사람을 보내며 남겨진 사람의 모습을 그린 시 병풍.

그를 위해서라면 세상을 속일 수 있을 만큼 사랑했던 그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린 시 레몬.

다양한 사연을 품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은 발들에 비유하며 그려낸 시 발이 부은 가을 저녁


기획의 성격에 맞게 이 세 시를 소개했는데

시집 전체적으로 메모와 밑줄이 빼곡한 시집이라는 걸 밝히고 싶다.

그만큼 좋은 시가 많다.




병풍.png
레몬.jpg
발이 부은 저녁.png



국가적인 재난도, 개인의 슬픔도

아픈 경험을 겪게 되는 사람들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그것을 함부로 안다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슬픈 마음을 안고 역경의 시간을 통과해가는 사람의 옆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걸어갈 순 있지 않을까?

그거라도 하는 것이 미약한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ㅠㅠ






시집을 읽으며 시인의 시선에 머문

소외되고 낡고 슬픈 것들을 바라보며

내 힘들었던 사연들에 위안을 얻었고

또 아픈 마음을 품고 가는 다른 삶들에 대한 기도를 하는 시간이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머물렀던

사별의 역, 이별의 역, 이국의 역에서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다.

그것이 어쩌면 상실한 사람들의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들의 일상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슬픔 속에 유가족들을 홀로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부디, 우리가 듣지 못한 의문의 해답을

알고 싶고 듣고 싶다.

대답해 줘야 할 이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실된 안부를 듣고 싶다.




"누구 때문도 아니었다

말 못 할 일이었으므로

고개를 흔들며 그들을 보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터미널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방을 기다렸다"

(돌이킬 수 없었다) p.79






해나의 한줄 요약.jpg


:: 에필로그 ::


(해나의 독서 일기)


누구도 2.jpg
누구도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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