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by 한나

나의 불안은 모두 평생 나는 나 자신을 볼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언제나 내 등 뒤에는 초등학교 적처럼 짓궂은 장난에 의한 낙서가 있을 것이란 느낌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나만이 영원히 그 장난을 알아차리지 못해 바보가 되었을 거란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문득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날 나는 의외로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모르는 청춘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형체 없는 사슬에서 조금 벗어난 듯한 느낌만 들어도 벅차하였습니다.

형체가 없는 것과는 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싸우지도 못하고 목이 졸렸습니다. 영문을 모른 채 바싹바싹 말라갔습니다.

보이지 않은 걸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구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법. 선택지는 두 개. 하나, 나는 나의 세계를 내보일 방법을 구해야 합니다. 둘, 보이지 않는 걸 보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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