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예거(Jäger)가 된다
Dancing with monstars 8
by Dolphin knows Dec 10. 2021
미믹, 블레이드를 거쳐 판의 미로와 헬보이 시리즈, 크림슨 피크, 셰이프 오브 워터 까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님이 빵 부스러기를 흘려주시면 걍 줏어먹으면서 졸졸 따라가며 살았다.
내 기준에서 크리쳐 그러니까 온갖 마물과 괴물 비주얼을 퀄리티 있게 제대로 뽑아주시는 분은 이 분 하나였기에 신작이 나올 때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 이 분의 크리쳐가 타 감독과 다른 이유가 대부분은 '요정이라든지 괴물 세계의 이단아'가 그 세계를 깨고 나와 정의롭게 깽판을 치고 다니거나 인성이 제대로 터져버린 인간들에게 온갖 고초를 겪으며 성장한다는 것.
어릴 때부터 로봇물을 보면 때리고 부수고 묻어버리는 똥멍청이 주인공보다 우아하게 고양이 쓰다듬으며 각종 괴물을 만들어 내보내놓곤 한가롭게 바로크 비슷한 곡 연주하는 빌런을 응원했던 터라. 델 토로 감독님의 이 방향성이 너무도 잘 맞고 좋았다.
헬보이 같은 경우, 스스로 뿔을 자르고 본인의 초자연적 능력을 가지고 인간을 도왔다. (돌아오는건 비난과 야유 뿐이고) 판의 미로에서 좀 무섭게 생긴 판은 소녀에게 고통을 주긴 하지만 결국 그 미친 새아버지에게서 탈출하게 도왔다. 또, 크림슨 피크의 유령은 어떤가? 정말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이디스가 자기들처럼 살해당하지 않게 팀이 되어 도왔다. 그러나 인간들은 괴물들과는 달리 하나같이 비겁하고 순진한 자를 이용하고 속이거나, 재앙을 막기 위해 괴물을 이용하고 뒤에 숨어있었다. 혹은 괴물의 경고를 무시하며 부주의하게 굴다가 결국 스스로 재앙에 빠졌다. 한마디로 인간들, 무지 매력없다.
색다른 생김새나 존재방식이
어떤 존재를 괴물이 되게 만드는 게 아니다.
비겁함과 무지함, 이기심이 바로 나쁜 의미에서
괴물이 되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델 토로 감독님의 수 많은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은 작품 '퍼시픽 림'.
이 작품이 감독님의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건 '인간'을 보는 시각이다.
멋진 크리쳐와 괴물이 나오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인간은 항상 상황 판단을 할 줄 모르고 서로 갈라치기 하며
'귀인'인 괴물을 괴롭히고 무시하거나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 상황판단을 할 줄 알고
싸움질과 정치질을 멈추고 처음으로 '생산적인 방향성'을 갖고 합의하고 힘을 모은다.
그리고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을 만든다. 바로 인간 두 명이 들어가 좌뇌 우뇌처럼 그 큰 몸체를 조종하는 '예거'들 말이다.
괴물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말과 똑같은 말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사람들과 조종사들은 형제를 잃고 부모를 잃은 상태에서 때론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체급이며 능력이며 어마어마한 괴물과 힘든 전투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시 친지를 잃기도하고, 괴물의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 같은 경우 실제로 그 괴물의 마음을 읽기위에 수없이 코피가 터지고 미치기 직전까지 자기를 몰아친다.
이 영화에서 맘에 든게 어디 한 두가지 였을까?
유조선을 배트 삼아 질질끌고가 카이쥬(괴수)에게 시원하게 휘두르는 씬, 컨테이너로 카이쥬의 뺨따귀를 냅다 갈기는 씬은 아드레날린 폭발에 뭐 시각적 행복이 최고조 였다. 감독님의 괴수물과 로봇물 덕력에 대해서 그저 '리스펙'을 외칠밖에.
카이쥬의 그 그로테스크한 디자인도 그랬고 무엇보다 집시데인저와 체르노알파 등등의 그 긁히고 파인 낡은 몸체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정말 힘든 싸움을 싸워냈다를 많은 구구한 설명없이도 잘 전달했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을 읽고 연구하고 스스로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 말은 정말 쉬운 말이 아니었다.
많은 비용과 희생, 때론 자신을 걸어야 하는 모든 과정이 다 '대가'로 지불되야 했고.
그걸 다 알고도 승산없는 싸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연전연승했을때는 기뻐했지만, 연전연패 했을때는 그저 물러서지 않고 생명의 담을 쌓고.
영화 '퍼시픽 림'의 인간들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님의 영화에 나오는 어떤 '인류'보다 용감하고 멋있었다.
바이러스라든지, 기후위기라든지 혹은 말도 안되는 시스템 등등
사람들이 만나는 거대한 위기는 갑자기 다가오고 개인이 풀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세상은 어차피 그런거라고, 싸울 사람이 싸우라고 하고. 뭐 그 위기를 담당하는 부서나 해내라고
하는 사람, 하는 집단이 꽤 보인다.
그저 내가 불편한 것이 싫고, 당장 내 주머니에 들어올 돈과 유익을 계산하며 내 안위만 걱정하는 삶.
뭐 대부분 그렇게 살고, 그걸 싸잡아 뭐랄 사람은 없을 것같다. 나도 누굴 욕할 처지가 아니다.
개인의 자유는 소중하고 안락한 일상도 지켜져야 하니까. 그러나 가끔 어떤 사람들은 좀 넓게 길게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양보할 것 지킬 것을 분별해 낸다.
그런 사람들이 소위 괴물이라고 불리거나 '나댄다' 소리 듣더라도 총대를 메고 싸웠다. 그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사람들이 덜 죽고 덜 다치고 덜 불공평한 세상을 누릴 수 있었다. 다행히 자기 기분만 따르는 사람보다 혹은 다른 무리에 섞여 대충 어떻게 되겠지 하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머리를 따르고 바른 정보를 갈라내며
신뢰하고 '해야 할'일을 '용기 있게' 해내는 사람, '고통분담'하는 사람이 주위에 꽤 보인다.
그들에게 고맙다. 한 걸음이 아닌 반 걸음이라도 그들과 함께 걷고싶다.
비겁한 비 괴물보다는, 그래도 승산없는 싸움을 해내는 괴물이 되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려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