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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호주와 한국 학업 비교

호주에서 학생 비자와 이민법 개정

호주에서 Master of Interpreting and Translation 전공으로 졸업을 하게 되면서 비자 만료 일정이 다가왔다. 호주에 올 시점만 해도 졸업하고 나서 졸업비자로 3년을 받아 일도 하고 체류도 가능했었는데 회계연도 2024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이민법 개정이 시행되었고, 나이 35살 이상의 학생은 더 이상 졸업 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혹시 잘 모르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변경된 비자 내용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호주에 오기 전에는 호주 학업에 대하여 다소 회의적이었던 내가 과정을 마치고 나서 느끼는 부분을 한국 통대와 어떻게 다른지 약식으로 비교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한국에 있는 동기로부터 카톡 연락을 받았는데 호주 학업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으셨고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정적으로 무조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등, 관심 많은 한국의 청년들을 위해서도 한 번쯤은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좋지 않았었는지.


처음에 호주 유학이 회의적이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등록금과 체류비용이었다.

근대의 대학 등록금은 4년을 졸업하고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20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비싸다.

최저임금이나 생활비 등을 비교해 보아도 등록금은 정말 비싸다.


한국은 등록금이 없어서 학업을 연장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국가 장학금이 있고 갚을 때까지 충분한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호주는 어떠한지를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장학금 혜택은 호주 시민이나 영주권자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지 국제학생에겐 콩고물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호주 대학들의 유지비용이 거의 국제학생들에서 비롯되고 있다. 호주 학생들은 대학은 잘 가지 않는 편이라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호주 현지인보다 국제학생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졸업하고 졸업비자를 통하여 영주권 취득을 노리는 이민자들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국제학생들의 학생비자 허가율을 줄이겠다는 정책방안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호주의 대학들이라고 함..)


본인도 실은 박사 과정을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변해가는 비자 정책을 신뢰할 수 없고, 박사 과정은 최소 5년인 데다 중간에 또 어떤 정책 변경으로 사람을 당황시킬지 염려도 되어 일단 보류하였다. 물론 내 나이와 학업 과정이 영주권을 받는데 유리할 것이 없는 이유도 한 몫했다.


영주권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학업만 비교한다면, 호주 학업과 한국 통대의 학업은 가장 큰 차이는 해당지역 통 번역의 수요를 들 수 있겠다. 한국은 영어 사교육비가 전 세계 상위권을 다툴 정도고 중국,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발달하지 않은 사교육비를 그렇게 많이 쏟아붓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실력은 OECD국가 기준 낮은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통번역의 수요가 매우 높다.


따라서 한국은 동시통역에 대한 수요도 현장마다 높은 편이지만, 호주처럼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에선 딱히 영어를 통역할 필요가 없기에 통역은 그저 이민자들을 위한 서비스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통역의 비용 또한 그렇게 높지 않다. 특히나 한영 통역의 수요는 정말 낮다. 이미 호주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낯선 땅에서 언어로 인한 난관에 부딪힌 한국인들을 돕는 복지단체 등에서 소일거리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NATTI라는 호주 통번역 협회가 있다. 세계 모든 언어의 통역과 번역을 위한 시험을 보고 3년에 한 번씩 자격을 갱신하는 시스템인데 이 시험을 보기 위하여 각 대학에 통번역 전공이 존재한다. 시험 자체를 볼 수 있는 기준도 까다로워, 대학 정규 과정을 졸업한 사람들만 나티 통번역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등 허들이 있다.


그러나, 이 시험 자체가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등급도 4, 5개 정도로 번역, 통역 시험을 각각 봐야 하며 모든 시험당 한국돈으로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과연 한 번에 백만 원 이상 들여가며 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시험인지는 본인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렇게 붙어서 자격이 생긴다 한들, 호주 현지에선 일감이 별로 없다.


통역에는 일상생활 통역이 가능한 수준의 시험과 전문 통역, 컨퍼런스 회의 통역 시험이 구분되는데, 실제로 컨퍼런스 회의 통역 시험을 보아 자격이 생긴 들, 한영 통역이 필요한 컨퍼런스 회의 자체가 많이 없다면 자격증은 딱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이 비싼 시험에 돈을 계속 투자해야만 하는 근본적 의의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원에서 나티 시험을 대비하는 정규 과목이 있었고 호주 현지에서 실제로 통역과 번역을 실무하고 계시는 한국 교수님들이 비지니스를 비롯하여 법학과 의학 통역을 도와주신다. 법학과 의학분야는 통번역 수요가 적더라도 필요도가 매우 높은 영역은 맞기에 법학, 의학에 집중되어 전공이 운영되므로 어쩌면 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사실, 본인은 법학을 이미 전공했던 터라 법원에 참관을 간다거나 법대생들을 통역하는 실습들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호주의 법체계나 법원 현장 상황 등 배울 부분들이 참 많았다. 어쩌면 서시드니 통번역 과정은 법률 통역을 특화하고자 하는 본인에게는 최적의 현장이었다. 국내법 이외에 해외 법(영미)의 법체계도 알아야 했기에 직접 가서 법원 참관을 직접 하는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 나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던 것이다. 사실 동기들도 이 부분을 제일 흥미롭게 학습했던 걸로 기억한다. 참여도와 몰입도가 엄청났다. 그리고 지속해서 1년간 법원 참관 후 사건 개요 등 통역사의 역할 등을 관찰하고 기록 하는 과제가 있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난 호주 통대 수준을 굉장히 높게 여기는데 그 이유는 학교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적립되어 있었고, 학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학생 복지가 훌륭하고, 학생의 이론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솔직히 논문을 쓰기 이전에 에세이를 많이 쓰는 훈련을 시키는 거 같은데 모든 과목에 에세이가 있고 점수 비중도 높다. 이 에세이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려고, 정말 많은 통번역 이론서를 읽어야 하기에 저절로 공부가 된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고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한 학기 4과목 밖에 안되지만 과목마다 요구하는 작업들을 다 수행하려면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없었다. 게다가 일주일에 4일은 일을 했던 나 같은 경우는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며, 공부하고 일하고 과제를 했다. 호주 대학은 성적 등급이 7이다. GPA를 7로 나누며 HD(High Distinction)-D(Distinction)-C(Credit)-P(Pass)-PS(Ungraded)-F(Fail) 등이다. 에세이가 점수받기 여간 까다롭고 어려운 게 아니다. 아무리 잘 썼다고 스스로 자부해도 교수님과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거나 에세이 쓰는 형식을 못 맞추면 무조건 감점을 크게 해 버린다. 논문 쓰는 훈련을 하여 박사과정에서 잘 쓴 논문을 만들어내는 목적이라면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생각한다.


한국 통대에서는 실전을 위한 훈련을 함양했다면 호주에서는 이론 중심으로 논문 등을 많이 읽고 입문한 학문 분야에서 끈을 놓치 않도록 지속적 후원과 연구 과정과 박사 과정등을 위한 국가 지원이 엄청 잘되어있다. 내가 이전엔 이런 부분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지만, 호주의 최대 장점은 박사까지 연결되도록 국가가 도와주는 부분이 선진국의 최대 특혜라고 생각한다. 서울외대 통대에서는 동시통역 훈련을 일찍부터 받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호주에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졸시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2년을 수업을 듣는다 한들 배우는 것은 동일하다. 내가 연습을 한 만큼 실력이 느는 것이지 수업 횟수가 많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주 학업 하면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최저 임금이 높았던 것.

신기하게도 이 나라는 최저임금이 해마다 오른다. 정말 가히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이가 35세 미만이라면 가볼만 한 것이, 3년의 졸업 후 취업 비자가 나오기에 3년간은 내가 취업을 해볼 수도있고, 시급제로 근무를 하면서 호주라는 국가를 알아가는 기회도 될 수 있으니 추천한다.


한국의 두 배 이상이라 알바 수준의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돈을 쥐게 되었던 것.

(학생은 학생비자를 받으면 법으로 정해진 시간만 근무를 할 수 있다.)

물론 영어가 안되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호주 오너가 운영하는 오지 잡도 잘 잡으면 한국에서 이 정도 돈을 벌려고 야근에, 퇴근하고도 업무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너무나 행복하게 돈을 벌 수 있으니 호주 학업을 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잡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호주 현지 정규 교육과정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등부터 고등 교육까지 교육이 느슨해서 오히려 한국의 타이트한 교육 시스템을 부러워하는 듯한 내용의 본문을 번역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겪는 교육열을 부러워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과하다 못해 심화된 경쟁 구조에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을 3-4개씩 다니는 한국 학생들의 삶을 부러워하게 되는 건 너무한데.라고 생각했다.


요즘 한국의 아이들은 경쟁을 극도로 부추기는 학업 분위기 속에 친구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느껴져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호주에서도 한국인들과 일해본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한국인의 특징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strict 하다는 부분이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국 통대와 비교하여 호주 통대는 이론 중심의 교육을 훌륭한 학업 시스템과 지원을 해줄 수 있고 학생이 적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등록금이나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을 예방해 주고, 반면, 한국 통대는 영어 활용도가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통역의 수요가 높아서 통역사 훈련 강도가 세며, 경쟁 구도가 이미 형성되었기에,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과 등록금은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는 사실이 또한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통대 과정을 이수할 것인지, 호주에서 이수할 것인지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어떤 경험이던 겪고 나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다. 호주의 나티 자격증도 실은 호주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활용도가 더 좋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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