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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주에서 학생대표 연사로 패널토론 참여하다

24년 한영 통역사의 호주 통대 경험 - 생방송 촬영 및 대학 홈페이지

호주에서 통대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중에 학교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는데 내용은 학교와 BUPA (호주에서 가장 큰 건강보험회사) 가 스폰하고 지원하는 행사에서 학생 대표 연사로 나의 이야기를 나눠줄 수 없는지 물어보는 메일이었다. 주제를 여러 개 주고 거기서 고르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에게 가장 맞고 내가 뭔가 내 경험을 가지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을만한 주제를 골랐다. 그리고 draft로 적어서 어떤 이야기들을 전할 건지, 어떤 부분에서 WSU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고 싶은지, 다른 학생들에게 관련 주제에 대하여 어떤 조언을 주고 싶은지 등에 대한 초안을 정리하여 제출했다.
학교에서 맘에 들었는지 국제 학생 대표로 speech를 부탁한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건, speech를 마치면 질의응답과 패널 디스커션이 있고 라이브 온라인 방송을 통하여 시청하는 학생들에게 랜덤으로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하는 시간이 있으며, 모든 부분은 실시간 방송되고 학교 홈페이지에 앞으로 주욱 자리를 잡고 관련 정보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와 BUPA 기관의 목표인 것이다.


근로에 대한 댓가로 한 시간에 600달러면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감사했으나 막상 하기로 결심하자, 처음 방송에서 토론을 영어로 한다고 하니 긴장하면 나오는 여러 나쁜 습관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뭐든 처음이 문제이다. 과정 중에 일어날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할 수가 없어서이다. 45000명이 재학 중인 학교, 더욱이 과반수가 국제학생인 국제 대학에서 한국인인 내가 영어로 speech를 하고 패널 토론도 하는 등의, 그것도 실시간 방송에서 내 습관은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되어 잠도 설쳤다.


Speech를 미리 적었지만,. 또한 긴장하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거나 내용이 갑자기 산으로 가는 등의 실수도 한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통역을 하는 것과 다른 진행이다. 통역은 남의 말을 잘 듣고 옮기기만 하면 되지만 이건 내 생각을 그것도 전문적인 조언을 해야하는 자리이니 말이다. 오늘 드디어 학교로부터 촬영한 동영상을 링크로 받았는데 역시나 처음이라 미리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내가 말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시작 부분에 발음도 조금 절고, 눈도 사정없이 깜빡였으며 손은 왜 시종일관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영상을 보면서 이불킥을 하고 싶어졌다. 내가 혼자 말해보고 스스로 자기 평가를 했었어야 했다.


이래서야 과거 방송을 여러 번 했던 경험이 무색해지지 않았나 라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 다른 패널들은 사실 BUPA 기관에서 직접 나오거나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반 전문가인데 비하여, 나는 일반인인데 의료 관련한 경험을 공유하는 상황인지라 부족했고 reproductive health에 대하여 내가 무슨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를 많은 시간 고심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한 건지 모르겠고, 답이 많이 미흡했다고도 생각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연출진들이 와서 나에게 내 생생한 경험을 전달해 주어 'It was touching'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어떤 방송 때보다 이번 패널들이 참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이제 이 방송을 학교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영구 방송된다고 하니 내가 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대본도 방송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펜으로 막 끄적거린 내용이라 부족했고(미리 준비한 대본이 맘에 안들어 막판에 수정), 의학 용어 medical term 도 많이 생소했다. 호주 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어가면 매시간 교수님 질문에 혼자 막 떠들 정도로 말을 많이 하는 터라 추천을 받은 듯 하지만, 방송에선 더 신나게 말을 못 해서 아쉽고 말을 하다가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엄청 떨렸던 진짜 이유는 사실 내 실제 경험을 고백하는 자리여서 인듯하다. 여자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가 미래 설계와 자기계발을 계획하기 이전에 앞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심정적 트라우마를 풀면서 혼자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았었는지를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중에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인생 설계에 앞서 건강할 때 먼저 reproductive health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정보를 찾고 기록하고 나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하여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을 전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결혼을 했고 너무나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 38의 나이에 시험관 시술 1번에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문이 금세 얼마나 널리 퍼지던지 나에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어디 병원 어느 의사인지 어떻게 대비했는지 등의 정보를 많이도 물어보았다. 아는 언니, 자매, 친구, 아는 부부, 권사의 자녀,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질문도 받았다.


그리고 호주 일터에서 만난 내가 너무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도 현재 결혼을 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는 reproductive health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의 나이는 이제 겨우 27이다.




통역은 아니지만 호주 기관에서 개인 privacy 나 권리보호를 위하여 이렇게 녹취하는 상황에 대하여 공개될 수 있음을 미리 계약하고 서명을 받으며 합당한 금액을 제공하는 진행 순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통역을 요청받게 되면 에이전시가 미리 요구하지 않는 이상은 통역사는 녹화, 녹취에 대하여 가격 흥정(?)을 할 수없고, 고객사에서도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통역사에게 부담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목소리만 나오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목소리만 나와도 금액은 청구가 되는 사안인데 말이다. (통역사는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 일하는 직업이니 만큼)


그래도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꼭 제 값을 받으라고 계속 수업시간에 강조하신다. 통역업무는 본디 시장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데, 시장가보다 몸값을 낮춰서 일을 하는 통역사에 대하여 말하시길, 우리가 몸값을 낮춰서 일을 하면 우리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들은 일을 아예 할 수 없게 되니 결국 시장의 순환을 방해하고 파괴하는 일이라고 경고하신다.


이것은 사실 굉장한 문제가 되곤 한다. 학생이 갓 졸업해서 경력도 많지 않을 때는 어느 정도 가격을 양보하고서라도 일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객에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점 일이 늘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지만, 에이전시에서 쉽게 고객을 유치하려면 아무래도 가격 흥정을 하다 보니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이 되버린다.




그래도, 나는 이제껏 통역으로 제법 멋진 일들을 받았고, 방송 출연도 몇 번 하게 되었으니 좋았다고 해야 할까. 호주에 오기 바로 전에 4일간 진행되었던 통역의 경우, 생중계 방송이고 실시간 카메라로 촬영이 되는지 모르고 갔다. 도착하니 엄청 큰 카메라 몇 대가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세계 대회 통역 현장 사진 (유튜브 생중계 5회 -각 편 3000회 당 조회)

무대는 엄청 컸다. 세계 경연 대회라 그런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의 준비를 미리 못하고 와서 흠칫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첫 무대는 일단 모르고 왔어서 복장 색깔이 너무 튀었고 자꾸 카메라를 머리로 가렸다고 한다.



17살부터 서 온 무대 경험 덕택에 있지도 않은 무대 공포증이란 실체와 싸워오면서 그간 수많은 무대에 섰다. 어쩌면 나는 애초에 무대 공포증이 없을 수도 있다. 실체도 확실하지 않은 두려움과 끝없이 싸워온 것이다. 하지만, 셀 수 없이 주말을 포기하고 서 온 무대 덕분인지 통역을 할 때 마주하는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혼자 마이크를 잡고 통역 혹은 사회를 하는 상황이 떨리지 않았고, 연사의 말을 집중해서 들으며 노트를 한 다음에 기억이 소실되기 전 내용을 정리해서 마이크로 정확하게 내용 전달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떨지 않고 해내었기에 다양한 통역 상황을 잘 마무리했던 것 같고,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으며 사진에 나온 세계 대회 같은 경우는 4일의 경연을 마치고 앞으로도 계속 저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주최측에서 먼저 보여주셨습니다.


이 사진은 우승자이신 Liang Fang 씨와 사진을 함께 찍었다.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든 Fang 씨는 매우 침착하게 매 게임마다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현재는 저때보다 15kg는 빠진 거 같은데 저 때 쌍둥이를 출산하고 쉬지 못하여 부기가 빠지지 않아 좀 부어 보인다.


이제 졸업도 했고, 아직도 호주에 체류 중이라 한국에서 졸 시를 보지 않았지만, ( 다음에 본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림) 이전에 했던 많은 통역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자녀 양육을 하면서 길고 긴 경력 단절을 넘어 다시 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됨을 감사드린다. 통역, 번역이라는 전문직은 비록 업무가 가진 애환이 있다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사회로 다시 복귀하게 해 준 귀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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