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생 실습의 기억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일에서 시작된 교사의 철학

by Hannah

유아교육과에 입학하고, 3학년이 되던 해 처음으로 실습을 나갔다.
교실에 가기 전날 밤, 나는 교구를 만들며 밤을 꼬박 새웠다.

종이를 오리고, 색칠하고, 글씨를 쓰면서도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맡은 반은 만 4세 아이들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수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수업을 시뮬레이션했다.

“누구누구 생각은 어때요?”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내 모습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머릿속으로 그렸다.

드디어 첫 수업 날.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이들 앞에 섰다.
미리 정리한 교구도, 혹시 몰라 만든 치팅페이퍼까지 손에 쥐고 있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손이 떨리고, 입이 바짝 말랐다.

“자… 그러면, 우리… 누구 이야기해볼까요?”

아이들은 떨리는 내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하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제 분명 수첩에 이름을 빼곡히 적고, 잠들기 전까지도 속으로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그런데 머릿속이 하얘졌고, 나는 말끝을 흐리며 어쩔 줄 몰랐다.

그때였다.
내 앞에 앉아 있던 한 아이가 살짝 발을 내밀었다.

작은 실내화 위에 적힌 동글동글한 이름 하나.

그 아이는 조용히 자기 이름을 보여주며,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초보 선생님이 당황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걸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걸까.
나는 그 순간, 울컥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놓였다.

이 교실엔 내가 돕고자 했던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아이들도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교생 실습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 이어지는 수업 준비, 관찰 일지, 교사 피드백…

긴장과 반복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하루도 버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아침 교실로 가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일은 늘 새로웠다.

그 첫 실습은 내게 확신을 주었다.

“나는 이 길을 계속 가야겠다.”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작은 실내화를 떠올린다.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던, 조용히 내게 다가왔던 그 발.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까지 함께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작은 실내화가 가르쳐준 건 단순한 이름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건 ‘관계의 시작’이자 ‘존중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사이든, 리더이든,
아이들이 25명이든, 한 학교에 1600명이든 상관없이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춰준다.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다짐한다.
"아이의 이름은 반드시 외우고 시작한다."

그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단지 아이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존재 전체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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