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나를 다른 길로 데려다준 안내문이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의 길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공립 유치원에 들어가고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진로를 잡는 친구들. 유아 교육 출판사, 방송사, 혹은 교육청 등,
각자 걷는 방향은 조금씩 달랐다.
나의 목표는 분명했다. “공립 유치원 교사가 되겠다.”
대학교 3학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립 유치원 교사는 안정적일 뿐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대학원 진학이나 해외 연수의 기회도 열려 있었다. 교육자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실습, 수업, 과제, 그리고 임용 준비까지 병행하는 일상은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나날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노량진 학원에 가고, 학교 수업이나 실습을 마친 뒤엔 독서실로 향했다. 고3 수험생처럼 하루하루를 쪼개어 살아야 했다.
그렇게 치열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친구들 덕분이었다. 서로를 응원하고, 끌어주며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임용고시를 마치고 결과 발표가 있는 날이 다가왔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채 발표를 기다리던 그 순간. 결과는… 불합격.
예상은 했지만, 마음 한편엔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쉬움은 생각보다 컸다.
더 충격이었던 건,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멤버들 대부분이 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서울 수석, 서울 차석, 인천 수석, 경기 수석… 그해 임용고시의 주요 수석 자리를 내 친구들이 휩쓸었다.
물론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었고, 그만큼 노력한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왔다. 패배감, 초라함, 부끄러움.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대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언니가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캐나다로 떠났다. 커다란 캐리어 안에는 옷보다 무거운 마음과, 버리지 못한 임용고시 책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앞으로의 길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 여행은 단순한 고민이 아니었다. 실패에서 도망치기 위해 떠났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넘어졌던 그 해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