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보다 눈과 마음을 여는 시간
패배자의 마음으로 떠난 어학연수.
캐나다 몬트리올은 마치 내 내면을 반영하듯,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공기로 나를 맞이했다.
다행히 먼저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언니가 있었기에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우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천천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 어학연수를 온 만큼 랭귀지 스쿨에 등록해 영어 공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는 원래 좋아하던 분야였다. 유아교육과 재학 시절에도 틈틈이 영어 관련 교양 수업을 들으며 나름 자신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캐나다에서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니, 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느껴졌다. 마음은 앞서 있는데,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배움의 시간은 느리게만 흘렀고, 생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했다.
세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른 랭귀지 스쿨로 옮겼다. 그곳에서 치른 레벨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반에 배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작은 성공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듯한 짜릿한 성취였다.
그리고 마침내, 바리바리 싸 들고 왔던 임용고시 서적들을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의 마음으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는 임용고시를 보지 않겠다고,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가겠노라고 다짐했다.
결심을 굳히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그래도 한 번 더 보는 게 어떻겠니?” 하는 말씀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저 묵묵히 내 말을 들으셨다.
내 고집이 너무 단단해서였을까, 아니면 내 마음이 흔들릴까 봐 조심스러우셨던 걸까.
결국 부모님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결정을 응원해 주셨다.
그 따뜻한 지지에 나는 더는 두렵지 않았다.
어학연수 중 만난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몬트리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캐나다 친구들, 그리고 캐나다 여러 도시와 미국 뉴욕으로의 여행은 내게 또 다른 넓은 세계를 보여주었다.
대학교 2학년 때 큰맘 먹고 떠났던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이 내 해외 경험의 전부였다면, 이번 캐나다 어학연수는 영어 실력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마음을 더욱 깊고 넓게 확장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한국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세계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믿었고,
나는 이제 더 큰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