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첫 반, 내 아이들

나를 선생님으로 만든 아이들

by Hannah

드디어 고대하던 사랑반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열정과 의지로 가득했던 마음가짐과는 달리, 매일이 그야말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보조교사 없이 36명의 아이들을 혼자 이끌어야 했던 일상은 초임 교사에게 결코 녹록지 않았다.
줄을 세우면 맨 끝 아이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반드시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니며 한 명 한 명을 빠짐없이 체크해야 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첫날.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렸던 그 순간의 벅찬 감정. 그 단어 하나가 그렇게 마음을 울컥하게 할 줄은 몰랐다. 마치 오래도록 꿈꿔왔던 장면이 현실이 된 듯했다.

첫 일주일 내내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이름이 주는 책임의 무게에 스스로를 다잡았다.
더 잘해야겠다고, 더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사랑반 아이들은 한없이 부족한 초임 교사인 나에게, 그저 ‘담임 선생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건넸다.

학부모님들도 처음엔 불안한 마음이 있으셨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진심을 알아주시고 믿어주셨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 이야기를 집에서 정말 많이 해요.”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했고, 따뜻한 울림이 밀려왔다.

처음으로 맡은 아이들이라 내 마음속에 유독 특별하게 자리 잡은 존재들.
그 특별함과 초임 교사의 진심이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에 천천히 닿아갔던 것 같다.


사랑반에서의 추억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하루가 있다.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결근’이라는 단어는 유독 조심스럽다.
대체 인력이 없는 탓에, 몸이 아파도 대부분은 무리해서 출근하게 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선생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걸 아이들 나름대로 느꼈던 것 같다.

자유 놀이 시간. 쌓기 영역에서는 아이들이 블록으로 침대를 만들고 있었고, 역할 놀이 영역에서는 이불을 가져와 이부자리를 펴고 나를 불렀다.

“선생님, 여기 와보세요! 오늘은 선생님이 환자예요. 여기 누우세요. 우리가 싹 낫게 해 드릴게요.” 아이들이 만든 침대에 살짝 몸을 누였던 그 순간. 그래봤자 몇 분 안 되었지만, 정말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픈 몸도, 지친 마음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손길에 스르르 녹아내렸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라고 ‘사랑반’을 맡기셨다고 하셨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내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은 시간이었다.

사랑이 가득 차서 흘러넘쳤던 사랑반의 하루하루.
그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고, 앞으로 펼쳐질 교직 생활의 단단한 씨앗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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