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Conwy(콘위)는 영국인들이 국내 여행지로 자주 찾는 바닷가 마을이다. 나는 로컬이라 주말에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자주 타는데, 그때마다 Conwy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반대편 도로는 늘 꽉 막혀있다. 해외여행을 즐기던 영국인들이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자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면서 이곳은 예전보다 더욱 붐비게 되었다.
타운을 둘러싼 성곽을 걷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Conwy castle은 지어진 지 약 750년 정도 된 오래된 성이지만 영국의 다른 성들에 비해 보존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입장료를 내고 성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Conwy Castle 입장료
여름에 가끔 성 안 오픈 무대에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티켓을 사면 입장료는 당연히 공짜이니 그런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겠다(티켓값은 어른 일인당 18파운드 정도).
이번 여름에 예고된 콘위캐슬 '십이야'공연
굳이 입장료를 내고 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성곽을 걸으며 타운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작고 아기자기 한 골목들이 많고 500년 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주거 건물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을 찍으면 그림같이 나오는 포토존들이 많으니 좋은 카메라 혹은 사진을 찍기 위한 최신 휴대폰은 필수이다.
5월에는 지역 축제로 Pirate Festival(해적 축제)이 열리는데 해적들이 배를 타고 접근하며 성을 공격하고 성 안에서는 군인들이 총이나 대포를 쏘며 방어하는 퍼포먼스가 제법 그럴듯하게 연출된다. 배를 정박한 해적들이 육지로 내려와 성안의 군사들과 칼싸움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는데, 어른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지만 연기하는 당사자들은 정말 심각하게 전쟁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기도 하고 지나가던 개들이 놀라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목줄 때문에 도망 못 감).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대부분 해적 복장을 하고 있어서 관람객을 보는 재미도 크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것도 축제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Conwy의 대표 베이커리에서 파는 바닐라 슬라이스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먹어도 정말 너무나 맛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커스터드나 바닐라 아이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추천. 이 베이커리는 오후에 방문하면 살 수 있는 빵이 몇 개 남지 않으므로 최소 점심시간 전후로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1월 남편의 생일에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Popty Conwy의 바닐라 슬라이스라고 말해서 당일 오전에 들러 3조각을 사 왔다. 패스츄리와 커스터드, 아이싱의 완벽한 조화! 물론 다른 인기 있는 메뉴들도 많다. 아들은 이 집의 Lotus 도넛을 너무 사랑해서 자주 먹고 싶어 하는데, 건강을 생각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기로 합의했다.
Conwy 기차역에서부터 바닷가 쪽으로 쭉 내려가 길 끝에서 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영국에서 제일 작은 집을 볼 수 있는데, 입장료 1.5파운드를 내면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단, 정말 작은 집이라 한 번에 한 식구(대가족은 여러 번에 나눠서)만 들어갈 수 있다. 실제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위층에 놓인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상상해 본다. 늘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뒷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진 찍고 구경해도 괜찮다. 그들도 그렇게 하니까. 작은 집을 구경하고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르면 Award winning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사실 어느 지역을 가든 저 말을 붙여놓은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상을 언제 받았는지 묻고 싶지만, 아이스크림 맛이 좋으니 그냥 넘어간다. 낙농국가답게 기본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다. 민트초코를 발명한 나라 아니랄까 봐 그 맛도 일품이고 딸기우유맛 아이스크림, 허니콤,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단, 갈매기들에게 빼앗길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이곳 갈매기들은 완전 프로들이어서 손에 들고 있는 어떤 것이든 순식간에 낚아채 간다. Llandudno 바닷가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뚜껑을 덮어 주기도 하는데 Conwy가게는 그렇지 않으니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영국에서 제일 작은 집(겨울에는 열지 않음)과 바로 앞 아이스크림 가게
타운내 제일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엄마는 커피, 아이는 아이스크림.
Conwy는 하루이틀 정도 머물며 구경하기에 좋은 작은 타운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cottage를 예약할 수 있는데 오래된 집들이라 많이 추우니 겨울에 오는 건 비추천, 날씨가 좋아지는 5월부터 8월까지가 방문하기 좋다. 특히 6월은 해가 길어 밤 10시가 돼야 어둑어둑해 지므로 하루에 12시간 이상 청명한 하늘을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야외활동을 할 수 있다. Conwy내에 숙소를 잡는다면 차는 필요 없다. Conwy castle에서 Llandudno Junction으로 이어지는 다리만 건너면 Lidl이나 Asda 같은 큰 로컬슈퍼가 있고 신선한 과일이나 음료, 다른 식재료들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Conwy 안에 여러 음식점들이 많으니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로컬 음식점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피시 앤 칩스만이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님을 보여줄 많은 메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