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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n 09. 2023

3. 바다, 그리고 계속 바다

Colwyn Bay, Rhos on Sea 그리고 Angel Bay

Conwy에서 4마일(6.5km) 정도 가면 바다표범 서식지가 있는 Angel Bay란 곳에 갈 수 있다. 차로 10분 거리. 야트막한 언덕을 끼고 바다에는 바다표범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랜듀드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Little Orme(이라고 불리는) 언덕 정상에 도착한다. 북쪽으로는 광활한 바다와 랜듀드노 반도가, 남동쪽으로는 Rhos on Sea에서 Colwyn Bay까지 이어지는 긴 해안선이, 서쪽으로는 Conwy Mountains와 남서쪽 그 유명한 Snowdonian 산맥까지. 이 모든 광경이 360도로 펼쳐진다.

엔젤베이에서 바라본 Llandudno와 바다표범들

바다표범들은 사냥을 하지 않는 한 보통 해안가에 수십 마리가 한 데 널브러져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 동물 중 하나이다. 가끔 돌고래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적은 없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양들을 많이 마주치는데 산양은 야생이라 알아서 사람을 피하지만 농장 소속 양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우리가 피해 간다.

엔젤베이에서 마주친 양들




Angel Bay에서 2km 정도 해안을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Rhos on Sea 해변에 도착한다.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해안가를 따라 멋지게 지어진 홀리데이홈들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세컨드하우스를 갖고 싶다' 생각하며 걷는다. 물론 rightmove(영국부동산앱)에 올라와 있는 Rhos on Sea 집들은 너무 비싸서 잠시 상상해 보는데 그치지만. 한참을 걷다 보면 1500년 전쯤(6세기경) 지어진 영국제도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나오는데 공공에 오픈되어 있어서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종교에 따라 잠시 기도를 드려도 좋고 그냥 실내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단 6명만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으니 다른 그룹이 먼저 구경을 하고 있다면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시길.

6세기경 지어진 교회

 

Rhos on Sea 모래사장이 끝나는 곳에 예쁜 펍이나 아이스크림가게, 기념품샵등이 있는 거리가 나온다. 5월부터는 많이 붐비고 그 바이브는 흡사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어느 예쁜 해변가 같은 느낌도 풍긴다. 한 여름에도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 바람이 불면 추울 수도 있으니 바람막이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Rhos on Sea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Colwyn Bay라는 거대한 모래사장을 낀 관광지가 나온다. 2주 전 방문했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건 우리가 Porth Eirias에 주차를 하려고 기다려서 그런 거지, 해변을 따라 노상주차가 가능하니 주차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통창으로 꾸며진 멋진 레스토랑 Porth Eirias는 로컬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라 예약은 필수다. 굳이 창가에 앉지 않아도 어느 자리에서든 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웨딩디너 혹은 스몰파티 때문에 가끔 레스토랑 전체가 렌트되기도 하므로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매년 5월에는 Prom Xtra라는 이 지역만의 축제가 열리는데 임시 놀이기구들도 들어오고 푸드트럭이 즐비하며 가족 혹은 연인들이 와서 즐기기에 여러 놀거리들이 많으니 이 시기에 북웨일스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들러 지역 문화를 즐겨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자랑하는 Welsh Mountain Zoo는 정말 이름 그대로 산에 있는 동물원인데, 아이와는 벌써 3번째 다녀왔다. 처음 갔던 날은(2016년 8월 어느 날) 아이가 아직 어려 버기에 앉아 있으려고 할 때라, 남편과 번갈아 유모차를 밀며 산을 백번쯤 오르락내리락했다(16000보를 찍고 저녁에 시댁으로 돌아가 기억에 없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9시도 안 된 시각에 아이와 기절하듯 잠들었던 것 같다). 동물의 우리가 모두 크고 산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내가 동물원에 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산을 오르내리다 동물을 만나는 것인지 헷갈린다. 여우원숭이(Lemurs) 우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원숭이들이 가까이 와도 너무 놀라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듣는데, 원래 알던 사이처럼 다가와 가방을 열어보거나 손가락을 잡는 등 사육사가 없어도 이 원숭이들은 관광객들과 놀이를 즐긴다. 피크닉 장소가 산 정상에 있는데, 싸 온 도시락을 먹으며 배가 불러오고 탁 트인 경치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올해 부활절에, Egg hunting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미리 예약 한 뒤 다녀왔는데, 날씨도 좋고 어찌나 즐겁던지 폐장 시간 직전에 산속에 아무도 없는 걸 깨닫고 나서야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나왔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등산화 혹은 편한 신발을 신고 가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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