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저희 Llangollen가요',라고 말씀드리니 시부모님이 '아 거기 재미없고 지루한 곳인데'하셨다. 내가 미리 서칭해 본 바로는 볼거리, 할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곳이었는데. '아, 진짜요? 우리가 찾아보니 꽤 재밌는 곳이던데. 혹시 40년 전에 가보고 재미없다고 하시는 거 아니죠?'라고 남편이 농담을 던졌다. 같이 잠깐 웃으시더니 '아니, 35년 전이야'라고 정색하시는 아버님. 네? 그게 그거... 인 것 같은데... 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45마일). 웰쉬라서 지명을 발음하기도 어려운 랭고우ㅋㅎㅓㄴ(웰쉬는 잉글리시와 완전 다른 언어라서 보이는 대로 읽을 수 없다. 계속 연습하지만 아직까지 집 주소를 제대로 발음할 수 없음).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걷다가 Dinas Bran라고 쓰인 사인포스트를 지나 산 정상에 도착한다. 높지 않아 15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
13세기경 지어졌지만 웨일스의 다른 성들과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와의 전쟁 중 불타고 파괴되어 지금은 폐허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잔재가 주변의 경치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광경이 아름답고 독특해 Dinas Bran은 영국의 엽서나 카드에 종종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 타운에서부터 걸어 올라온다면 한 시간 반은 넘게 걸리는 긴 트레킹 코스로 연결되어 있어 걷기 좋아하는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타운으로 내려오면서 보이는 강 건너편의 펍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고 늦은 오후가 되면서는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들고 서서 즐기는 젊은 층이 많아진다(영국 어느 펍을 가든 밤에는 다들 술을 들고 밖에 서있음). 강 위 발코니에 야외 좌석이 있어서 저녁이 되면 강물이 흐르는 소리에 예쁜 조명이 더해지며 제법 근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Llangollen에서 Corwen까지 짧은 기차 여행이 가능하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인데 왕복으로 표를 끊으면 어른 기준 19.5 파운드(어린이 15세 이하 9파운드)이다. 두 역 사이의 모든 역들은 빅토리안 스타일로 재정비되어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차 역시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나도록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Llangollen의 자랑은 커넬 여행이다. 영국의 많은 도시들이 커넬로 연결되어 있어 본인의 카누가 있다면 어디든 물길 여행이 가능하지만, Llangollen에 있는 커넬은 그 경치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로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일인당 50파운드 정도를 내면 2시간 30분 정도의 코스로 경험 많은 가이드와 함께 수로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수로 중간중간 말이 끌어주는 보트를 타는 짧은 코스의 액티비티도 있으니 어린아이들과 오는 사람들에게는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다.
Llangollen에는 보트를 빌리거나 자신의 카누를 가지고 와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주일 동안 커넬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코스도 있으니 물길 여행과 보트하우스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미리 보트 hire를 알아보시고 오셔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이 특별한 보트여행을 즐겨보시길.
Llangollen에는 Horseshoe라고 이름 붙여진 인공폭포가 있다. 이름 그대로 말굽 모양 커브를 가지고 있는데, 인공이지만 주변의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동네 젖소인지 여기에 머무는 애들인지 모르겠지만 잔디에 젖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사람들 피크닉 박스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뒤져보기도 한다. 만져도 상관하지 않을 만큼 사람들 손에 익숙한 소들이니 함께 사진을 찍기가 가능하고, 심지어 함께 피크닉을 하는 느낌까지 들 수 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안양예술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강 너비는 안양에 비해 훨씬 넓지만 수심이 얕은 패들링풀이 여러 군데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엔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오리나 거위들도 복잡한 곳을 피해 여기저기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목욕을 한다. 특별히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는 듯 편안한 분위기이다. 크고 평평한 바위가 많아 피크닉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타운 내 아주 작은 Llangollen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오래된 영국 동전( Three pence, six pence, shilling 등과 같은)을 득템 한 아들이 하루종일 걸은 피로(15000보 이상 걸음)가 싹 날아갔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특별할 것 없는 미니박물관이지만 입장료가 무료이니 들러볼 만하다. 본인의 나라에 중요한 박물관들은 모두 관람료가 무료라고 자랑하듯 얘기하는 남편에게, '빼앗아온 걸 전시하면서 입장료를 받으면 안 되지 않아?'라고 늘 말해왔다. 이렇게 지역 박물관이 무료인걸 보며 '거봐, 무료잖아 전부'라고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말한다. "1파운드라도 내야 한다면, 아무도 안 올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