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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n 28. 2023

6. Betws-y-coed

빼어난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그림동화처럼 예쁜 마을

내가 베티스코이드를 처음 방문했던 때는 2012년 가을이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선명한 단풍을 볼 순 없었지만, 그곳은 낙엽과 스산한 분위기로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영국의 가을은 축축하고 춥다.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 실내로 들어가도 한기를 떨쳐낼 만큼 따뜻한 곳을 찾기 힘들다. 날씨 탓인지 첫인상이 그리 좋았던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두 돌 반이 된 아이를 데리고 다시 한번 방문했다. 햇살이 따사로운 날 찾은 베티스코이드는 내가 과거에 왔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바이브를 갖고 있었다. 아이가 어려 계속 안고 다니며 구경을 하느라 멀리 가보지 못하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그때 보았던 폭포(Swollow falls)가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힘들다고 징징거리던 아이가 폭포를 보는 순간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2023년 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 다시 찾은 그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떼 지어 주차공간을 찾아다니며 엄청난 매연을 발생시켰지만,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곳이 그림같이 아름다워 눈살을 찌푸릴 여유가 없었다.


싸 온 도시락을 먹기 위해 냇가 주변 벤치를 물색하는데, 음식을 다 먹고 정리하는 아시아인 그룹이 보였다. 중년의 남녀 서너 쌍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어나 있었기에 자리를 뜨려는 줄 알고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앉아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여성이, "거 서있지 마요, 우리 가는 줄 알잖아."라고 한국말로 이야기했다. 앗, 한국분들이셨구나.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들고, 무슨 연유로 이렇게 먼 곳 북웨일스 베티스코이드까지 오셨을까 궁금해지기도 다. 다시 주섬주섬 앉으시며 멋쩍게 웃으시는 어른들. 다시 자리를 찾아보려 냇물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니 말문이 막힐만한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래된 나무들, 그 시간의 힘이 만들어낸 자연의 조화. 바위에 걸터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너무 예쁘다!





베티스코이드에는 정말 정말 오래된 티룸이 있다. 유명한 다리(Pont-y-Pair Bridge) 건너편으로 마치 몇백 년은 된 듯한 비주얼로 덩굴에 싸여있는 건물이 보이는데, 거기서 파는 애프터눈 티세트가 환상적이다. 버터향 가득한 스콘에 꾸덕한 클로티드크림, 딸기잼의 조화 거기에 부드러운 홍차까지. 세 번째 방문에 겨우 실내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실내외를 불문하고 늘 만석이니 운이 좋아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만석일 경우 작은 창문카운터를 통해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은 구매가능하다.  



타운 내 조그마한 안내센터, 갤러리, 아기자기한 소품샵 등이 있으니 지나가며 구경해 볼 수 있다. 다른 타운과 마찬가지로 기차역이 있고 내가 사는 Conwy에서 이곳까지는 기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차로는 30분 정도). 기차역 주변으로 테라스드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아 날씨가 좋으면 식당과 카페 밖에 앉아있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빈다.  베티스코이드에는 railway museum 이 있는데 아이들과 둘러보기 안성맞춤이다. 작은 증기기차도 타볼 수 있고 시대별 여러 모형기차들, 미니어처들도 구경해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기준 4.50파운드, 어린이 4파운드이다.

레일웨이뮤지엄 웹사이트:

http://www.conwyrailwaymuseum.co.uk/




베티스코이드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그네(sky swing)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타운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Zip World Fforest라는 액티비티 숲이 있는데,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높은 그물 놀이터도 만들어 놓았고 숲레일을 따라 코스터도 탈 수 있다. 가격이 싸진 않지만 두세 시간 신나게 놀다 올 만한 장소이니 베티스코이드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 보시길 추천한다.

https://www.zipworld.co.uk/location/fforest

Zip World Fforest Betws-y-coed는 일곱 개의 짚월드 브랜치 중 하나인데, 이 중 Zip World Penrhyn Quarry 브랜치에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짚라인이 있다. 그 속도가 무려 100마일이 넘는다고 한다(아직 경험 없음). 체험시간도 두 시간이 넘고 짚라인에 매달려 1.5킬로미터 이상 슬레이트광산과 펜린 쿼리 호수 위를 지나가니 강심장인 분은 꼭 한 번 체험해 보시길. 유일무이한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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