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동전 가까이 하기
"엄마! 런던 돈 어떻게 내?
아이들과 부루마블 보드게임을 하는데 보미가 런던에 빌딩을 지으려고 돈을 세는 중이다.
집에 있을 때면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자주 한다.
"35만 원이니까 어떻게 내야 할까? 30만 원이랑 5만 원이 있으면 될 거 같은데."
"30만 원 어떻게 만들지? 잠깐만 기다려줘."
7살 보미에게는 30만 원이라는 돈 계산이 아직은 어렵다.
요즘 마트나 가게에서 대부분 현금보다는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지폐, 동전을 자주 볼 수 없게 됐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동생들이랑 과자 사 먹고 놀고 있으라고 식탁에 500원씩 3개 놓고 가셨는데. 어떤 날은 300원짜리 과자를 사 먹고 200원이 남아서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다음 날은 돈 걱정 안 하고 사고 싶은 과자를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동전을 만지고 놀며 돈의 크기와 계산을 저절로 터득할 수 있었다.
요즘은 동전이나 지폐를 만지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어린이들도 체크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돈에 대해 알고 가까이하는 첫출발은 지폐, 동전을 만져보면서 직접 써보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일주일 용돈 3천 원을 현금으로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만져보고 자유로이 써보고 모아보기도 하라고.
처음에는 천 원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 궁금해서 물어보고 그다음엔 5천 원, 만원에 그려진 인물들이 궁금해 집에 있는 지폐, 동전을 몽땅 다 꺼내 함께 찾아보다가 재밌는 역사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율곡 이이가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이야?"
5천 원 지폐에 그려진 율곡 이이를 한참을 바라본다.
"응.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의 최고의 화가였고 율곡 이이는 나라를 관리했던 정치가이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여 배운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쓴 학자셨지."
"퇴계 이황이랑 율곡 이이랑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거 같아."
"그래? 두 분 다 훌륭한 학자이셨어."
"나도 신사임당처럼 유명한 그림작가 되고 싶다."
"보미도 지폐에 나오면 좋겠어?"
"아니. 그건 좀 부끄러울 것 같아."
"보미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그림책 만드는 것을 꾸준히 해서 실력이 쌓이면 많은 사람들이 보미 그림과 그림책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큰돈은 얼마야?"
"돈은 십원, 백원, 천원, 만원, 십만원, 백만원, 천만원, 억, 십억, 백억, 천억, 조, 십조, 백조, 천조, 경.. 경 다음에도 계속 있어. 사실 숫자가 끝이 없는 것처럼 돈도 끝이 없어."
"나 이번 주부터 용돈 아껴 쓸 거야. 엄마 생일 선물 사야 하니까."
용돈통에 들어있는 돈을 세어보더니 이번 달 내 생일이 생각났나 보다.
"고마워. 엄마 생일 생각해주고."
아이 스스로 용돈을 가지고 마트나 문구점에 들어가서 직접 고르고 사보도록 해보자. 직접 계산대에 물건을 놓고 현금을 건네주면서 거스름돈을 받고 잘 받았는지 함께 확인도 해보자. 아이 스스로 모은 용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샀으니 얼마나 기쁘고 뿌듯할까. 이 작은 경험 하나에 돈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필요한 데에 돈을 쓰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주자.
"나 다음번에 서울 걸렸으면 좋겠다. 서울은 통행요금이 200만원이야. 엄청 비싸."
"서울을 가진 사람이 이길 확률이 크지."
"제발 서울 나와라. 다섯만!"
데구루루. 보미의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정말 다섯이 나왔다.
"야호! 내가 이겼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끝까지 해봐야 알지.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몰라."
"그래도 내가 유리하잖아."
"그렇긴 해. 그래도 우리 끝까지 해보자. 수현이가 이길 수도 있어!"
시무룩해진 수현이를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