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토론하기

신문읽기

by 해나

"누나! 되게 웃긴 로봇 있어. 이리 와서 봐봐."

아침 신문을 보는데 이 날 신문에 넥스트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영국 작가 필립 콜버트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의 랍스터 그림과 함께.

수현이가 침실에서 나와 내가 보고 있는 신문에서 성난 파도 속에서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는 랍스터 그림을 보고는 그림이 재밌었나 보다.

"로봇처럼 보이는구나. 이건 콜버트란 영국 작가가 그린 랍스터야."

"랍스터가 뭐야?"

"바닷가재 알지? 그거야."

"그런데 왜 입이 없어?"

수현이가 꽤나 진지하게 신문에 실린 그림을 본 것 같다. 입이 없는 것도 알아차리고.

"응. 콜버트 작가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생각과 기분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입을 그리지 않았대. 우리도 말로 얘기 안 해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수현이가 말을 안 해도 뾰로통하게 표정 짓고 있으면 엄마가 수현아 기분이 안 좋아? 하고 물어보는 것처럼."

"나 이거 줄 수 있어? 여기에 그림 그려도 돼?"

"응. 얼마든지."

그렇게 아침부터 막내 꼬마는 색색이 색연필로 바다 동물들을 콜버트 그림 옆에 멋지게 그렸다.

내 눈엔 콜버트 그림보다 막내 꼬마 그림이 더 사랑스러웠다.


"얘들아, 어제 미국 텍사스란 도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18살 된 오빠, 형이 총으로 아무 데나 마구 쏴서 초등학생 친구들이 19명, 선생님 2명이 죽었대. 죽은 친구들 대부분이 7살에서 10살 사이였대."

"진짜 총이야?"

"응. 진짜 총이지. 정말 안타깝지. 우리나라는 총을 갖고 있으면 안 되는데 미국은 총을 가질 수 있거든."

"미국은 너무 위험해."

"총은 나쁜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기도 하지만 총을 갖고 있으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 화가 나거나 다툼이 있을 때 순간적으로 잘못 쓰일 수도 있지. 그렇게 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건 아주 큰 잘못이야."

"칼도 그렇잖아!"

"응. 칼도 요리에 쓰일 때는 아주 도움이 되지만 나쁘게 쓰이면 아주 위험한 도구가 되는 거지. 미국에서는 총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은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을 마구 쏴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엄마, 우리나라 좋은 점 또 있네. 첫 번째는 총을 못쓰게 하는 거, 두 번째는 전쟁이 없는 거."

"전쟁이 없는 건 아닌데? 남한 북한 알지? 엄마가 저번에 남한과 북한이 예전에 전쟁해서 둘로 나누어졌고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잠시 휴전 중이라고. 언제든 북한에서 공격할 수 있다고."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식사시간을 길게 갖는 것에서 더 나아가 좀 더 질 높은 대화를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시작은 세계 경제 이야기. 경제 이야기라고 해서 어렵거나 지루한 경제 용어, 지식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 아닌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나라 이야기들로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을 듣는 것이다.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다. 아이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답해주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북돋아주고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가끔 어른들은 미처 생각 못했던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오게 될 것이다.


"엄마는 신문 보는 거 좋아해?"

"응. 지금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신문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생각을 해보고 조금씩 실천해 가는 것도 좋아. 그리고 보미 수현이에게 매일 아침마다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재밌고. 오늘 엄마가 얘기해 준 누리호도 재밌지 않았어?"

"응. 영상에서 본 누리호 멋졌어!"

가끔 아이들과 신문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것 또한 추억이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일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경제신문을 읽는다. 오늘 아침은 아이에게 어떤 재밌는 경제 이야기를 건네줄까, 호기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내 이야기에 아이는 또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신문을 읽는다.


5살 막내가 등원하면서,

"엄마, 그 랍스터 그림 버리지 마!"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 보다.

콜버트 작가의 그림, 랍스터씨, 밀리터리 랍스터를 가위로 잘라 세계지도 한편에 붙여놨다.


내일부터 신문을 구독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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