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쌓인 사소한 기록의 힘
"엄마, 내 소원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많이 좋아해서 인기 있는 그림작가가 되고 싶어!"
부처님 오시는 날을 맞이하여 보미 유치원에서 가족 소원 등을 만든다고 가족의 소원을 적고 오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올해 각자의 소원들을 얘기해 보기로 했다.
오빠의 소원은 주식부자 되기, 내 소원은 첫 책 출판하기, 막내 수현이의 소원은 역시나 동물원 가기, 가만히 듣고 있던 보미는 인기 있는 그림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미의 첫 sns 계정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올리면서 구독자 100명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우와! 100이면 엄청 많은 숫자인데!"
보미에게는 상상만 해도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보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보고 따라 그리는 그림보다는 상상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림을 주로 그린다. 말풍선도 들어있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시리즈 그림들도 있다. 6살 여름 즈음부터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서 가방에 가지고 왔다.
"난 유치원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좋아!"
나는 보미에게 그날 그리고 온 그림에 대해 물어봤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올까 매일 기대가 되었다. 나 또한 엉뚱하지만 재치 있는 그림과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더욱 커졌다.
93 게시물, 17 팔로워.
"내 그림을 17명이나 보고 있는 거야?"
팔로워 수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누군가가 보미 그림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 신청을 하는 게 신기하면서 좋은가보다. 6살 때부터 그렸던 그림들을 함께 보면서 그때의 추억, 이야기들에 웃겨서 깔깔깔 웃는다. 그림체, 글씨체가 1년 사이인데도 조금씩 멋스럽게 달라져 있었다. 그림을 매일 기록하며 보미는 그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어린이 사생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처음 참가하여 우수상도 받고. 이 또한 일 년 후엔 멋진 성장 기록이 되겠지.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고자 한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글을 기록해도 좋고,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만든 작품들을 기록하는 것도 좋다. 기록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능력을 키우는 힘이 될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 보미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토토로, 엔칸토처럼 재밌는 영화를 직접 만들고 싶다고 얘기한다.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것을 가르쳐줬더니 요즘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역할극을 하며 동영상을 찍을 때가 많다. 찍고 보면서 깔깔깔 웃고.
어린 시절에 좋아했거나 즐겨했던 것들이 성장하면서 큰 영향을 준다. 그 영향들이 어른이 되어서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튜버, 웹툰 웹소설 작가 등 IT기술로 인해 직업이 더욱 다양해졌고 나이, 장소에 상관없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커서 꿈이 뭐야는 옛말일지도. 어린이도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세상에서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한 단계 발전시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인 것 같다. 그 첫 단계가 기록이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잘할 수 있고, 잘하는 것을 꾸준히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기록에 있다.
좋아하며 잘하는 일을 하면 매일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자존감이 충만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 아이가 이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가장 바라는 건 누구보다 부모이지 않을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아이의 사소한 생각, 말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내 아이가 무얼 좋아하고 재능을 보이는지 알아차려 더욱더 재밌는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건 어떨까.
어떨 때 아이가 웃고 열정적으로 얘기하고 집중을 하는지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남는 건 기록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