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대화

식탁 위 경제 이야기

by 해나

하루 중 가족이 모여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출근, 등교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퇴근하고 와서는 밀린 집안일에 피곤함에, 하루 중 유일하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식탁에서조차 의무적인 말들로만 가득 채우는 건 아닐까. 아이들에겐 잔소리로 들리는 말들.


가족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시간만큼이라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대화를 가졌으면 한다.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가 아닌 정말 재밌고 흥미 있는 이야기들로 말이다. 또는 시시콜콜한 가족의 일이나 쓸데없는 대화라도 괜찮다. 아이들에겐 쓸데없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어른들이 하는 모든 말들이 궁금하니까. 숙제했어? 오늘 하루 어땠어? 등과 같은 매번 같은 질문만 아니면.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모이는 수요일, 금요일 저녁과 주말 아침 식사 시간은 늘 한 시간을 훌쩍 넘는다. 경제, 세계, 사회 이야기뿐 아니라 난센스 퀴즈, 거꾸로 말하기, 스무고개 등 이야기도 다양하다. 각자 이야기 나누고 싶은 걸 말하다 보면 "내가 먼저 얘기했는데?"라며 말이 겹치는 때도 꽤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하니 분위기도 좋다.


나는 1년 넘게 매일 새벽 5시 반이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경제신문을 읽는다. 몸이 피곤해 더 자고 싶고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번뜩 일어나게 된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이야기들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좋을까. 아이들은 나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는 마음에 더 부지런히 신문을 읽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생각, 재밌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아이들은 물론 우리 가족 모두 식탁에서의 대화가 너무 재밌다. 주말엔 아침 식사 시간을 더 오래 가질 수 있기에 주말 아침은 더 기대가 된다.


"엄마, 러시아 대통령 이름이 푸틴이야?"

"응.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 군인들 30만 명을 더 추가했대."

"우크라이나는 왜 러시아 땅 공격 안 해? 무서워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를 점령했어. 빼앗긴 도시를 찾는 데 더 힘을 쓰고 있는 거지."

"점령이 무슨 뜻이야?"

"어떤 곳을 차지한다는 뜻이야.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공격해서 차지했거든."

"진짜 나빴네. 푸틴 대통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보더라도 나라를 지키는 힘이 아주 중요해. 러시아는 땅이 넓어 자원이 많아 자원을 판 돈으로 나라를 지키는 데 쓸 수 있어. 탱크, 미사일, 전투기 등을 살 수 있고 전투 장비들을 직접 만들거나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데 돈을 쓰지.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인구도 적고 땅도 작아서 군인들이나 자원이 러시아만큼 풍부하지 못해. 그래서 미국이 전투 장비를 보내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도와주고 있지."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은 무섭겠다."

"전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간 사람들이 많아. 난민이라고 하는데 여러 나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주면서 돕고 있기도 하지."

보미가 종이와 펜을 갖고 오더니 돼지가 감옥에 갇힌 그림을 그리고서는 푸틴 감옥이라고 쓰고 냉장고에 붙인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어린이 나름의 해결 방법이 아닐까.


식탁 위 가족 대화에서 경제 이야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너무 무겁거나 지루한 내용이 아닌, 쉽고 때론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한다.

"보미 10살, 수현이 8살 되면 우리나라에 하늘을 나는 택시들이 생긴대."

"하늘을 나는 택시? 너무 웃겨."

"그럼 차가 막힐 때 빨리 갈 수 있겠지? 구름빵 먹고 하늘을 나는 고양이들처럼."

"나도 타고 싶다! 그런데 하늘에도 땅에서처럼 차들이 많아지는 거 아니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들이 많아지면 그러겠지?"

"차 때문에 하늘을 볼 수 없을 거 같은데? 새들이 날다가 차에 부딪히면 어떻게?"

"생각해보니 그러네. 새를 피해서 운전해야겠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네."

"새가 나는 걸 가까이에서 볼 수는 있겠다!"

"하늘을 나는 택시는 주차를 도로에 하면 차들이 다니는데 위험하니까 건물 옥상에 한대."

"우리 아파트 초록 옥상처럼 되어 있으면 주차할 수 있겠다."

"우리 아파트에도 하늘을 나는 택시가 왔으면 좋겠어?"

"응! 나도 타보고 싶어!"


"엄마! 오늘 유치원 화장실에서 하은이가 곰 봤대. 무지개 색깔에 눈은 빨갛대. 유진이도 봤대."

"진짜? 보미는 못 봤어?"

"난 못 봤는데 교실에서 진동이 느껴졌어."

"그래? 정말 있나 봐."

"나도 보고 싶어! 하은이가 곰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줬어. 곰이랑 비밀하기로 했대. 그런데 그 곰 하온이 꿈속에 제일 처음 나왔으니까 나도 곰 꿈을 꾸면 나타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인데. 곰을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 꿈에 나올 수 있겠다!"

"일단은 그림을 그려서 침대방 복도에 놔둘래. 잠자다 깨면 그림에 나온 곰이 나타날 수 있잖아?"

네 마리의 특이하게 생긴 캐릭터들을 그리더니 침대 방 복도에 둔다.

"내가 이 네 마리 이름도 지었어. 숫자도 있어. 숫자는 힘을 나타내."

"여왕도 있네? 왕관도 쓰고."

"응. 그런데 꼬리가 왕관이야. 주황색 빛을 내."

곰보다는 포켓몬스터에 더 가까워 보였다. 어찌 됐든 보미 꿈속에 꼭 나타났으면 좋겠다.

자기 전 작은 손을 모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꼭 나타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거겠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웃음과 에너지가 넘치는 식탁 위 대화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일 아침 식탁 위 가족 대화에서 아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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