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함께 책읽기
"오늘 누가 엄마랑 읽는 날이지?"
아빠가 일찍 퇴근했던 지난 수요일에 누가 엄마랑 책을 함께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물어본다.
"아마 수현이일꺼야."
아빠가 일찍 퇴근하는 날인 수, 금요일엔 자기 전 책읽기는 아빠도 함께한다.
아빠와 함께 하는 날은 수현이와 보미는 엄마랑 한 명, 아빠랑 한 명 이렇게 나누어서 읽는다.
"그럼 오늘 내가 아빠랑 함께 읽을거니까 음.. 전천당 봐야지."
읽고 싶은 책을 골라오지만 보미는 함께 읽는 사람에 따라 책을 다르게도 고른다.
아빠랑은 요즘 늘 전천당이다. 베니코 목소리를 아빠가 너무 어울리게 한다나.
자기 전 독서를 시작한 지는 보미가 돌 지나서부터니 5년 넘어간다. 수현이는 2년이 넘어가네. 거의 매일을 주말도 빠지지 않고 자기 전에 침대 위에서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와서 함께 읽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한 날에는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이 시간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피곤하더라도 이 시간만큼은 꼭 갖으려고 한다.
지식에 투자하는 것은 늘 최고의 수익률을 지급해준다.
_벤저민 프랭클린
천재 사업가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우주 여행과 로켓 기술에 뛰어들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저 그것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시작했을 뿐입니다." 정신이 확장될수록, 가능성은 커진다.
_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5살 수현이가 오늘 고른 책은 <숲 속 100층짜리 집>이다.
"엄마 대벌레는 숨박꼭질 엄청 잘해. 근데 내가 다 찾을 수 있어. 여기 숨었고 여기도 숨었고."
"오 대단하다."
"엄마 하늘가재가 사슴벌레야?"
"응. 사슴벌레를 다른 말로 하늘가재라고 한대."
"왜 하늘가재지?"
"그러게. 가재가 하늘을 날고 싶어서 이렇게 손을 하늘 위로 으쌰으쌰하다가 뿔이 하늘 위로 솟는 것처럼 변해서 하늘가재가 되었나? 크크크"
"집게를 갖고 싶어서 그랬던거 아니야? 크크크. 진짜 웃기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목소리를 따라 함께 책을 보며 얘기하고 웃을 때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어제는 보미가 자주 보는 책 중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만화책을 갖고 와서는 함께 읽다가,
"엄마 대출이 뭐야? 빚은 뭐야? 빚이 있으면 안 좋은 거야?" "우리도 빚이 있어?"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많은 걸 물어봐서 설명해주다가 한 시간 늦게 잠이 들었다.
그림책 한 권, 긴 내용의 책의 경우 한 챕터를 함께 읽는 시간 3, 40분은 늘 부족하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생각, 질문들에 늘 놀랜다. 궁금한 것도 많고 떠오르는 재밌는 생각들도 많고.
4~7세 아이들이 배경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을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동화와 조절로 표현했다.
'아, 난다고 모두 새가 아니구나. 비행기구나.'
조절 과정을 통해 아이의 인지 구조에 질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자신이 알고 있는 도식을 사용해 새로운 자극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해, 더 나아가 자신만의 창의적 사고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알게 된 하나의 지식이 그다음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연결 다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식이 있어야 새로 제공되는 지식과 결합해 더 넓게 확장되어 기억 속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의 의미를 잘 이해하려면 그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배경지식이 풍부한 아이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_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이임숙
7세 이상의 아이들이라고, 어른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알고 있는 지식이 다양하고 풍부하면 그만큼 생각이 창의적이며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보미는 유치원에서 그림책을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 매일 밤마다 읽는 그림책처럼.
이면지를 접고 가위로 잘라서 8장 정도의 작은 책을 만들어서 그 안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그림책을 매일 한 권씩 만들어서 온다.
"엄마! 오늘은 그릇씻기 사전 그림책을 만들었어! 이거 봐봐. 제일 처음은.."
무척 신난 표정으로 나에게 설명해주는데 매일 만들어 오는 보미의 그림책을 볼 때면 요즘 보미의 관심사항, 생각들, 고민을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그림과 글로 알 수 있다.
요가 선수 햄치, 감옥에 갇힌 돼지, 3.1 운동 등 생각도, 표현도 참 다양하다.
오늘은 어떤 마음, 어떤 생각으로 유치원 생활을 했으려나.
오늘 그림책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_어느 스페인 작가의 말, 돈을 부르는 작은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