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터졌고, 출근도 터졌다. 그리고 나는 따뜻한 잔을 들었다."
스물여덟 짧은 인생에 3번의 탄핵 소추안 발의와 2번의 탄핵 인용을 보았다.
정치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하지만 이 글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굳이 담을 필요도 없고 그냥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내 생각을 조금 남겨보려고 한다.
호들갑 떠는 내 친구의 주제 추천이 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정치와 사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다 보면 굳이 그런 곳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잘 살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 사회 면 말고도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굳이 내가 누구를 뽑아도 그렇게 큰 기대를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 그렇다고 해서 대충 뽑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누구보다 선거 관련 유인물 열심히 보고 내 나름의 가장 좋… 아니, 가장 나쁜 것은 피해서 항상 골랐다.
누군가의 비리, 범죄, 이런 소식을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당연히 내가 그 자리에 있어도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은 욕망이라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거 하면 이만큼의 이익이 너에게 돌아와", "이렇게 하면 네가 유명해지고 촉망받을 수 있어" 이렇게 말하며 (내게 나쁜 기회… 아니지, 그 선택을 할 때만큼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가온다면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원죄에 빠져 사리 분별을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인데 어쩌겠나.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별로 그런 뉴스에는 화가 나거나 별다른 생각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으레 벌어지는 일이 일어났다는 정도의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근데 "계엄"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조금 다른 반응을 일으켰다.
사실 실시간으로 계엄에 대한 소식을 듣지는 못했고 자고 일어나니 계엄이 선언되었다고 한다. 아, 아니지 이미 해제되었다고 한다의 결과만을 들었다.
하지만 이전의 뉴스와는 다른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뭔가 찝찝하고 기분이 나빴다.
역사책에서 보던 "계엄"이라는 단어를 내가 지금 네이버 속보로 보고 있는 게 맞나? "계엄"이라는 단어를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가 났던 것 같다. 이 말도 안 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나는 출근을 했다. 뭐 어쩌겠나. 나는 직장인이고 계엄이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내가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그 또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참 혼란한 몇 개월을 보냈던 것 같다. 세상이 나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들로 보냈던 것 같다.
물론 결과적으로 다시 "계엄"이 선포될 일은 일단 없어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우리는 새로운 나라의 수장을 뽑는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누가 가장 적합한… 아니, 이 중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들을 소거하는 방법으로 일단 지켜보고 있다. 근데 잘 모르겠다. 여전히 공부할 게 많고 알아야 할 게 많은 20대 청년 중에 한 명일 뿐인 내가 곰곰이 생각해서 고른 그 답이 정답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먼 훗날에는 후회할 수도 있는 선택을 한 달 동안 깊게 지켜보고 고민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에게는 그런 통찰력도 똑똑하게 분석할 머리도 없긴 하지만 일단은 가장 덜 후회할 방법을 선택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