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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7. 2015

야생 고양이#7 <네팔> 카트만두 홈스테이 한 달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네팔 NEPAL

논밭, 정글, 산들이 펼쳐진 푸른 땅 위에 듬성듬성 저층의 색색 벽돌집이 여기저기여서 정리되지 않은 정감 있는 장난감 세상 같은 귀여움이 가득한 곳, 구름이 넓게 끼어있는 우기의 카트만두에 도착하고 있다.

 

랄리뿌르 Lalipur에서의 한 달.

*홈 스테이: 일상

계속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스쳐가는 관계들이 아니라 더 인간적으로 하나의 마을을 이해하고 작은 구성원이 되어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네팔 도착 전 미리 알아본 단체를 통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중심에서  40분가량 차량으로 이동하면 있는 외곽지역 랄리뿌르에서 한 달간의 홈 스테이가 시작된다.


이름이 있는 큰 단체들은 네팔 사람들이 아닌 외국인이 만들어 운영하곤 하는데,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루어진 장기 자원봉사이다. 단기의 경우 유명한 이름과 보장된 기관이라는 허울을 앞세워 좋은 시설을 제공하고 많은 수익을 자원 활동가로부터 받아 그들에게 활동의 장을 제공한다. 그러나 나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추천받아 지원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네팔 현지인 크리슈나의 가정집에서 머무른다. 그는 가난한 네팔의 미래를 걱정하며 현지인들과 현지 특산물 등의 지역의 강점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사업을 만들기 위해 희망을 꿈꾸는 사람이다. 농업의 경우 그저 마구 잡이로 심고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방법, 그리고 수확 이후 상품 개발 등으로 해외 수출을 통해 현지인들이 가진 소자본으로 커다란 경제 산업을 만들기를 꿈꾼다. 그것을 위해 해외 자원 활동가들을 초대해서 네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지식정보나 유통 통로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근방에 있는 교육 시스템에 더욱 활력을 넣어주고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크리슈나는 두 딸과 아내,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산다. 그가 사는 랄리뿌르 타이바 근처에 그의 친척들도 옹기종기 모여 살며 서로를 돕는다. 그의 집은 부엌, 거실, 그리고 큰 방 두 개로 이루어져 있고 2층과 3층은 건축 공사를 하다 만 채로 놓여있다. 넓이보다 높이가 더 큰 집들이  이곳저곳에 있다. 사리를 입은 사람, 교복을 입은 학생,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이들 잘 포장되지 않은 중앙 도로를 타고 여러 사람들이 다닌다. 논밭이 지천인 카트만두 외곽지역에 푸르른 냄새가 우기의 비를 타고 날아온다.



산이 병풍 산수화 같은 시골에 귀뚜라미가 울고 아이들이 실컷 떠들고 웃는다. 정전은일상 다반사. 시냇물을 건너 친구의 집으로 향하고 길은 항상 울퉁불퉁하지만 자연이 숨 쉬고 낭만이 감돌아 사람 맛 나는 곳, 랄리뿌르이다. 아침에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이마에 빨간 점을 찍고 집 문 위에 빨간색 노란색 가루를 발라 하루를 축복한다. 하루의 안녕을 기원한다. 아침 7시 30분에 밀크티 한잔과 비스킷 혹은 빵, 그리고 나면 아침 10시에 밥과 카레를 먹는다. 그리고 점심은 2-3시쯤 그 이후에 간식, 그리고 저녁은 8시쯤에 먹는다. 홈스테이를 했기 때문에 늘 현지인식 식사다. 때로는 고기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야채를 위주로 먹는다. 어찌 되었든 먹는 건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그리고 따뜻한 물은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혼자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화스러운 일이다. 물은 늘 아껴 써야 하는 것이다. 빨래를 할 때는 부엌 뒤편에 있는 시냇가에서 먼저 흙물과 전체적인 더러움을 지우고 깨끗한 물은 헹굴 때만 통에 받아서 2차례 정도 시행한다.


컴퓨터로 이메일 하나를 확인하려면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가족들의 왕래가 잦고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고 빈둥대는 청년이 많다. 카트만두의 대부분의 기업체와 장사들은 중국과 인도, 혹은 타국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잦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통 네팔 사람들이다. 네팔의 TV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 인도의 것이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네팔 사람들은 인도 말을 알아듣는다. 볼리우드(인도) 영화, 드라마, TV쇼까지 거의 모든 것이 인도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고, 요즘엔 중국에서 네팔에 많은 투자를 벌여 입지를 높이고 있다. 네팔과 인도 사람들은 주로 힌두교를 믿고 비슷하게 생긴 알파벳을 쓰지만 분명히 다른 언어이다.



풀초키 공립학교 Phul Choki School

그곳에 한 달간 지역 공립학교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네팔은 공립학교가 매우 적고 사립학교가 많은 데, 사립학교의 경우 금액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대부분 가난한 학생이 다니는 공립학교의 경우 부모의 경제적 일을 도와야 해 결석이 잦고 부모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도 낮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에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등 학습 의욕이 매우 저조하고 대부분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선생님들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아 선생님들은 다른 곳에서 몇 가지 일을 더 하는 등 기본적으로 학습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좁은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그 공간을 이용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제대로 된 창문이 없어서 저학년이 학교 앞에서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고학년 수업시간에 방해를 주고, 한 술 더 떠서 학교 한쪽은 공사 중이다. 크리슈나의 말로는 예전엔 더 열악했는데, 철로 된 지붕이어서 비가 오는 날엔 선생님이 하는 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랄리뿌르의 풀초키 공립학교에서 내가 했던 일은 영어를 쓸 수 있으면서도 학업에 많이 치이지 않는 의욕적인 8학년을 데리고 진행한 수업이었다. 수업은 다른 세계에 있는 언어, 문화, 역사 등 네팔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다른 세계에 대한 전반적 인흥미유발이 목적이다. MBTI 등 자기 자신에 관한 진로를 탐색해보기도 하고, 발표 기술을 알려주고, 마지막에 네팔과 관련한 주제를 조별로 정해서친구들에게(마치 한국 친구들에게 알려주듯이) 발표를 하는 내용의 수업 계획이다.


12명의 학생과 4주 간의 수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계속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가장 힘들다. 방과 후 수업이기 때문에 학교에 왔다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간 경우, 다시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을 만큼의 의욕을 갖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과 후 교실: 실상

처음엔 열의가 넘쳤던 수업에 점점 참여율이 적어진다. 아이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조금 고리타분할 수 있는 지적 공부하기는 싫어한다. 재미있는 것은 무엇이고 도움을 주는 공부는 무엇일까. 3명 밖에 없는 교실에 아이들은 하품을 하고 나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며 동기부여에 실패한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인 걸까. 명확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당연히 의욕이 없고, 그저 비슷한 자기 일상에 있는 편안함을 선택하기 쉽다. 그래서 새로움이나 변화나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은 줄어들고 그만큼 발전이 없다. 이렇게 참여율이 저조한 날에는 나조차 힘에 부치지만 좀 더 창의적으로 수업을 만들어 서로에게 더 좋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신나지 않으니 아이들은 당연히 지루함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특히나 몇몇 아이들은 속 이야기를 잘하지 않으니 감정교류가 적어 더 알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규 교과시간에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과 연대를 쌓는 등의 노력으로 참여

율을 높일 수 있었다. 카우치 서핑으로 알게 된 자원 활동에 관심 있어 하던 젊은 독일인 커플이 그곳에 방문해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같이 수업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동네 어귀에 살고 있고 각자 다른 배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들의 집을 방문할 수도 있었다.



네팔 사람이 말하는 네팔

크리슈나에 의하면 네팔은 정말 가난한 나라이다. 자연을 지켜야 하면서도 발전을 꾀 해야 하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위한 통로마저 굉장히 부족하여 인접국가에 의존해야 한다. 그가 분석한네 팔의 3대 개발 가능성은 관광업, 높은 지대를 이용한 수력발전, 그리고 농업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 도움을 구해서 근근이  먹고살아 가는네 팔이 아니라 투자를 받고 생산품을 만들어 내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내려 노력한다. 크리슈나는 이전에 여러 나라의 자원봉사자들을 받아서 네팔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술을 배우게 하고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는 농업이나 상업을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뿐이지만 똑똑한 크리슈나는  이곳저곳에 도전하고 더 나은 네팔을 꿈꾼다. 네팔에 있는 많은 지식인들은 그 나라 경제 상황을 좌절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려 노력한다. 당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떠난 수많은 네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TV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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