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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7. 2015

야생 고양이#6 <중국>
중국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분실

리장 Lijang 은 샹그릴라 Sangrila 와 맞먹는 윈난성 여행의 주요 장소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몰려 드는 중국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숙소 구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곳엔 오래도록 지켜진 옛 마을들, 고성들이 있어서 마치 인사동과 비슷한 길들 이 엄청난 규모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고성이 아니라 여러 개로 흩어져있다. 리장에는 곳곳에 숨겨진 옛 건물들에 매력에 심취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너무 많은 관광객들과 관광업소들로 인해고성은 상업적으로 변해 고유하고 깊은 가치가 가려져 있다.


해가 저물고 야시장이 번쩍인다. 수 많은 군중 사이에서 약간 정신 팔린 사이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미안하다고 하더니 지나쳤다는 것이 3 분여 지나서 주머니를 확인해 보니 핸드폰이 없어졌다. 정신 없이 인파 사이를 뒤돌아 핸드폰을 찾아 헤맨다. 어디에서도 핸드폰을 찾을 수 없다. 훔쳐갔나. 내가 흘렸나. 노트북도 없고 카메라도 고장 난 터라 핸드폰은 나에게 중요한 알림의 도우미인데, 그 저녁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 갈 때까지  정신없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는다. 어디에 있지. 중요한 건 숙소를 돌아가는 방법도 모른다는 것인데, 숙소이름까지도 까먹었다. 지도도 없이 위치도 모르고 돈도 없는데 그날 어떻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한국에 연락을 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지만, 중국에서 개통을 안 해놓은 탓에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마치 툭하면 나올 것 같은 핸드폰은 어디에도 없다. 습관적으로 늘 있었던 장소에 있을 줄만 알았던 것은 물리적으로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 추상적인 관리에 나를 떠난 것인가 보다. 나의 칠칠 맞은 행동, 그리고 그 모든 기억에 시달려 어쩔 줄 모른다. 그저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려 어른스러운 척 노력한다. 그리고  그다음날 바로 리장을 떠났다. 



따리 Dali 는 리장과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분명히 다른 곳이다. 그래도 조금은 더 여유가 있고 시원시원하게 터진 길이 있다. 그곳에서 정말 좋은 숙소를  추천받았고, 드디어 마음에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따리 주변에 있는 유적들을 보기도 하고 커다란 호수를 응시하고 소수민족 사는 것을 구경하기도 한다. 곳곳에 작은 마을들이 있고, 그곳을 다 즐기기에 빌린 자전거와 계획되지 않은 하루 여정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다. 호수를 끼고 달리는 많은 여행자들이 있다. 따리의 호수는 둘레  120km로 굉장히 크다. 그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시골의 여유를 따라 자전거를 탄다. 그곳에 놓인 작은 마을들이 여유롭다. 물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페달을 정말 열심히 밟았다. 곳곳의 풍경을 즐기고 오고 가는 여행자들을 구경하며 일주일을 머물렀다. 그 사이 동행했던 한국인 친구도 중국인 친구도모도 자신의 일상을 찾아 떠나갔다.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쉼을 취하는 시간은 효율성 없어 보이지만 장기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중국 여행이 서서히 끝나고 있다.



느린 여행

숙소 알바생 윈윈의 추천을 받아 계획에 없던 고성이 있는 작은 마을 샤시 Shaxi 를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곳에서 검은색 천으로 가방을 둘러싼 머리가 긴 장기 여행자 소영언니를 만난다. 샤시는 목조건물이 많은 운치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 오래됨이  상업화된 다른 윈난성 방문지보다 더 진실성 있게 다가온다.


짐을 내려두고 마을을 산책하고 있던 나는 숙소를 찾아 헤매던 그녀를 보았고, 길을 물었고,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느린 여행자.’ 그녀는 벌써 10개월을 여행한 장기 여행자이다. 길 가에 있는 중국인 할머니에게 아무렇지 않게 한국말로 대화한다. 그래도 대화는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각 나라에 가서 대체로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그녀의 부드럽고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여유롭다. 지칠 때면 들어가 쉬고 차 한잔에 낭만을 음미하는 느린 여행이다.  그동안 한국의 장기 여행자들을 블로그에서 보았지만 이렇게 만날 줄 몰랐다. 발길이 닿는 곳으로 느낌이 오는 곳으로 흘러가는 듯한 여행 방식을 보면서 내  정신없고 바쁜 여행을 되돌아 본다. 우린 밥도 같이 먹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면서 샤시를 즐긴다. 옥수수밭 작은 시장 터 바쁘지 않은 여유 속 몇몇 미대생들이  여기저기 샤시 근처 고성을 그린다. 푸른 산들 이여름 에너지를 발산한다. 하루는 샤시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에게 밥을 얻어 먹기도 한다. 거대한 중국 땅에 아직 여행자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그곳은 아직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별 기대 없이 간 작은 마을에서도 인연은 이어진다. 그녀는 분명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치열한 삶을 살아야겠지만 욕심을 조금 버리면 그런대로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고. 삶에 균열이 필요하다. 자신을 확장하고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할 균열, 그녀에게 그것은 장기여행이다.



45일간의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며 새로운 세계, 네팔로 향하는 내 마음은 들떠있다. 21세기 Made in China 세계에 살고 있다. 많은 것들이 중국과 연결되어있고,  우리나라의 역사까지 그러하다. 어찌 이 커다란 대륙을 이 짧은 기간에 이해할 수 있겠냐만 가깝고 먼 나라 중국 대륙의 거대함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길 위에서 중국 사람을 만날 것이고 언젠가 다시 가서 또 다른 중국의 면모를 볼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면, 아쉬움보다는 다음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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