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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7. 2015

야생 고양이#5 <중국>
윈난성을 찾아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외딴 마을 찾아

따오청 Daocheng 은 여행자들이 야딩 Yading 을 가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그런 중간 거쳐가는 마을의 역할을 가진 따오청은 야딩을 빼두곤 특별히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곳이다. 하필 그 시기에 야딩이닫히다보니 따오청은 더 없이 한가하다. 저녁에는 마을 광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단체로 원을 그려 리듬에 맞춰 몇 가지 동작을 하며 빙빙 도는 춤사위가 한창이다. 그것은 축제라기 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생활의 활기이다. 달빛  아랫사람들이 빙글빙글 돈다. 개인과 개인은 하나로 연결되고 공동체는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들로 밤을 수 놓는다. 트로트 비슷한 음악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달빛과 군무에 취한다. 


그리고 다음날 프란시스가 말한 마을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따오청에서 걸어서 북쪽으로 2km 들어가서 왼쪽에 있는 마을. 그는 굉장히 모호하게 그 절이 있는 다른 작은 마을을  이야기해줬는데, 길을 걷고 있을 때 그곳의 이름마저도 희미하다. 불확실한 걸음이다. 마을 끝까지 가서 더 가다 보면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 보인다고 한 게 전부다. 그런데 마을 끝이 어디인지 이미 끝나서 더 걷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끝난 게 아닌 것인지 워낙 작은 마을 시골 밭들이 이어져 있어서 애매한 방향감각으로 걷는다. 꽤나 걸은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산 중턱 마을. 다시 그곳까지 오르는 데도 생각보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명확한 길이 있는 게 아니어서 돌로 된 길을 이리저리 헤매며 보이는 곳에 다다르려 노력한다. 석공들의 작은 일하는 곳을 간간이 지나치며 닿을 듯전혀 가까이 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그 마을을 향해 오르고 오른다. 고도가 높아서 숨이 턱까지 차올르지만 호기심이 이끌고 있다. 


그곳은 티벳 승려들이 사는 마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처음 본 어린 승려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릉바 Leng Ba 

커다란 절이 있고, 그곳에 티벳 승려들이 기도를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티벳 마을 특유의 흰 벽, 나무 테두리와 붉은 색과 황금색이 섞인 장식, 커다란 절간이 있다. 그 내부는 커다랗고 웅장하며 화려하다. 우연히 만난 스님은 걸어서 20분이면 다 볼 수 있는 그 작은 마을을 구경시켜주고 자신들의 부엌에 데려가 라면 하나를 내어 준다. 나무로 만든 컴컴한 공간에 햇빛이 들어오고 그들은 평범하고 소박하게 담소를 나눈다. 그곳은 평범한 마을이라기보다 티벳 승려들을 위한 공간인 듯하다. 나를 보고 몇 가지를 묻다가 이내 자신들의 일상을 지속한다. 차를 마시며 나는 조용히 그들을 응시한다. 고도가 높아 약간 쌀쌀한 7월의 날씨에 주전자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게 불을 때운다. 서민들의 삶이 보이는 아주 작은 마을 속 소탈한 사람들은 평온해 보인다. 마치 빈 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같은 소박한 이미지가 보인다. 그들의 작고 단순한 삶의 패턴과 웃음과 여유가 그 긴 걸음을 가치 있게 해준다. 삶은 감자 같이 소박하고 털털하다. 화려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지만 그냥 그대로 좋다.



윈난성 Yunnan

샹그릴라 Shangrila.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1933년에 펴낸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란 소설에서 이상향으로 창안해 낸 도시 이름이다. 이 곳이 그 곳으로 추측될 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샹그릴라이다. 푸른 자연에 둘러싸인 윈난성에 들어서면서 티벳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고 다양한 다른 소수민족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화려한 각자 마을의 옷을 입고 마을마다 약간씩 다른 거주 양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 소수민족은 중국 한족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아주 예전부터 지속적인 중국의 영향을 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성들과 멋진 산수화, 혹은 흰색 벽에 검은색으로 문양과 한문이 그려진 집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있다. 그들의 생김새 또한 한족과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중국 주요 도시들과 다른 풍경과 문화들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티벳 여행이 거침없는 젊은이들의 도전이라면 이 곳 여행은 모험보다는 소수민족이 갖는 이색적이고 고풍적인 분위기와 함께 주로 먹고 즐기는 소비적이다. 모두들 바쁜 상업적 공간, 즐거움을 찾기 위해 온 수많은 중국 여행자들이 야단법석이다. 중심부 길거리에는 고성 내부를 신축해 만든 수 많은 상점들이 다양한 종류의 독특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밤마다  여기저기 술집들이 음악소리와 사람 소리로 들썩이고 몇몇 술집에서는 무대에 나와서 모두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시간을 각자 즐기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한데 섞여 즐기는 방식의 분위기가 만연 하다. 왁자지껄 한 야시장은 각종 고기류에서 디저트류까지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8월의 샹그릴라 소낙비가 자주 내린다. 그래서 푸른 하늘 아래 멋진 풍경을 오래 지속해서 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성수기에는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비 오는 거리는 사람으로 붐비고 여유로움이 없다. 그래도 어렵게 마음이 맞는 숙소를 구하고 또 이동할 정보를 얻는다. 자전거를 빌려 샹그릴라 외곽지역에 가면 둥근 산들과 너른 자연이 있는 여유로운 이곳의 매력에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소나기에 대책 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겉모습이야 뭐 어떠랴, 그런대로 시골길 낭만이려니 페달을 밟는다. 생기가 와 닿는다. 뻥 뚫린 하늘과 여유 있는 시간, 논밭에 농사꾼들이 밭을 가꾼다. 넓은 중국에는 다양한 모습이 살고 있다.



씨씨 Sissi

그 수 많은 그룹 여행자들 사이에 홀로 여행하는 중국인 여행자인 그녀는 자신을 씨씨라고 소개한다.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배우는 그녀는 차분하고 수려한 영어로 이야기한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 평범한 얼굴에 반 테 안경을 쓰고 곱게 머리를 빗는 그녀는 잘 정리되어있는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고, 확신에 찬 말투로 이야기하지만 또 한 켠에 혼자 여행하는 것을 약간은 두려워하는 빛을 내비친다. 대부분 중국 젊은이들처럼 그녀도 외동딸이어서 부모님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다만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것은 그곳을 역사적인 관점으로 관찰하고 두꺼운 여행서적을 읽고 공부하면서 천천히 하나하나 이해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냥 보기에 조금 고리타분하게 자신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외로움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한다. 그녀는 읽고 쓰고 말했다. 그녀에게 신조가 있다. 


Stay hungry. 

Be humble and strong

겸손하고. 강인하게.


나는 고생을 하기 위해서 이 여정을 떠나고 있어. 이것은 배움의 길이야,
 단 한 번도 휴양을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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