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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7. 2015

야생 고양이#4 <중국>
동티벳 여행자들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그들 각자의 여행하는 법

정말 짧았지만 그렇게 쓰통 무리와 헤어져야 한다. 그들이 가는 곳은 외국인은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티벳 라싸이고, 나는 다른 동티벳 지역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방향을 달리한다. 갈 길이 먼 그들은 한 곳에 더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고, 나는 리탕에 남는다. 


비가 내린다. 도미토리가 있는 다른 숙소로 옮기면 15인실 쯤 되는 공간에 다국적 여행자들이 모여있다. 지난 10개월 동안 5개 국가를 여행한 40대 부부, 브라질 저널리스트,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이스라엘 청년, 아일랜드 사진작가 같은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여행하고 있으며  정신없이 열정을 쏟아내며 움직이는 중국의 젊은 청년들의 라싸행 여행과 상반되게 각자의 개성으로 느리고 풍요로운 여행을 추구하고 있다.

프란시스 Francis

호기심 어린 파란 동그란 눈으로 아이리쉬 발음을 툭툭 내던지는 30대의 사진작가. 구불거리는 회색 머리카락은 대충 빗지 않고 부스스하다. 그는 비가 오는 아일랜드를 떠나 스페인으로 넘어가 회사생활을 하다가 카메라 하나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약간 격양된듯한 목소리로 세상에 있는 작은 것들에 호기심과 흥미를 말한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독일인 부부에게 자신의 한국 여행 경험을 말하며 방문을 권유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다를 건너 강릉에 도착했어. 영어가 하나도 없는 곳에 멀뚱하게 서 있으니 사람들이 나를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더라고. 그런 일은 내가 여행하면서 아주 종종 있던 일이야. 또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정말 몇 년은 젊어진 거 같아. 건강한 느낌이 들어. 오래 있으려고 방문한 곳이 아닌데 2달이나 머무르며 돌아보았지 뭐야. 한 번은 부산에 가서 카우치서핑을 했었는데 함께 그의 친구들과 함께 소주를 마셨어. 한국 사람들은 참 유쾌해. 내 여행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어.”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찍은 멋진 사진들을 판매하며 회사에 틀어박힌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의 생활을 꿈꾼다. 그는 이제 자신의 하루와 내일을 기대하며 산다. 더 좋은 사진을 찍고, 그것으로 벌어들인 작은 돈으로 계속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하나 하나씩 꿈꾸는 것을 추구하며 새로운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자신의 하루를 그려나가는 것을 그는 행복이라 부른다. 분명 쉽지 않겠지만 한 걸음씩 그는 사진과 여행을 통해 자아실현을 꿈꾸는 좋은 사진작가가 되고 있다.


나홍 Nahong

어깨까지 오는 긴 갈색 빠글 머리 20대 초반의 호리호리한 이스라엘 남자 나홍은 저돌적이고 막무가내이다. 호스텔 15인실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바닥에 매트릭스 하나 널 부러진 아무도 안 잘 것 같은 곳에 기어들어가 잔다. 어떻게든 여행 지출을 줄이고, 가장 최소경비로 이동하고 숙식하는가가 중요하다. 입장료를 안 내고 관광명소를 들어가는 방법, 히치 하이킹을 하고 중간에 오갈 데 없게 되면 문을 두들이고 들어가서 재워 달라고 부탁해서 하룻밤을 지내기, 트럭에 숨어서 타 타지인에게 막힌 동네에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한다.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고 놀지 고민하며 철학책을 읽는다. 야생과 같은 눈은 짙은 갈색인데 무슨 장난을  칠지 궁리하는  듯하다. 느리고 능글맞은 듯한 영어를 구사하고 지나가면서 친구를 만들지만 궁극적으론 혼자 여행한다. 더 자유롭게 홀로 떠나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그는 거침없이 말한다.


 “왜 언어가 안 통한다고 걱정해? 그게 주는 재미도 있잖아. 더 과감한 여행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좀 고생하고 좀 외로운 건 혼자 여행하는 것의 묘미 아닌가? 뭘 그렇게 쩔쩔매. 음.. 나같으면 좀 더 즐기겠어.”



40대 독일인 부부

땅딸막한 키에 깡다구 있는 말투를 가진 의사 아내와 키가 크고 느리게 한 걸음씩 걷는 따뜻한 선생님 남편. 그들은 10개월째 여행 중이다. 그러나 그들이 방문한 나라의 숫자는 고작 5개. 그리고 이제 남은 2달을 어떤 나라에서 보낼지 고민하는 중이다. 하나의 나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을 이해하면서 느리고 확실한 여행을 추구하고 있다. 빠르고 정신없이 이동하며 많은 것들을 그저 보고 자신과 배경을 ‘찍고’ 지나가려고 하는 수 많은 젊은 여행자들의 취향에 반성을 촉구하는 살아있는 예이다. 그 매 순간에는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느낌과 정서는 더 오래 베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여행 철학이다. 그들이 추천한 나라는 이란이었는데, 그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주었던 친근감에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과연 기회가 잘 없어서 모든 나라에 일하고 살아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느린 여행이 주는 경험이 내가 짜 놓은 앞으로 10개월의 계획에 느림의 미학을 가미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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