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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5. 2015

야생 고양이 #3 <중국>
동티벳: 리탕, 특별한 날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티벳 사람들

해발 4000m 높이에 위치한 리탕 Litang, 이곳에는 목재가 잘 없다. 나무가 잘 자라지 않고 푸른 초원만 가득하다. 하늘에 가까운 그곳은 특별한 장례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목재의 부족, 바람으로 인한 시신 매장의 어려움, 그리고 잘 썩지 않는 대지의 특성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티벳 불교식 조장 천장(天葬) -망자(亡者)의 시체를 천장사(天葬師)라는 특정한 라마승(수행승)이 칼과 도끼로 해부하고 다듬어서 천국의 사자(使者)인 독수리에게 모두 보시하는 장법(葬法)- 을 시행하고 있다. 여행 가이드 북에는 리탕에서 조장을 특정한 날짜와 장소에서 볼 수 있다고 쓰여있다.


1. 조장: 티벳 전통 장례식 Sky burial

조장을 보러 가기로 한 전 날, 나는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것도  걱정되었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던 건 조장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의 욕망이었다. 조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죽은 사람’이 필요하다. 조장은 일주일에 3번 지정된 요일(월/수/금)이 정해져 있는데, 3일 이내에 죽은 사람을 그곳에서 장례를 한다. 리탕에 온지 3일밖에 안된 나로서 누군가 내가 리탕에 오고 ‘죽었어야’ 그 날 조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리탕 인구 약 5만 명 중 누군가.. 그런 생각은 너무나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악몽을 꾸었다. 나무로 된 무대에 사람들이 올라오고 빨간 벨벳 커튼이 열리면서 조장을 하는 이상한 꿈을 꿨다. 정말 불편한 밤이었다. 무엇이 꿈이고 아닌지 알 수 없게 내 조장에 관한 불편함이 서늘하게 드러난 아침이었다. 그리고 캄캄한 새벽녘 조장을 보러 갔고, 볼 수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늦게 도착해서 처음부터 모든 걸 볼 지 않았다. 그곳에 다른 한족(우리와 닮은 중국 주요 민족) 방문객들도 있다. 우리는 멀찍이서 엄숙하게 장례에 참여한다. 독수리 60여 마리가 한 사람을 둘러싸고 한 사람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의식, 조장이 이루어진다. 죽음에 관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응시한다. 감추어진 매장 풍습이 아니라 장례 참여자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된 형식이다. 문화가각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다른 에너지를 믿는 것을 바라본다. 그곳에 승려로 보이는 사람이 일을 진행한다. 장례에 참여한 고인의 지인들은 모두 남자다. 장례의 막바지에 한 지인이 한 숨을 길게 내쉬기 전까지, 그 슬픔이 서린 공기가 세상에 내뱉어지기 전까지 나는 이것이 진짜 장례인지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미지, 인간의 육체가 동물의 내부와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 상태, 그 모든 과정이 진짜 장례인 건지, 이 게정말 한 사람을 보내는 과정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그 긴 한숨은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그 언덕은 그 높이의 위치에 따라 고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이 거의 하나도  남김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그의 친족들이 나머지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모두 바라보고 나니 아침이 밝는다. 춥고 기이한 날 누군가는 다른 세계로 갔고 이곳엔 아무렇지 않게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른다.


*

시체는 산산조각이 난다. 사람 안에 뼈가 있고 피가 있다. 그 사람과 알고 지낸 수 많은 사람들의 그의 분산을 지켜본다. 이제 그는 없다. 독수리 60마리 정도가 한 사람을 집어 삼킨다. 산다. 죽는다. 또 덧없다. 동물의 시체를 걸어 놓고 팔던 인간이 동물에게 집어 삼켜진다. 독수리가 날아다닌다. 인간은 맛보지 않는 인간의 육신을 물어 뜯는다. 바람이 분다. 한 사람이 죽었다. 누군가는 그곳에 있기를 바란 발걸음이었지만 너무 슬펐다. 그의 죽음 이후를 본다.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그의 뼈를 본다. 2일 전만 해도 같이 숨쉬었을 어쩌면 지나쳤을 그는 이제 없다. 그렇게 시각적으로 그는 완전히 소멸한다. 모두가 그것을 돕는다. 그 또한 수없이 이것을 목격하며 살다 이제 그 위에 올라선 것이겠지. 춥다. 추운 여름이다.  온몸이 서늘해지는 아침이다. 간 밤에 조장을 무대 위에서 하는 꿈을 꾸었다.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실제의 그것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아름다운 아침에 모두 그를 기억하고 그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담배와 함께 한숨을 내뱉는 그의 지인의 모습에 왈칵했다. 저것은 뼈와 고기이면서 하나의 삶이었고 이제는 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오직 기억 속에 남아있을 이름이다. 난 그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그의 부서져가는 손가락과 그 자신조차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은 내 기어에 남을 하나의 익명의 티벳인이 될 것이다. 오늘 따라 더 서늘한 리탕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곳에 함께 있었던 한족 이방인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그 4명 의대 학생들은 티벳 마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중국 대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대학생들이 20명 정도 모여 근방 티벳 어린이들에게 기본교과 및 중국어 표준어를 가르쳐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티벳 커플의 결혼이 있다며 나를 초청한다. 다시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진다.



2. 티벳 승려

그런 날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색다르고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특별한 날. 그 날이 그랬다. 아침에 조장을 갔다 와서 침체된 마음으로  이곳 저곳을 배회한다. 그리고 같이 게스트하우스를 쓰고 있던 중국인 친구 한 명이 내게 점심을 먹고 근처 천연 온천에 가자고 말한다. 도착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장소를 쓰고 있어 기다리는 동안 근처를 구경한다.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 리탕을 바라보고 싶어 고지대의 숨 막힘을 견디며 근처 작은 언덕을 오른다. 언덕 중간을 경계로 하나의 철조망 울타리가 있는데 그곳에 젊은 티벳 승려가 저 멀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쳐 인사하고, 내 중국인 친구가 가서 말을 걸어 그 울타리 너머에 있는 티벳 승려의 공간에  초대받는다. 그는 선량하고 빛나는 눈을 가진 승려다. 8살 때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승려의 길에 들어섰고 도를 닦고 있어서 당시 2달 동안 반경 2km 이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승의 사진이 있는 공간은 동굴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따라 만든 소박한 곳이다.  2-3m가량 되는 높이에 2-3명 정도 지내기에 괜찮은 작은 절은 부처의 동상 대신 티벳 승려들의 사진과 티벳 특유의 패턴들의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의 스승, 절간, 공부하는 곳을 구경하고 빨간 공간 리탕이 보이는 창문 옆에 앉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태어나서 대도시에 가본 적이 없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그는 아이폰4를 가지고 있는데(2013년) 인터넷은 쓸 줄 모른다. 다른 승려친구들이 음식을 가져다 주고, 그곳에서 같이 요리를 하며 끼니를 채우고, 대부분의 시간 불경을 읽고 자신의 글을 쓰면서 보낸다. 자신의 형은 지금 인도로 넘어가서 승려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신은 라싸에 가고 싶지만, 이미 그곳은 많은 것들이 손상되어 이 곳의 티벳 불교 정신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티벳을 티벳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두보”라고 불렀는데 그렇다면 티벳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본인들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 이름이란 건 누구에 의해서 그렇게 붙여진 걸까?


우연찮게 그의 주민등록증 같은 걸 보게 되면 그는 나와 동갑이다. 나도 모르게 더 친밀감과 이질감을 느낀다. 정말 다른 모양의 삶이 같은 시대 속에서, 각자의 인생에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간간이 침묵이 흐르기도 하는 템포가 느린 대화였다. 그는 선한 눈을 가지고 느리고 고요하게 말했으며 그의 말들에서 어떤 외로움들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에게 신념 같은 게 있냐고 묻는다. 자신의 스승이 말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다. 수행자라면 좀 더 철할 적일 것 같았는데 어쩐지 그 수동성이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의 주방은 동굴 같은 것을 연결해서 만든 신기한 공간이다. 마지막에 그가 저녁식사를 권유하였지만, 내 저녁 약속 때문에 우리는 정중히 거절했다.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우연이 만드는 인연들. 

우리는 천연수가 따뜻한 온천에서 노곤하게 있다가 리탕으로 돌아온다.



3. 티벳 결혼식

아침에 약속한 곳에 맞추어 그 자원봉사자들과 재회한다. 음악소리가 울려 나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2층으로 올라가면 사진을 찍고 술과 먹거리가  여기저기 모두를 위한 화려한 파티가 펼쳐진다. 티벳 연인의 결혼 축하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모두 신이 난 흥겨운 잔칫날이다. 1층에서 사람들이 군무를 추거나 각자 춤을 추고 2층에 가면 먹을거리와 사람들이 여기저기이다. 짭조름하고 맛있는 티벳 특유의 음식들이 펼쳐져 있고, 그 모두가 환영을 받는다.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며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축하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조금 늦었는지 연회가 이루어진다. 사람 사는데 파티는 다 신이 난다. 마구 퍼주는 문화들에 흥이 절로 난다. 다만 그 날 아침에 조장을 보고 저녁에 파티를 보고 있자니 아이러니를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나를 초대한 그 중국인 친구는 조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았다. 그는 조장의 초반부를 내게 설명해 주었고, 웃으며 티벳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지만, 그날 하루 종일 먹지 못하다가, 파티에서 먹고 마신 걸 모두 토해내고 돌아가 쉬었다. 

하루에 모두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벌어졌다.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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