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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5. 2015

야생 고양이#2 <중국>  동티벳 가는 길: 히치하이킹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동티벳 East Tibet

티벳은 사람들의 생김새도 언어, 문화, 종교도 완전히 중국과 다른 독립국가였다. 그러나 지난 세월 그 지역은 중국의 침입과 지속적 갈등 끝에 결국 중국 지배 아래 중국 영토가 되었다. 수 많은 티벳 사람들이 망명자가 되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티벳 자유여행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인이 아니면 티벳 지역에 방문 시 허가서와 정해진 여행 가이드와 함께해야만 합법적으로 그곳을 여행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티벳 여행 준비와 자유로운 여행제약 등으로 인해 티벳 주 여행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대신 동티벳이라 불리는 쓰촨성과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윈난성 여행으로 루트를 정했다.


동티벳 여행의 첫 관문이라 불리는 캉딩 Kangding 에 도착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캉딩부터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 한족과다르게 생긴 다른 모습의 티벳 사람들, 다른 종교, 문화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고도가 2500m 이상으로 달라지면서 숨쉬기의 느낌도 다르다.  그동안 중국 도시의 공기오염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짙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돌아다닌다. 펄럭이는 색색의 티벳 깃발과 티벳 불교의 황금색 사원, 하얀 주거지들과 한국 불교의 모습과 다른 승려들의 옷차림새와 티벳 불교의 표식들이 녹음과 함께 가득하다.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불교 사원에서는 낮은 음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 사원의 나무 기둥들이 그곳의 오래된 세월을 말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압도적으로 화려한 색과 무늬로 촘촘히 이루어진 내부가 극락왕생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고요한 티벳 사람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으며 커다란 종을 돌린다. 몇 가지 기도문을 외기도 하고 그저  마음속 깊이 무언가를 말하며 하루를 깨운다. 맑고 서늘한 아침 평화로운 사원에 새들이 둘러 앉는다.



중국 청년들이 여행하는 법: 히치하이킹, 자전거

게스트하우스 구석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국을 여행하는 중국 배낭 여행자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들은 신비로운 땅 티벳을 경험하기 위한 배낭 여행자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몰려들었고 그들은 자전거 혹은 히치 하이킹의 수단으로 배낭 여행을 하고 있다. 동티벳의 시작 캉딩부터 티벳의 수도라 불리는 라싸 Lhassa 까지 1,756km의 대장정이다. 수 많은 젊은 여행자들이 도전을 감행한다. 중국이라는 다양한 소수 문화가 섞인 거대한 대륙을 자신의 언어로 제한 없이 자유로이 누리며 즐긴다. 그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으로 계획해 이동하며 자신들에게도 비슷하고 다른 곳을 젊음의 패기로 여행한다. 20대 청년인 그들은 1980년부터 30년 넘게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쌍둥이가 아닌 이상 형제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일단 혼자 집을 떠난 배낭여행자들이 인터넷이나 길 위에서 만나 함께 여행한다. 그들의 정(情) 문화와 외동 자식인 특성으로  길 위에서 서로 쉽게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형제가 된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대학생들이 아직까지 외국인을 만나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흥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언어가 안 통해 손짓 발짓 안 되는 짧은 영어로 소통이 만들어지고 웃음이 퍼진다. 작은 게스트하우스 순박한 여러 친구들을 만나다 우연히 나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대학교 3학년 쓰통과 2명의 친구들이 속한 그룹 하나를 만나고, 이야기 도중 말이 맞아 그들과 함께 히치 하이킹 여행을 하기로 한다.  그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유쾌한 대학생들이다. 그저 엉겁결에 끼겠다는 나를 굳이 거절하지 않고 데리고 가 주었다.



아침부터 먹을 것을 싸고 배낭을 짊어지고 동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의 목표 지역은 리탕 Litang 이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 못 가게 되면 중간에 정차하기로 했다. 장거리로 이동하는 차량들만 보이기 시작하는 곳까지 우리는 5km 정도 걷는다. 그리고 이제 모든 차가 한 방향으로만 가는 지점에 다다르면 차가 올 때마다 뒤를 돌아 손가락을 들어 세워주기를 기대한다. 정해진 버스 시간과 가격, 안전함이 아니라 무거운 배낭과 함께 알 수 없는 하루에 자신을 내던진다. 누구를 만날지 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은 나의 영역 바깥에 있다.


꽤나 언덕을 오르고 히치 하이킹이 무엇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를 태워준 건 티벳 승려다. 선한 인상을 가진 그의 검은색 세련된 SUV 차는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깔끔한 내부는 가죽시트로 이루어져 있고 티벳 불교 음악이 흐른다. 쓰통은그에게 우리의 여행과 상황을 이야기하고 불교에 관한 그의 말을 듣는다. 참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역시 언어가 되지 않으니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짧다. 그렇게 고지대로 향하면서 산들은 둥그렇고 푸른데 커다란 나무는 보이지 않아 동산들 천지다. 대부분 식물은 길이가 짧은 연두색 잔디류이다. 끊임없는 대지에 초록 동산들이 널려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더 높은 고지로 향한다. 간간이 티벳 깃발이 펄럭이며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오가고 다시 침묵이 흐르면 그 공간을 음악이 채운다. 바깥 풍경에 홀려 있는 2-3시간. 그렇게 이동한 뒤에서야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 도달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다른 사람에게 위치 확인을 해 보니 우리가 가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달려왔고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우리는 당황하고, 선처를 내어준 승려 아저씨까지 미안해한다. 다행히 그 황량하고 고요한도로에 한 티벳 부부의 차가 우리에게 돌아가는 길을 태워주겠다고 하고, 잘못된 길 교차로까지 우리를 태워준다.


쉽지 않다. 첫 출발점까지 돌아가진 않았지만 한참 잘못 왔기 때문에 티벳 부부의 차에서 내린 뒤에도 공용택시를 타서 큰 마을까지  또다시 이동해야 한다. 이미 오후 3시 경이되었을 때 우린 그곳에 머물지 히치 하이킹을 더 할지를 다시 결정한다. 어렵사리 운 좋게 기다리지 않고 금세 성공할 수 있어서, 중형차를 타고 운전자와 함께 거친 길을 달린다. 남들이 어렵지 않게 갈 거리를 몇 차례의 시도를 통해 돌아 돌아 간다지만 여행길이 본래 추억 쌓기 아니던가.


이제 도로는 포장되어 있지 않아서 먼지가 풀풀 날리고, 길이 아주 좁아서 아찔하다. 산맥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 천만한데, 그곳을 다니는 덤프 트럭이 너무 많아서 그 뒤 차량 앞 창가에 먼지가 가득 쌓인다. 더워도 창문을 쉽사리 열수 없다. 그 느린 트럭들을 하나하나 추월하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이 쉽지 않다. 탑승한 우리는 신나게 이야기하며 지루할 그 이동시간을 즐긴다. 다만 내용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각각의 다른 목소리 톤과 먼지로 인해 창문도 열지 않은 밀폐된 차 공간 안이 답답할 따름이다. 힘든 오름이다. 그저 차에 얻어 타 이동하는 데도 힘든데 옆에 열심히 페달을 밟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보면서 경탄할 수밖에 없다. 정말 혼신을 다해 젊음을 태우며 산을 넘는다. 중국 청년들은 거친 흙먼지가 가득한 가파른 언덕을 자전거로 이동하고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차에 올라타장시간 자신에 대해 그 곳에 대해 대화하며 자신의 대륙을 이해한다.


해가 저물 때 운전자는 우리를 한 마을에 내려 주었다. 목적지까지 갈 수 없어 중간 마을에 머물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그에게 남긴다. 그는 쿨하게 떠난다. 숙소를 대충 잡고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다. 그간 언어 장벽과 1 인상을 위해 볶음밥과 면 종류만 먹던 나는 드디어 푸짐 하게 한 상을 차린다. 자전거를 탄 것도 아닌데, 저녁노을에 몸이 노곤해진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히치 하이킹을 나선다. 정말 많은 히치 하이커들이 마을 앞에 줄을 서 있고, 이동을 시작한다. 아무도 그곳에 공용버스 시스템 같은 것은 찾으려 들지 않는다. 모두가 다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믿음과 객기로 다시 짐을 들고 걸어 올라간다. 쓰통은 마을 바로 앞에서 히치  하이킹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며 걷는다. 돌고 돌아 꽤나 올라간다. 그날 아침 히치 하이킹은 번번이 실패한다.


여러 시간을 길바닥을 헤매지만 어떤 차도 우리를 위해 정차하지 않는다. 이 시골길 아침에 수 많은 히치 하이커들 탓에 지나가는 차들은 이미 만차다. 도로 사정은 그나마 어제보다 나아 걷기에 불편은 없지만,  여기저기 아스팔트 공사를 하느라 차량이 밀리기도 하여 더욱 진이 빠진다. 고픈 배, 없는 식량, 더위와 공사로 인한 분진, 적은 차의 수, 그 기약 없는 이동 가능성까지. 그렇게 4시간이 지나고, 가지고 있는 음식들로 점심을 때우고 난 뒤 가까스로 한 차량 설득에 성공한다.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며 쓰통에게 가니 이곳이 높은 고지라 뛰어서는 안 된다고 하며 나를 진정시킨다. 우리는 이미 해발 3000m 위에 있다. 근육질 SUV 자동차의  주인아저씨는 좀 무섭게 생겼지만 우리가 원하는 곳까지 친절히 태워준다. 정말 어렵게 목적지인 해발 4000m 작은 티벳 마을 리탕에 도착한다.


중국의 친구들

중국 젊은 친구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더 많은 세계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님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온전히 원하는 삶의 그림을 그리기를 주저한다. 쌍둥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청년들이 형제 자매가 없는 탓에 어디에서 만나 든 그들은 쉽게 친구가 된다. 그리고 마치 오래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또 형제 자매처럼 끈끈한 우정을 주고받는다. 정이 많은 중국 사람들은 때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거칠고 무례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마저도 서로가 가깝다고 느끼는 어떤 연대감을 가지고 상대가 자신의 그러함도 포용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가족에게는 더 예의를 차리지 않는 자식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중국 친구들은 겉치레가 적고 인연은 더 길게 이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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