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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Oct 25. 2015

야생 고양이#1
<중국> 1년 여행의 첫 걸음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여행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풍요로워지고 계획한 지점에서 쉽게 비틀어지고 만다.

개인적 이야기이지만 개인적 이야기이기만 하지 않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발선

막상 날들이 닥쳐오니 설렘보단 당황스러움이 지나간다. 

공항 노숙을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 전날을 보내고 첫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려했다. 떠나는 날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다가 DSLR 카메라를 2층 침대에서 떨어뜨려 렌즈가 두 동강이 나는 사태를 맞이하고 찝찝하게 버리지도 두고 가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들고 여행을 떠난다. 액땜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불길 한 느낌에 '이건 뭐지?' 쿨한 척 했지만,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시달리고 있다. 말 되는 것과 실제라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무한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고, 난 다만 숨을 크게 들이 쉬다 내뱉으며 한걸음을 옮길 뿐이다. 설렘과 두려움의 긴장상태, 여행의 서막이 열린다.

 


중국 China

첫 걸음. 칭다오 Qingdao

마치 내가 미디어로 봐온 북한의 큰 도시 이미지가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다. 나름의 장기 여행의 시작이라 어깨 바싹 힘을 줘봐야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비행은 2시간이면 끝이 난다.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 산둥 반도에 있는 칭다오에 다다른다. 칭다오에 온 특별한 목적은 없다.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남들에게 주섬주섬 주워들은 대략의 정보를 가지고 여행을 출발했으므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칭다오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 모든 황당함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알 턱이 없었다. 


그 습한 여름 날 난 신발끈을 질끈 매고 화장실에서 자신의 동태를 살핀 후 자신감 있게 걸어보지만, 알 수 없는 곳이다. 시내를 나가는 버스 정보가 필요하다. 여행책자도 없이 인터넷에서 보고  캡쳐해 둔 장소들을 찾아가려 어영부영 헤맨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공항에 아무도 없는 듯하고 분명 다 준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혼란에 휩싸인다. 찌는 듯한 더위가 습기와 함께 몰려온다.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고, 이 낯선 세계에서 스스로를 지켜갈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뿐이다. 의사소통이 안되고 명확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멍하니 서 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손짓 발짓을 하고, 위성 GPS를 킨다.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을 따라 내리고 현지 버스를 맞추어 탄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를 신문으로 읽으며 점심을 먹는 동네 경비 아저씨에게 겨우 전화를 빌려 카우치  서핑하기로 한 집에 도착한다. 첨예하게 높고 뾰족한 낡은 아파트들이 둘러싸인 그곳에 들어선다. 젊은 커플은 아파트 남는 창고를 개조한 손님용 방을 내게 내 주었다. 여행의 첫날은 카우치서핑, 또 카우치서핑 자체가 첫 경험이다.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거실에 있는 카우치(소파)를 서핑(surfing)한다는 말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여행자들을 며칠간 재워주는 것이다. 호스트는 게스트를 초대하고, 게스트는 그곳에 방문한다. 그런 웹사이트를 통해서 사람들은 문화나 경험을 공유한다. 


습기와 더위와 싸우며 그 큰 도시를 헤매다 보고 싶었던 서해안 반대쪽 칭다오의 바다에 다다른다. 그러나 미역들이 이리저리 쓰레기와 함께 둥둥 밀려다니는 걸 보고 나니 왜 여행을 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벌써 샘솟는다. 가만히 있어서도 땀이 삐칠 쏟아지는 고온 다습한 이 기운에 소낙비까지 미친 듯이 내려 습기에 각막이 혼탁한 느낌이다. 그저 서해의 반대편을 보고 싶었는데, 왜 이런 풍경으로  보답받는 걸까. 중국 사람들은  여기저기 공원에서 춤을 춘다. 이리저리 한국과 비슷하고 다른 중국의 분위기를 즐기다 첫 카우치서핑을 잘 마치고(그들은 너무 바빠서 나와 마주치거나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다.) 베이징으로 떠난다. 무언가 그저 휩쓸려가는 이 느낌이 좋지 않다. 여행은 그렇게 뒤뚱뒤뚱 첫 걸음을 떼고 있었다. 



큰 도시들

큰 도시는 그 나라의 많은 것을 상징한다. 베이징 Beijing 방문은 약간의 의무감이다. 찬란한 유산과 구유한 역사, 다양하고 신나는 중국 먹거리들이 있는 야시장과 길거리들, 엄청난 인구 그리고 방문자들이 있다. 도약하는 중국의 비즈니스 중심 부 중 하나, 중국의 수도 “베이징” 중국의거대한 유산과 발전하는 문화를 본다. 과연 그 유구하고 오래된 문화 역사를 가진 거대한 대륙의 에너지가 흐른다. 


중국 대륙 중앙에 위치한 도시, 시안 Xian을들리고 남서쪽으로 이동해 청두 Chengdu 를 들려 또 다른 유적들을 보고 중국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배경 지식이 더 있었더라면 풍요롭게 즐겼을 많은 것들을 조금 표면적으로 보고 지나간 듯 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륙을 그저 몇 가지 요소로만 이해해오던 안일함에서 벗어나 그 거대함을 바라보며 스케일이 다른 중국을 만났다는 것이다.‘중국인’이라는 어떤 특징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인구와 에너지는 내가 하나로 규정하고 넘기기에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여행의 시작은 대체로 뒤뚱거렸다. 건강상의 난관을 초반부터 견디며 여행을 좌절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보고 느끼고 싶었던 자유나 새로운 생각, 다른 문화,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게다가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커다란 장벽과 거대한 도시들의 바쁜 현지 사람들들의 장벽을 계속해서 마주한다. 역사적인 것들과 사람들 살아가는 것을 관찰하고 있지만 ‘참여’한다는 느낌이 없이 계속해서 이동하여  마음속에 공허함이 쌓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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