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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 #12
<인도> 남인도의 파도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내일을 기대하는 것, 설렘들과 두려움 사이에 이 모든 예측 불허한 인생의 리듬 이 불안정한 흐름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것. 뒤틀리는 모든 것 사이에 다시 긍정하며 일어나 흘러갈 수 있는 용기들 그 온갖 자유로움에 관한 힘으로 일어나 잡초같이 하늘을 보는 것, 에너지를 믿는 것, 주위 사람들의 사랑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 희망이 아직 죽지 않은 상태들, 알 수 없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무지함과 미련함의 필요.



이동의 밤

모두가 잠든 시간 컴컴한 기차, 철컥 철컥 그 움직임만이 규칙적으로 들리는 그 밤. 그 새벽 몇 차례의 자지러지는 그 긴, 서럽고 못난 울음소리가 나를 깨운다. 우짖음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길고 얇은 다리를 가진 그 아이의 목청이 불편한 언어를 전달한다.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그 두려운 신경을 건드는 울음에 S3 칸에 자던 모든 이가 밤잠을 깬다. 아마 소아마비 아이, 어제 본 휠체어 위의 8살 정도 된 그 아이인 것 같다. 기차 이동으로 인해 피곤했던 터에 잠을 들었다가 깨고 나니 짜증이 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이의 엄마가 안쓰러워진다. 그 모든 것을 더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가장 신경 쓸, 가장 애가 타고 가장 힘에 겨울 그의 어머니에 비하니 이 정도 하룻밤 시끄러운 건 참을 만 한 것으로 바뀐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렇게 강한 인내심과 성숙함을 요구한다. 아이의 어머니는 조용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조용히 아이를 다독인다. 끊임없는 사랑, 인내. 간밤에 모든 아기들이 그 아이를 따라 울었고, 우리의 새벽은 멈추었다. 그녀의 노력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지누구도 짜증을 소리치지 않는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기차소리에 묻힐 때까지. 철컥 철컥. 



낭만 여행자들: 고아 Goa

고아는 남 인도에 있는 해안선을 타고 만들어진 일종의 휴양지이다.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적이 있어 하얀 벽에 주황색 지붕 형태가 야자수와 어울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철컹철컹 파란색 기차가 인도를 가로지른다. 철도 회사는 아예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한 구역을 비워두어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고아로 향할 수 있다. 여행은 조금씩 리듬을 찾고, 더 유연하고 더 과감해진다.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 가슴에 닿는 사람을 만나면 그를 따라간다. 그렇게 이야기 중 말이 통한 나는 키가 큰 인도에서 6개월째 머물고 있는 안나(네덜란드인)와 잠시 인도에 여행 온 탕화이/탐(중국인)을 따라 파롤렘을 향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알렉산드로(이탈리안)로와 전형적인 외국인 아저씨 같은 뚱뚱한 사이먼(영국인)도 우리와 동행하며 혼자 배낭여행을 온 사람들이 우연 하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고아로 향한다. 더위가 스믈스믈 찾아온다.



안나 Anna

키 173cm 금발 머리에 헐렁한 모시계열의 옷을 입고 있는 그녀 차분한 연두색눈이 깜빡인다. 웃을 땐 고양이 같은 안 나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것 같은 소탈한 성격이다. 부드러운 저음을 흘려 보내며 말한다. 인도에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고, 그녀가 이곳에 처음에 왔을 때 이 곳의 가난에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녀는 모기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채식주의를 고집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소설로 써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아침에는 파파야, 바나나, 채소와 견과류가 있는 샐러드를 함께 나누고, 점심엔 느린 고아의 바다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몸과 마음을 집중해 명상하는 시간을 하루에 2시간씩 갖는다. 정신과 육체를 비우는 것, 더 가벼운 것이 되는 것, 타인에 대한 배려, 여유와 나눔을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고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그녀는, 암스테르담의 모든 자유스러운 약물 복용 등을 모두 끊고 새 사람이 된 계기를 인도에서 맞이했다. 그리고 명상은 그녀의 인생에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세계에 있는 에너지를 느끼는 시간을 아침과 저녁에 가지면서 더욱 맑은 정신으로 기쁘게 살아간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그녀는 건강한 삶을 꿈꾼다. 


Stay hungry. 

고픔에 목말라 있어. 우리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방을 잡았고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에서 잠든다. 바다는 쉼이 없다. 그 파도의 운동은 잠들지 않는다. 그 거대한 법칙에 따라 숨 쉬듯이 멈출 줄을 모른다. 소멸의 때까지 그저 끊임없이 살아있을 뿐이다. 



알렉산드로 Alessandro

검정 건빵모자, 하얀색 헐렁한 셔츠 헐렁한 검은 바지에 멋진 빈티지 가죽 샌들을 신은 알렉산드로는 역시나 이탈리아 사람이다. 강한 모국어식 악센트에 짧은 영어를 구사하고 인도 기차에서 담배를 피워 주위 인도 사람들에게 경고를 받는다. 호기심이 많은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고터덜터덜 대충 걷지만 그런대로 폼이 난다. 단지 인도에 오고 싶어서 왔을 뿐 별다른 계획은 없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그는 인생은 될 대로 돼라 하고 이곳에 왔다. 훤히 열린 인도 기차의 문가에 주저앉아 멍하니 지나가는 풍경을 오래 응시한다. 우유나 계란조차도 피하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그는 강아지를 때리는 인도 사람에게 경고를 하다 맞을 뻔했다. 그리고 상처받은 표정으로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행객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돛단배를 타고 넘어간다. 맨 발로 돌이 가득한 정글섬을 탐험한다. 뜨거운 태양에 노출된 바위 위에 앉아 해안선을 바라보고 깨끗한 물에 발을 담가본다. 느린 어투를 가진 그는 짧고 확실한 말만 한다.


I’m in my dream. 나는 지금 내 꿈속에 있어.

해변에 막무가내로 누워있다. 호루라기 소리, 사람, 까마귀, 파도소리, 또다시 각자의 시간 우주 태양 아래, 대지 위, 모래 위에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자연을 느낀다. 고아에서 여행자들에게 주어진 과업은 매우 적고 또 자유롭다. 인도양의 바다 소리가 들려온다. 글을 쓰고 누워있다. 자유의 시간들이 쉼 없이 또 어떠한 규칙 없이 지나간다. 아무것도 없는 하루, 예상치 못한 값진 것들을 준다. 고아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그런 색깔이 눈부신 곳이 아니라 기묘한 인도양의 여유를 품은 거대한 에너지를 지닌 곳이다. 소가 다니는 기묘한 낭만이 있고 사리를 입은 인도의 여인들이 바다에 들어가 노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 곳이다. 


Silent people are rich. 고요한사람들은 부자야.


느릿느릿한 아침을 맞이한다. 파도가 부서진다. 작은 고아의 해변에, 작은 숙소, 부드러운 세상. 알렉산드로, 톰, 애나, 나. 작은 마음 그러나 큰 꿈을 꾸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한다. 오묘한 비수기이다. 음식이란 그렇게 신체를 이해하고 더 감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 우리들의 낭만이 흐른다 




탕화이 Tanghuai

스포츠 머리를 하고 4cm 정도 기르면 그의 헤어스타일이 된다. 작고 왜소하고 마른 체구에 오자다리 걸음을 가진 그는 반 테 안경 아래 동그란 눈을 숨기고 있다. 어설픈 파란색 수영복을 입고 바닷물 속에 유유히 헤엄친다. 뚱한 표정을 잘 짓는 광동 출신인 그는 유쾌하고 생각이 깊다. 어설픈 배낭 속에 물안경과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있고, 본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쉽게 당황하지만 그런대로 계획은 있다. QQ(인터넷 채팅)를 놓지 못하는 것은 전형적인 중국 사람과 같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과 달리 혼자 여행하고, 시를 쓴다. 


거짓말, 속임수, 기만. 이제 그만./ 모든 것은 현대사회로

그 모든 가난한 예술가들/ 뭄바이 거리에 잠들고

한 점 추상화의 가치 / 단지 한 끼 아침식사

보라/ 고아 해변, 소 똥 위에 피어나는 꽃

거지들은 꽃을 씹고 / 더 이상 신성한 소는 그 곳을 거닐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약 일주일간을 같이 또 각자 여행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때가 되면 각자 갈 길로 흩어졌다.

떠나기 전 석양 아래 바다가 또 검은 밤 바다가 아름다웠다. 인도양 건너 저먼 곳에 무엇이 있을까. 탕화이를 따라 나도 시를 쓴다.


 I feel like I’m nothing

Black sea with white waves

I was sitting on the beach 

trying to look at the stars

But I wasn’t allowed to see them

I was a weird one among everyone

A lot of questions but no answer

Only thing that I had to face was emptiness 

And lack of affection from my childhood

The childish monster inside of me

It is trying to swallow me up

Full of gloomy sand on the beach

I was crying inside 

There is no holy cow on the beach


아무것도 아닌 것/ 검은 바다와 하얀 파도/ 해변가에 앉아/ 별을 보려 하지만/ 

그건 허용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이들 사이에 이상한 하나/ 

수 많은 질문과 단 하나도 없는 답/ 오직 마주하는 것은 텅 빔/ 어릴 적부터 있어온 애정결핍/

내 안에 유치한 괴물 하나/ 집어 삼키려 든다/우울한 모래 알갱이들의 해변

속으로 운다/ 신성한 소는 그 해변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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