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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 #13 <인도> See you again!

아시아 표류기 :: 배낭여행


움직이는 풍경의 비밀

기차 위 그리고 버스 위 그 알 수 없는 목적지로 향하는 긴 여정들 사이에 느끼는 지나가는 풍경, 완전한 관찰자가 된다. 세월을 추억하고 아직 닿지 않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긴장과 흥분이 젖어있는 시간, 그런 이동의 시간을 꽤나 좋아한다. 4시가 되고 하루의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파란 기차는 달리고 사람들 틈바구니로 짜이를 열심히 파는 사람, 또 기차를 기다리는 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내 여행의 기억과 기대들은 하루하루 축적되면 내 신발은 너덜너덜해져 간다. 기차가 대륙을 횡단한다. 이동 속에 각각의 장소와 사람들을 바라 보고 또 지나간 기억을 만난다. 그것은이제 촉감을 지나 직감으로 다가온다. 물리적인 세계가 사념적인 세계로의 변주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 이동이다. 너른 풍경들이 지나가는 지루한 실험영화 장면처럼 온갖 말들과 시끄러움이 반복되는 이동이 계속되면 풍경의 비밀이 드러난다. 정신이 흐릿해지고 몽롱해진다. 그렇게 꿈의 세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깨어나면 입가에 묻은 침을 닦는다.


사람 사는 것: 뭄바이 Mumbai

뭄바이는 개성과 문화가 살아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영국 식민지 때의 흔적이 도시 여기저기 남아 있지만 절대 밀리지 않는 인도인의 개성으로 과거들이 조합된 곳이다. 수 많은 노란 택시들이 그 도로를 점령하고 커다란 도시는 부와 가난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도시 철도의 문이 열린 채로 철도를 돌아다니고 여자들만을 위한 탑승 칸이 마련되어 있다. 엄청난 인구가 밀집되어 섞인 공간은 현대판 인간 정글을 연상하게 만들고, 많은 것들이 뒤섞인 공간은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11월 디왈리 축제가 열려 밤마다 아름다운 불빛을 밝히는 집들이 여기저기이다. 맛있는 음식과 상점가들 상업단지들과 세련된 공간들이 어우러진다. 극장에서 볼리우드 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유쾌하고 신이 난다. 영화의 마지막은 늘 배우들이 나와서 신나게 한바탕 춤을 춘다. 인도 사람들의 흥이 강렬히 드러난다.



뭄바이는 익고 있다. 그 통째로 달아오르는 불볕 더위에 걷기만 해도 땀이 난다. 체감온도는 40도를 육박하는 것만 같다. 지하철 역사 옆 좁은 거리에 회사원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그 길 옆에 천막으로 대충을 하늘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쉼터라기 보다는 그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주욱 늘어선 그곳에 아기가 울고 여자들이 앉아 구걸을 한다. 일상의 풍경이라는 듯이 그 수많은 인도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골목을 지나친다. 나도 모르게 나 또한 익숙해진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한 여자는 아무 희망도 없는 눈으로 땅을 응시하고, 아이가 우는 데도 사람이 지나가도 그저 그 텅 빈 눈을 하고 있다. 마치 그 몸 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 극한의 포기 상태가 그 가난이, 더위가 희망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절망스럽다.’삶이 대책 없이 노출된다. 누가 그녀를 위로해주나. 누가 모두를 구원하나.


가난과 부가 너무나 명백한 곳에  아침해가 떠오르고 새 날이 드러난다. 그 깨끗해 보이는 도시 사이 길거리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전한 테두리 없이 잠을 자고, 3m 상공에 밧줄 하나 묶어둔 곳에  어린아이가 눈을 감고 줄을 타며 묘기를 부린다. 길거리에 누워 자는 남자는 오른 쪽 다리반쪽이 없고, 그 뼈 사이를 신문지로 쑤셔놓은 모양에 속이 아프다. 삶은 불공평하다. 인도는 너무나 적나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 안에 예술과 사람의 생기가 돌아다닌다. 그들은 그들의 신들에게 소원을 빈다. 어떤 삶이든 아침은 온다. 우리는 인사한다.

나마스떼. Namaste.



이별

여행은 여러 가지 기억으로 물든다. 인도를 떠나는 날, 늘 익숙해진 것을 떠나는 일은 외롭고 설레고 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저 씩씩하게 나아갈 뿐이다. 이제 내가 가보지 않은 땅을 찾아간다. 어떤 자유를 좇고 있나, 어떤 만남과 풍경을 상상하고 있나. 인간의 내면을 볼 전형적이지 않은 질문들은 무엇인가.  머릿속 질문이 많은 만큼 물리적 현상을 염두에 두지 않아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들었다. 디왈리 축제인 11월 밤은 수 놓는 불빛들로 물들어 없어진 달을 대신한다. 불과 꽃의 종교 힌두교. 인도의 에너지는 나를 끌어들인다. 다시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다른 대륙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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