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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 #14  <UAE> <오만> 이국성

중동 표류기 :: 배낭여행 :: 무슬림의 땅

UAE 아랍에메레이트

하얀색 천에 검정색 띠를 머리에 두르고 콧수염을 기른 TV 속에서나 본 사람들이걸어다닌다. 검정색 히잡을 두르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들도 그곳에 있다.이국적인 풍경이 몰려오며 이제 또 다른 세계에 왔음을 짐작케 한다.

 

두바이 Dubai

번잡한 도시에 왔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이 또 도시가 지어진다. 두바이에 중심가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브루즈칼리파를 비롯하여 모두 새로 만들어진 현대적 건물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저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아름다움과 거대함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이슬람교 사원과 무슬림들의 복장, 전통들은 굉장히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무슬림의 복장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요인, 정체성으로인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름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유목 생활을 해야 하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사막과 짠 바닷물 사이에 진주를 캐고 캠핑을 하며 삶을 연명해왔다. 그리고 석유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급격하게변해 온 삶은 지금에 와서 사막 위에 엄청난 인공 세계를 만들었고, 관리가 가능한 영역 안에서 계속해서인공적으로 물을 주며 식물을 키워 녹색지대를 만들었다. 인공이 없는 곳은 자연 사막이다. 척박한 과거를 딛고 새 땅을 꿈꾼 이들이 받는 보상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공항은 많은 비행기들이 오고 가는 이동의 중심이 되었고, 에너지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정부에서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수 많은 여행자들이 두바이를 지나가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임에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편이지만 여전히 두바이 공항에서 연인간의 신체접촉이나 길거리 혹은 차 안에서의 음주 등은 철저히 금지되어있다. 대개 정부 기관과 관련된 업무는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반면 인력이 부족한 이 석유 풍요 국가에서는 다른 소일거리나 전문 인력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다. 그래서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에디오피아, 수단, 이집트, 시리아, 그리고 한국 등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그곳에서 일을 해도 아랍에미레이트 사람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듯 하다.



모스크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커다란 전신주와 사막. 차들이 다니는 바쁜 도시의 다리 위에서 건조한 바람을 맞는다. 석유가 나는 나라는 석유 소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봉투 사용이 넘쳐난다. 풍요는 때로 중요한 것을 간과하게 한다. 철창이 없는 주거단지, 자연스런 녹색 지대란 것이 드문 곳, 밤에도 밝은 곳, 뜨거운 태양, 차가운 달빛이 있는 중동의 사막 어디인가에 있다. 100년 전에는 완전히 달랐을 그들의 삶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사막을 걸으며 별을 보고 시를 지었을 그 아랍 유목민, 선인들을 생각하니 내가 보고 만나고 싶은 그들의 모습, 그 시대는 1920-30년대 혹은 더 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이슬람 기도시간이 찾아온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이 켜진다. 시계 태엽은 다시 빠르게 지나간다.


모두가 차를 이용하는 나라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 다닌다. 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외국인 여자는 겁도 없이 자기 자신을 이런 곳에 내어둔다. 이 도시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로지르며 걸어다니기는 정말이지 어려워 보인다. 모든 것은 인공으로만 가능하다. 경찰이 다가와서 딱지를 떼려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가 겨울이 아니까봐 이 더운 사막도 내게 추위를 준다. 끊임없이 에메레이트의 비행기들이 창공을 가른다.


오만 OMAN

배낭 여행자가 적은 나라로의 배낭 여행

오만을 여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두바이에서 버스를 타고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Muscat로향한다. UAE에 사막이 가득하다면 오만은 자연스런 녹색지대가 있다. 사막, 기름으로 지은 인공 도시보다 역사가 흐르는 무스캇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걸프 해안선의 갈매기를 본다. 아랍의 음악이 흐른다. 토요타 중형차를 렌트하고 기름이 물보다 싼 나라에서 신나게 달린다. 뜨거운 사막이다. 걸프의 대지를 누비는 나는 토요타를 거세게 몰아대고 이상한 산행을 감행한다.  니즈와Nizwa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채 무작정 찾아간다. 수 없는 돌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법한 풍경, 불모지 그리고 야자수, 하얀 그들의집들이 펼쳐져 있다. 화려하고 웅장하지 않아도 이 푸른 걸프 연안에 감사한다. 히잡을 입은 여인들이 바다를 산책을 한다. 바다 파도는 끊임없다. 그곳의 무슬림들은 여행자에 무심하다. 다만 그들은 그들 안에서만 살아간다.



두바이의 세련됨과 대비되는 조악한 집들이 여기 저기에 널부러져 있고 구석 구석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 인공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야생고양이가 이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담장을 넘나든다. 경계를 넘나든다. 야생 고양이가 살 수 없는 곳에 나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운다.

완벽히 핀 꽃은 누구나 쉽게 사랑할 수 있다. 시든 꽃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 엄마 생각이 난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 환상, 꿈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것, 상상을 체험하는 것,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자신을 아는 것, 내가 발 디딘 땅을 만지는것, 마시는 것, 소화내는 것들. 매 걸음 여행과 살아가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또 한가지를 이해한다. 진심이, 세월이,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버려진 것들이 다시 가치를 찾기를 바란다. 잊혀진 것들이 다시 기억되길 바란다. 모든 거친 날것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싶다. 깨끗하고 정돈된 것들은 더 이상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표면적인 것들은 상품이 되어 소비될 뿐이다.

 

배를 채울 정도만 먹는 것, 더 욕심내지않는 것, 충분한 것과 과도한 것의 경계, 무엇이 새것이고 무엇이 헌 것인 걸까. 소비의 시대에 모두가 좇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고, 영리해야만 누릴 수 있는 부유들이 부담스럽다. 피폐화 되어가고 단편적이 되어가는 삶의 척도가 슬프다. 그리고 사치의 정점에서 예술이 꽃핀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괴리로 몰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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