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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 #15
<에티오피아 > 아프리카 첫인상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아프리카 AFRICA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말라리아 모기를 죽일 때마다 모기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 고아에서 만난 안나를 생각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은 무엇이었나. 이번 여행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아프리카다. 미지의 대륙, 알지 못하는 그곳에 대한 강렬함이 나를 이끌었다. 감독이자 작가인 크리스 마커의 <태양 없이>1982 의 그 여인의 시선을 찾아 아프리카에 간다. 그 이국성에 홀려 이곳에 왔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에 보았던 일본 만화 “나디아(MBC)”에 나오는 초원은, 그 높지 않은 나무가 빽빽한 너른 초원 석양이 붉게 지는 시간 맨발로 달리는 어떤 자유로운 여자아이가 나의 아프리카의 이미지이다. 또 뉴스와 현실의 그 모든 미디어가 빚어낸 이미지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그러한 가장 큰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추상적인 신비감에 젖어 아프리카로 향한다. 진짜로 무엇이 펼쳐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이미지도 사실도 없다. 그냥‘커피’, ‘사파리’, ‘흑인’, ‘초원’ 이런 것들뿐이다.


에티오피아 Ethiopia

첫인상

두바이 Dubai 에서 바레인 Bahrein 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 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한다. 거의 대부분의 승객은 에티오피아 여인들이고, 그들은 모두가 무슬림 복장을 하고 있다. 중동의 단색 검은색 옷이 아닌 특유의 화려함으로 수 놓아진 옷이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다. 대부분이 두바이에서 일을 하다가 귀국하는 경우다. 그들은 보수적인 UAE를 떠나 마음 편한 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새벽 4시 비행기가 아디스 아바바 땅에 닿으면서부터 혀를 세차게 굴리며 환호성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아라랄라라~~!! 아라라랄라~~~ 라!!” 그것은 굉장히 강렬한 아프리카의 소리였다. 입술과 혀의 진동으로 지르는 소리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강렬함으로 그들에겐 그들만의 흥분으로 입국을 축하하는 환희의 순간이다. 보수적인 걸프 국가를 떠나 더 자유로운 고국 땅을 밟으며  그동안 자본과 보수의 억압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야생적인 소리이다. 비행기 내부 전체가 기쁨으로 가득 차고 그 누구도 그것을 자제시키지 않는다. 누군가는 눈물을 터뜨린다. 내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은 그랬다. “흥분” 



태양에 그을린 얼굴의 땅: 에티오피아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 대륙은 여러 국가의 침략을 맞이하여 지배국의 영향 아래 다른 부족이 하나의 나라가 되고 같은 부족이 나뉘고 자신들의 문화가 사라지는 격변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미 나라 형성 과정 자체가 타국에 의해 이루어져 부족 간의 갈등은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부유한 자원의 땅이 있고 인구가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내전과 부정부패 갈등으로 여전히 많은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 안 함에 놓여 있다. 에티오피아는 그런 제국시대의 지배를(침략은 있었으나) 받지 않아 유일하게 자신들의 문자가 여전히 통용되고 50여 개의 부족이 하나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소위 가장 아프리카다운 나라로 꼽힌다. 또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달력은 13월까지 존재하며 그들은 아침 6시가 0시인 그들만의 시간을 사용한다. 야간 버스가 없는 이곳에서는 장거리 이동 버스는 늘 0시 출발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 그 한밤중을 자정 0시로 지정해서 계산하는 것일까. 아침 6시를 0시로 정하는 것은 분명 다른 나라와 달라 특이하게 느껴지지만, 동틀 무렵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합리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이 강하다.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턱이 뾰족하고 코가 오뚝하며 상대적으로 밝은 피부 톤을 가졌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 도착과 함께 푸르고 멋진 동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된다. 단지 ‘커피’ 마셔보려고 아무런 공부 없이 에티오피아에 왔다. 살람!(히브리어)하고 만나고 차오!(이탈리아어)하고 헤어진다.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

(에티오피아의 수도) 새로운 꽃

하늘은 더 없는 쪽빛이다. 하늘 아래 녹색지대와 건물들이 어우러진다. 특이한 에티오피아 글자가 눈에 띈다. 교통체증이 심한 그곳에서 네팔과 아주 비슷하면서도 다른 봉고 버스 운행체제를 본다. 그저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해 몸을 싣는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염소처럼 풀을 씹어먹고 있다. 땅콩과 콜라를 섞은 음악이 흐르는 오후의 여유를 즐긴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 인류 조상의 본산지인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하며 에티오피아를 외친다.(그들은 에덴동산이 지정학적으로 에티오피아라고 말한다.) 그들의 언어는 빠르고 한 켠으로 아랍/인도 말 같기도 하다. 북적거리는 시장통과 도시 사람들은 외국인인 나를 쳐다본다. 걷다 보면 현지 사람들이 낯선 것을 보는 것처럼 내게 말도 걸어보고 인사한다. 안녕. 어디서 왔니? 200-300원 커피 한잔에 설탕은 아주 진하다. 걸쭉하니 무언가 씹히는 것도 같다. 그곳에 체계적으로 정돈된 것은 별로 없다. 모든 것은 진행 중이다.



나만의 밤 문화

별이 빛나는 밤이 되면 적도에 가까운 나라지만 고도가 높아 스웨터를 입어야 할 만큼 춥다. 에티오피아에는 배낭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대부분 1인실 혹은 2인실이다 보니 혼자서 방을 쓰는 일은 자연스럽다. 성수기인지 비수기인지도 알 수 없고 가는 곳마다 여행자들이 매우 적거나 혼자만의 고요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화를 하기 힘들다. 저녁이 다가오면, 또 호스텔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밤이면 나는 조용히 방에서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말라리아 약 복용이 시작되고 부작용을 두려워하며 잠들고, 때로 하루 12시간을 숙소에서 보기도 한다. 저녁 6시가 넘으면 캄캄해지고 저녁 식사 후 배를 두들기다 호스텔 작은 방에서 mp3를 들으며 춤을 춘다. 손 끝 발 끝을 느끼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갇혔던 에너지를 나 혼자 진창 풀어낸다. 모기야 물러서라. 어디에 누구와 함께 아니라 방에서 홀로 음악에 취하는 밤이다. 그런 밤들 이 에티오피아 여행 중 종종 있었다. 밤은 꽤 길었고, 어둠이 주는 위험으로 인해 나가지 말로 나의 여가 시간들은 그렇게 방 안에서 채워진다.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다시 깨어나는 하루와 세계들을 바라보는 것이 내 아프리카 여행의 일상이다. 


0시 출발 장거리 버스

에티오피아의 장거리 대형 버스는 대부분 그곳 시간 0시(아침 6시)에 출발한다. 당신이 어디에 어떻게 살든, 공용 버스터미널까지 얼마나 멀리 있든 어떤 식이든 0시에 출발한다. 차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이지만 그 위에 수 많은 가축들과 사람이 걸어 다닌다. 딱딱한 의자, 끊임없이 흐르는 요란한 음악, 수많은 탑승객, 장거리 이동이 이어진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해서 10시간의 장거리 이동 중에도 버스에서 에티오피아 특유의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멈추지 않고. 우연히 나에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하는 한 무슬림 여자, 그녀는 우리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아디스 아바바에 왔다고 한다. 버스가 정차하여 휴식시간이 주어질 때 우리는 에티오피아 전통음식 떼프라는 좁쌀보다 작은 곡물로 만드는 인제라를 그 위에 몇 가지 반찬들과 함께 뜯어 먹는다. 시큼한 맛이 난다.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아시아에 더 닮아 있다. 이제 우후죽순 정리되지 않은 건물과 수많은 군중이 아니라 너른 자연과 오두막집 작은 마을들이 나타난다. 도시를 떠나 차차 내가 더 보고 싶었던 다른 세계로 다가가고 있다.


올해는 강수량이 적었는지 차창 너머 움직이는 풍경 속 물길에 물이 말랐다. 이 곳 사람들은 이런 나무와 흙 집에서 어떤 희망을 보고 있을까. 광활한 자연 아래 과학의 편리가 매우 적은 목축업과 농업, 그 정돈되지 않은 대지, 교통수단까지도 열악한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변화하는 풍경을 가로지르며 ‘아가다’라고 불리는 대나무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이곳 사람들의 삶에 가까워 지려 노력한다. 낮잠을 자고 깨면 내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꿈 세계 있는 동안 이쪽 세계에서 버스 창가에 머리를 박아대서 욱신거린다. 창가로 청량한 공기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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