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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19
<케냐>사자처럼 Like a lion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케냐 Kenya

물을 모두에게 같은 가격에 준다. 국경을 넘자마자 내가 느낀 다른 점이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내는 상품에 대한 가격이 같다. 왜 이 작은 사실이 인상적으로 다가 왔을까. 


모얄레 Moyale에서 수도 나이로비 Nairobi까지 가는데 18시간 버스를 여정이다. 케냐 북쪽은 소말리아인 때문에 위험해서 인지 지나가는 마을마다 경찰이 버스를 세우고 한 사람씩 신분증 검사를 한다. 못해도 10개의 마을에서 멈춰서 기다렸다. 딱딱한 의자이지만 쾌적한 분위기의 버스, 케냐 사람들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어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하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케냐산이 보이고 그곳에서 야생 코끼리를 발견한다. 그 너른 벌판에 먼지를 휘날리며 달리면 차창 밖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부족 마을을 볼 수 있다. 화려하고 특이한 의상과 액세서리들, 그리고 그들의 나무로 지은 집들이 있고 가축들을 몰며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가축 소들이 버스에 놀라 뛴다. 소가 육중한 몸을 휘날리며 뛰는 것이 신선하다. 늘 느리게 걸으며 혀나 날름거리며 사람과 차를 피해 다니는 소가 아니었던가. 마사이의 소는 뭐가 다른가 보다.


모녀의 나이로비

도시 나이로비는 규모로보나 경제적으로나 동부 아프리카의 중심이다. 라디오가 끊임없이 나오는 버스에 사람이 가득 찬다. 지하철이 없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도심 외곽지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매일 아침 북새통을 이룬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고 난 뒤면 포장되지 않은 질퍽한 흙 도로 길 이동에 행인과 차량 모두 한참 애를 먹는다. 커다란 건물, 공원, 주말의 여유 그러나 나이로비의 치안에 관한 소문에 혼자 마음껏 다닐 수 없었고, 단 한 장의 사진만 간신히 찍었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한 나이로비에 있는 나디아Nadia(케냐인)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었다. 그녀는 싱글맘이다. 그녀의 딸 웬디Wendy 는 나이로비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기숙학교에 다닌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읜 나디아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헤어드레서(미용사)이다. 강하고 씩씩하게 like a lion(사자처럼!)이란 말을 자주 쓰는 그녀의 근면한 하루와  악착같은 생활력이 한국인과 비슷하다. 머리가 곱슬곱슬한 아프리칸 머리카락을 위해 그곳에서는 가발을 쓰거나 가발을 이용하여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머리가 자라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수요가 많은 헤어드레서는 케냐에서 꽤 중요하고 인기 있는 직업이다. 


그녀는 내게 그들의 주식인 우갈리를 만들어 준다. 옥수수 전분 반죽을 끓여 만든 우갈리는 물을 많이 섞은 우리나라 백설기 떡 같기도 하다. 시금치 같은 채소와 멸치 같은 생선을 곁들여 인도인처럼 손으로 식사한다. 신기하게도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비슷한 가족문화를 종종 엿본다. 하나의 그릇에 있는 밥을 나눠먹고 공동체 개념이나 가족이 매우 중요하다. 


나디아의 딸 웬디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차분한 성격에 곱실거리는 머리 때문에 머리칼이 아주 짧은 중학생이다. 그녀는 자신의 여러 글들을 내게 보여준다. 차분한 소설은 수려한 영어 작문 실력으로 죽음과 피에 관한 내용이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함께 묻어난다. 어린 소녀는 빛나는 눈으로 수줍게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견고하고 강렬하다. 그녀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필요한 논설문은 잘 못쓰는데 소설이나 시는 평가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짧은 머리카락의 꿈꾸는 소녀 안에 상상력과 희망이 꿈틀거린다. 우리가 모두 멋진 미래를 같이 만들려 하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참 오랜만에 깨닫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그녀에게 엽서를 써줄 것을 약속하고 내 증명사진 한 장을 건네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키수무Kisumu에서 피어나는 케냐의 지식인들

빅토리아 호수를 볼 수 있는 케냐에서 3번째로 크다는 키수무로 떠난다. 키수무는 별 것 없는 동네이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이다. 이런 약간의 허술함과 공백이 주는 여유가 내게 친근하다. 도시 정리가 크게 되어 있지는 않아 큰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린다. 아침이면 시장 근처 나무 천막 상점마다 커다란 컵에 밀크 티를 판다. 커다란 컵 하나에 밀크 티를 가득 채우고 다른 빈 컵 하나를 더 준다. 차를 이 컵에서 저 컵으로 옮겨 흘리며 뜨거움을 식힌다. 작은 상점가에 갓 튀긴 빵과 티를 먹으러 아침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인도의 모습과 비슷하면서 다른 풍경이다.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꿈을 공유해 가는 것은 소중하다. YWCA 숙소에서 케냐를 이해하려는 노르웨이 자원봉사자들과 케냐 법학대학생들과 예술가(내 초상화를 그려주었다)를 만난다. 키수무에 있는 나이로비 대학의 학생들이 기숙사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아 YWCA 에서 거주하고 있다. 젊음이 있는 곳에 에너지가 넘친다. 탐험하고 소통하는 시간, 더 뜨겁게 케냐를 응원하고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산다. 그들은 공부하고 토론한다.  그중 오웬이라는 법학과청년과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가족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이 좋은 가정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윤리는 무엇인지 생각한다. 항상 그들은 둘러 앉아 토론한다. 그것은 비단  대학생뿐이 아니다. YWCA에서는 토론장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더 나은 케냐를 꿈꾼다. Kenya is risky: 케냐는 위험해. 자국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는 학생들이 애국심을 가지고 더 나은 케냐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있다. 대개 그들의 꿈과 생각은 개인보다 가족이나 국가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하마를 바라보고 뜨거운 키수무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동네 주민처럼 지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키수무를 떠났다. 밤 버스를 타러 가는 날에 YWCA에서 만난 든든한 케냐 친구들이 나를 배웅해 준다. 사심 없는 사람들 덕분에 정말 좋은 기억들만 가져간다. 털털함 그 여유와 건강함이 아름답다. 가족과 국가단위에 대한 또 정치와 경제(특히 중국에 관한 관심)에 대한 대화들이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내 짧은 케냐 여정은 이렇게 사람들로 채워진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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