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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08. 2015

야생 고양이 #20 <탄자니아> 세렝기티 사파리 투어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탄자니아 Tanzania

탄자니아에 도착한 날 아프리카의 영웅 넬슨 만델라가 세상과 작별했다.

축복받은 동부 아프리카 여행의 메카로 세렝기티 초원Serengiti National Park과 킬리만자로 산 Killimanjaro, 그리고 잔지바르Zanzibar 섬이 한꺼번에 위치한 스와힐리어Swahili 의 나라다.



야생과의 조우

사바나의 기후로 비가  오락가락하는 세렝게티 국립공원. 얼룩말의 자태, 뮤의 달리기, 사자의 울음, 파랑새, 형광 연두색의 새, 버펄로의 눈빛, 엉덩이가 예쁜 사슴들의 꼬리와 우아한 뿔, 숨 막히게 드넓은 지평선과 평야, 마른 나무들, 우거지지 않은 숲, 달리는 동물의 근육 생김새, 기린의 미스터리가 뒤섞인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동물 찾기를 한다. 정해진 길 이외에 야생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가이드의 직감과 운에 달렸다. 흔들리는 사륜구동, 삐걱거리는 와이퍼, 차에 비가 새고 뻑 하면 나가버리는 자동차의 배터리에 소박한 장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낭만꾼 앤젤Angel(스페인 사람), 프랑스에서 휴가를 내고 여행 온 개그 욕심 많고 까칠한 패트릭Patric, 우간다에서 6개월간  자원봉사하다가 이곳에 온 똑똑하고 이성적이지만 손가락을 물어 뜯고 단것만 먹는 19살 독일인 사이먼Simon, 매번 차문에 머리를 박고 텐트에서 헛소리를 하는 나, ‘yes’만 외치며 매번 웃지만 너무 엉성한, 그러나 운전하는 확실한 운전사 라미Lami, 정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는, 항상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로렌스Laurence. 덜덜 거리는 차를 몰고 세렝게티를 돌아본다.



초원을 달린다. 덜컹덜컹 마사이족을 지나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 특별히 육식동물이 사는 곳을 향한다. 거대한 대지, 너른 초원, 안개 속에 푸른 낮은 나무들 사이로 기린이 고개를삐족 내밀면 가슴이 설렌다. 신비로운 동물은 느리고 우아하게 걸어서 주위의 것들을 작고 느리게 만든다.


두 번째 국립공원 입구를 지날 때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내려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야생 코끼리를 직면하게 된다. 어떤 방어벽도 없는 상태로 100m 앞에 코끼리가 서 있다. 사진을 찍던 나는 욕심을 내어 그에게 더 다가간다. 마치 엄청난  사진작가가 된 듯한 긴장과 흥분을 맛본다. 그러나 나의 기척을 듣고 화가 난 어미 코끼리가 성을 내며 내 쪽을 향하고 나는 수풀을 헤치며 있는 힘껏 도망간다. 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데, 이게 진짜 ‘야생’이구나 싶다. 다행히 코끼리는 더 달려오지 않았다. 발가벗겨진 인간은 야생 앞에서 참 작고 미미하구나.



아침 동물 구경에 나서면 사자의 포효를 들을 수 있다. 게으른 수컷 두 마리가 이른 새벽 여유를 즐기고 있는 곳에 우리는 정차한다. 시동을 끄고 못해도 500m 떨어진 사자의 숨소리를 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 뮤떼(약 서른 마리)가 반대쪽에서 달려온다. 그들의 긴장된 대치의 순간, 나는 정말 간절히 사냥의 장면을 보고 싶었다. 몇 분간의 정적과 대치가 이루어지다 사자들이 앉아서 으르렁대며 경고를 보내고 사냥에 나서지 않는다. 사냥을 최소화하고 (주로 암컷이 사냥을 한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뮤 떼는 눈치를 보다가 있는 힘껏 돌아온 길로 다시 되돌아 도망친다.


아름다운 치타는 생각보다 작았고, 그 모든 동물의 왕국은 TV보다는 생생하지만 또 너무 멀고 예측할 수 없어 많이 돌아다니고 기다려야 했다. 세렝기티의 나무들은 너른 평야에 자신의 실루엣을 확연히 드러내며 하나씩 기묘하고 우아하게 퍼져있다. 모든 것이 황홀하다.



탄자니아잖아, 아프리카잖아…

그러나 그 모든 아름다운 국립공원의 여정은 위기를 맞이하고 만다. 세렝기티 투어의 중간 날 정오경 여행사에서 입장료 선불을 해두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넋 놓고 상황 해결을 기다리게 되었다. L상황을 개선시키려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언쟁도 생기지만 결국 국립공원이 닫히기 직전까지 시간을 끌어 다른 소액의 입장료를 우리(여행자)가 다시 지불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이중으로 지불한 금액에 대해서 환불조치를 이후에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앤젤과 패트릭은 그들을 반신 반의 한다. “탄자니아잖아..” 그 시간 낭비에 대한 보상비용까지는 그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다시 이동할 수 있었다.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비가 오기도 하고 해가 비추이기도 하는 이동이지만, 그 너른 초원이 다 보이는 가시거리 안에 얼룩말과 가젤들이뛰어다니고 있다. 가로등 따위는 없는 야생의 지역에 시커먼 밤이 오기 전까지 가장 가까운 텐트 촌으로 이동하느라 사륜구동 차는  정신없이 달린다. 그나마 있던 와이퍼는 한쪽이 부러져 나가 간신히 운전자만이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오래된 차는 그 창틀 사이로  정신없이 빗물을 막지 못하고 흘려 내고, 앞으로 옆으로 아등바등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는 차 안에서 여행자들은 이 모든 기가 막힌 상황에 아이러니하게 웃는다. 빗물이  정신없이 차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말한다. “모험!” 기다리고 짜증내고 결국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벌어진 일이고, 그저 무엇이 어떻게 되든 그런대로 즐겨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암묵적 동의다. 그날 밤은 임시 방편으로 예상치 못한 텐트 촌에 머문다. 많은 세렝게티의 여행자들이 저녁을 해먹고 그 시간을 즐기는 끝물에 우리는 힘겹게 돌아와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참 긴 날이었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황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로렌스의 밥은 꿀맛이다.


밤 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침이 오면 응고롱고루Ngorongoro 분지에 햇살이 비쳐온다. 거대한 대지는 햇살을 받아들이며 어두운 남색 옷을 벗겨낸다. 세상이 따뜻해지는 시간. 대지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 온다. 햇살이 비추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나는 듯하다. 새로운 아침이 정말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투어는 또다시 멈추었다. 아침부터 또 동물들은 못 보고 여러 가지 일처리를 하는 느린 일 처리를 기다린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낭만을 저해하고 그저 즐겨도 모자랄 시간에 길거리에서 넋 놓고 기다린다. 패트릭은 짜증을 힘껏 내고 나머지는 이성적으로 무언가 해결해보려고 요구하고 노력해 보지만 결국 모두  ‘탄자니아잖아.’라는 포기에 가까운 씁쓸한 결론을 내리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볼멘 소리로 투정하는 우리 여행자 4명은 여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타이어가 퍼진 차량을 바라보며, 또 다른 시간을 낭비한다. 정비소에 가서 또 한참을 기다리며 굴렁쇠 굴리는 동네 애들과 이야기한다. 모든 기다리고 뒤쳐져야 하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오고 오후 5시 도착 예정은 그렇게 저녁 8시가 되어 끝났다. 정말 탄자니아고 아프리카이니까 포기해야 되는 걸까.



경찰서

도착하자마자 마지막으로 이중으로 지불해야 했던 금액을  반환받으려 했지만 여행사 사장은  그 다음 날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패트릭은 잔지바르로 향하는 비행기 표까지 받아야 하는데, 그가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이 된다. 그 탄자니아 여행사 사장은 2번의 약속을 어긴다. 엔젤은 포기하고 돌아가고 사이먼과 나는 2시에 투어 사무소에서 담당 사장을 다시 만나기로 단단히 약속을 하지만, 그가 나타날지는 무리수다.

우리는 4명의 입장료 금액과 패트릭의 비행기표 지불 금액을 환불 받아야 한다. 앤젤은 “아프리카.”라는 이유로 시스템과 상황을 비판하며 그런 환불받으려는 노력은 시간낭비에 소용없는 것으로 치부했으며, 비행기표 환불을 받지 못한 패트릭은 휴가 중이니 새로 비행기표를 사고 자신의 휴가를 위해 더 이상 지체 없이 우리에게 남은 것을 넘기고 떠난다. 왜 무언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단정 짓는 것일까. ‘탄자니아’는 무엇이길래. 그리고 얼마만큼이든 많지 않은 돈이라고 여기는 순간이 곳 사람들은 외국인을 더욱 쉽게 이용할 것이다. ‘그들에게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니까 크게 상관없을  거야.’라는 간사한 마음, 정당화의 과정, 그리고 그것의 악순환.


약속을 지키라는 작은 압력을 주기 위해 나는 아루샤 경찰서로 향한다. 다만 현지 경찰의 전화 한 통으로 그가 2시에 사무소에 나타나 일 처리가 되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상황은 더 흥미로워진다. 그들은 진술서를 쓰라고 요구했고 반신반의하며 여행사 이름이 쓰인 진술서와 약속 시간 내에 나타나지 않으면 사장을 고소하겠다고 쓴다. 아루샤는 꽤나 작은 마을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 경찰 서장은 모두 그 자를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 이야기하며, 기다리는 동안 내게 맛있는 현지 음식을 점심으로 대접해다. 그는 자신의 휘황찬란한 과거와  그동안 서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힘 있는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사장은 5시간 더 지나 반 강제로 불려와 상황을 설명한다. 저녁 8시에 현금을 가져 올 테니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경찰들은 자신들을 믿으라고 말한다. 저녁 8시 그 밤에 그곳을 향하는 시간 나는 돈 받기를 거의 포기했다. 사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경찰은 미안하다고 할 것이며 여행자인 우리는 이곳에 더 지체할 수 없어 그저 떠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간 계속해서 기다림에 지쳤다. 그냥 떠난 그들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탄자니아에서 그 소액을 돌려받기 위해 하루를 낭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무엇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그나마도뺏긴 듯한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탄자니아 경찰서 체험기 정도로 생각하며 그곳에 도착한다.


그날 우리는 일방적으로 타협을  제시받고 80% 정도의 금액을 돌려받는다. 그 사장은 끊임없이 불평 불만을 했다. 경찰들은 자신들이 하루 안에 사건을 이 정도로 해결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사실 경찰이 아주 부패했을 경우 일은 아예 성사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탄자니아잖아 아프리카잖아 하고 일을 넘겨 짚는 것을 다시 짚는 것, 여행자들에게서 돈을 그저 빼먹는 건 어렵지 않을 일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 이렇게 지독한 여행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아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필요했다. 다행히 경찰들에게 정의 구현이라는 인식이 아직 다 죽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비록 세렝기티에서 그저 넋 놓고 기다린 아쉬움을 돌려낼 수 없지만, 또 다른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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