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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10. 2015

야생 고양이 #24
<말라위> 세계 최빈국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무주주 Mzuzu

말라위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는 무주주, 중심가는 몇 개의 세련된 공공기관과 은행이 있고 시장과 상점들이 몰려있는데 20분이면 모두 둘러볼 만큼 작다. 조금 걸어나가면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굽이진 지형을 따라 붉은 벽돌로 지은 집들은 촘촘히 커다란 울타리 없이 모여있다. 바나나 나뭇잎이 흔들리고 비탈진 산길에도 경작 중이다. 마을에 나무와 집은 우후죽순 몰려있고 언덕마다 골목길이 구불구불하다. 대부분의 집은 1층이다. 학교와 모스크, 성당, 그리고 교회가 있고 커다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 논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고 놀거나 작은 나무 가판대에서 과일, 물건 장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한다. 소낙비가 대책 없이 퍼부으면 아이들도 나도 몸을 피하려 뛴다. 따뜻한 사람들은 우산 없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주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을 듣는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정갈함이 묻어난다. 진흙투성이 어린이들은 비가 오는 날에 뛰놀고 무주주 산비탈 바나나 나무 아래에서 한 아저씨는 비가 와도 경작을 한다.


아침에 배가 고팠다. 막연히 케냐를 생각하며 아침에 빵과 티를 파는 곳을 찾아 헤맨 나에게 우송은 이 근방에는 누구도 티를  사 먹지 않는다며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한다. 그는 수려한 영어를 구사하는 따뜻한 미소를 지닌 한 가정의 가장이다. 말라위의 정치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이곳 젊은 이들은 대부분 다른 기회를 찾아 해외로 –특히 남아공으로- 떠나가고 있고, 이곳에 희망을 밝히려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취임된 여성 대통령은 역시나 나라 발전엔 취미가 없고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데 임금은 좋지 않고 살아가기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 참 힘들다는 말이다. 어디서나 듣는 똑같은 정치 얘기지만, 특히나 그들의 가난은 부패한 정치의 결과이기에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게들 린다. 그는 내게 따뜻한 티와 빵을 제공해 주고, 자신의 가족들을 소개해준다. 그의 집은 여느 다른 집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아담하고 소박하다. 테이블 하나, 몇 개의 가족 사진, 마당은 없지만 대가족이 같이 살기에 그럭저럭 괜찮다. 대학을 나온 그도 남아공으로 가서일자리를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이 가난한 나라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는 총명한 눈빛으로 인자하게 웃는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망고 먹는 기술

바람이 분다. 망고가 넘쳐나는 곳에서 무지 막지 먹어댄다. 이에 가득 낀 망고 실들에 신경을 쓴다. 나는 이 나라가 왜 세계 최빈국인지 그래야만 하는 지 잘 모른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리고 물어도 답하지 않을 나무 그늘을 빌려 휴식을 취한다. 나무의 지혜를 갈구하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부러진 손목 시계를 꿰매지만 모기에 뜯기고  여기저기 긁힌 온갖 상처들은 꿰매지 못한다. 개미가 지나다니는 테이블을 바라보고 느긋하게 낭만을 누릴 수 있다면 그래도 족하다. 거울을 잘 보지 않고 지내 다오랜만에 자신의 얼굴을 세심히 바라본다. 커다랗게 변한 모공과 수 많은 기미, 변해버린 피부 톤, 여기저기 늘어난 다양한 주름을 보니 어색하다. 선크림이 다 떨어졌구나. 컴컴한 저녁 배낭 여행자 없는 현지인들만 보이는 숙소에 머물면 여행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말라위 삶에 가까워진 느낌에 취한다. 저녁 식사를 만드는 시간을 보낸다. 변변한 부엌도 없는 곳에서 과일과 삶은 옥수수 야채와 감자 튀김을 구매하여 먹는다. 하루는 단순하다. 길을 걷고 만난다. 그리고 글을 쓴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산 노트를 산다는 건 왠지 싫었지만 말라위 산 공책이란 건 눈 씻고 찾아도 없다. 내일은 식빵을 사들고 우송을 찾아가야지. 그리고 망고를 잘 먹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관찰

물은 부의 상징, 나는 앉아서 물 2L를 들이킨다. 버스 밖의 장인(농부)은 200 콰이차를 벌기 위해 빗속을 뛰고 나는 사치스럽게 자신이 야박하지 않음을 과시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한인 식당에 두고 온 팁 150 콰이차를 생각한다. 시선의 저변에는 권력이 있다. 관찰은 관찰자가 관찰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더 쉽게 이루어진다. 이곳에 있는 많은 불편을 참거나 웃어 넘길 수 있는 이유는 이사회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관찰 대상이 갖는 현실의 버거움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렵게 얻은 버스 표 한 장을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심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상대의 삶의 무게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다. 다른 삶을 바라보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그 진창에 내 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관찰자적 태도를 고수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인류애란 무엇인가? 이러한 자기 만족을 위한 상대적 비교의 행위를 반복한다. 가난을 통해 자신은 그곳에 속하지 않았다는 위안과 일종의 오만함을 갖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특별함을 느끼게 되는 그 애정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난한 곳에 온 것인가? 어릴 적부터 자라 온  마음속 비틀린 괴물에게 만족감과 해방을 주기 위해, 자기만족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인가? 내 무능한 현실을 뒤로 하고 대책 없이 떠났는데 이곳에서는 갑자기 여유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요술나라 꿈 공주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더 자세히 세상을 보고 싶다. 마주해야 할 것들과 받아들여야 할 것, 버려야 할 것과 보내야 할 것, 돌아가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 머물 때를 아는 것, 더 큰 마음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작은 지점을 간과하지 않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힘을 갖기 위해 나는 더 진흙탕을 뒹굴겠다. 내 비틀린 생각의 지점을 만나고 다시 오만한 자신이 무너지기를 원한다.

“오만한 자아를 인간이라는  고통받는 편력 군대 속으로 던져 담금질하여 부드럽게 만든다는 것”


가난한 나라

‘왜 가난한가?’ 경제, 정치, 세계를 보지 않고 미시적인 방문만으로는 가난의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권력이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 머물게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부의 축적을 이룬다.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의 삶은 너무나 척박하다. 그들은 돌파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한 켠으로 많은 이들이 그런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교육과 인식이 부족하다. 말라위에는 가난에 관한 책들이 꽤 팔리고 있다. 경제나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왜 이래야만 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어서 책을 붙잡는다. 책 안에는 ‘1달러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돌아가기를 바란다’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만난 내가 만난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Peace  Corp.(피스콥)이라는 단체에서 나와 말라위 곳곳에서 지역 활동을 진행한다. 이 단체는 전 세계 최빈국을 돕고 있는데 미국인 지역활동가들을 뽑아 배치한다. 말라위의 경우 HIV/AIDS 교육과 관리, 우물 사업과 집 짓기를 주로 도맡아 현지인들의 기본적인 생활 수준의 발전을 돕는다. 이들은 전기도 잘 들어오는 곳에서 물을 퍼 나르러 매일 1시간을 걸으며 현지인과 함께 생활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난 세월커리어와 모든 안락함을 내어두고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다.


무언가 이곳에서 그저 여행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자원 활동을 할 곳을  찾아다닌다. 거시적 관점으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 한계 안에서 무언가 실천하고 싶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다만 단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센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삶에 더 참여하며 가난에 관한 비슷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연이란 것은 참 신기한 것이어서, 우연치 않게 또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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