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칸나 Nov 11. 2015

야생 고양이 #25
<말라위> 전환점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2014년 맞이

말라위 호수를 바라보는 은카타 베이Nkhata Bay 의 게스트 하우스. 새해 자정이 되기 전 나와 일본인 여행자 친구들은 찹쌀떡을 만든다고 호숫가에서 장작을 지피고 밥을 한다. 여행자들은 각자의 한 해 마지막 만찬을 즐기느라 바쁘다. 그리고 시간이 남은 우리 다섯은 곧 다가올  다음해를 향해 10가지씩 다짐을 만들어 공유한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자세히 들으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시 나아갈 길을 바라본다. 먼 대륙 아프리카에서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는 장기 여행하는 홀로 배낭족이다. 모두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다.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고 다짐한다. 그리고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 더 재미있게 순간들을 즐기며 살기를 희망한다.


말라위 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커다란 발코니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새해를 맞이 한다. 온갖 국적의 여행자들이 하나가 된다. 텅스텐 조명이 밝은 습한 밤에 경쾌한 음악과 함께 우리는 서로의 뜨거운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한다. 지난 한해도 수고했다고, 다시 올 한 해도 즐겁게 살아보자고. 땀이 송송 날 때까지 웃고흥에 겨워 춤을 추며 더 빛나는 한 해를 기원한다. 새로움을 꿈꾼다. 한국과 7시간 시차를 두고 2014년을 맞이한다. 그 넘치는 에너지, 뜨거운 땅에서 여행자들과 또 현지인들과 함께 꿈꾸는 밤이다.


새해 일출을 보는 건 아시아 사람의 일인가 보다. 그렇게 늦게까지 놀고도 일출을 보기 위해 잠을 억누른 채 바라본다. 말라위 호수 너머로 탄자니아와 모잠비크가 보인다. 밤새 비가 왔다. 천둥이 쏟아지고 초라한 움집은 거세게 소리를 받아낸다. 다행히 빗물이 새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자연 속에 있다는 그 강렬한 신호를 느끼며 선잠을 잤다. 자연은 멈출 줄 모르고 흘러간다. 호수의 파도의 울렁이는 물 길을 바라보고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모두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 지금 하고 있는 걱정하는 것을 내년엔 걱정하지 않겠지. 새해 새날이 시작된다.

인연

말라위 호수가 펼쳐져 보이는 그 게스트 하우스에서 말레이시아 사람 카이럴Khairul과 네덜란드 사람 피카Pika를 만난다. 그들은 이 곳 은카타베이에서 멀지 않은 작은 시골 동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피카는 간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네덜란드 대학생이고, 그것을 위해 현지 조사와 보고서 그리고 봉사를  1년째 하고 있다. 카이럴은 여행자이지만 현지인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교류에 관심이 있는 말레이시아 사람으로 그간 아프리카 6개월 여행을 하면서 케냐와 우간다에서 몇 차례 자원봉사를 하면서 현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 슬며시 물었다. ‘나도 가도 될까?’


그들과 함께 르와르웨Ruarwe로 향한다. 작은 배로 4시간 그리고 4시간의 카누 이동이다. 통나무를 패어 밑에 철을댄 것이 전부인 카누를 처음 타 본다. 특별한 장비 없이 4m 남짓인 카누 위에 네 사람이 앉아 노를 저으며 앞을 바라보는 일이 전부이다. 한 대의 카누는 우리 셋의 가방을 싣고 다른 한대는 우리가 앉아 있다. 두 명의 말라위 청년들이 주로 노를 저어 이동한다. 끝없이 넓고 푸른 호수 위에 대책 없이 흘러간다. 저 멀리 물고기를 잡는 어부도 보인다. 갑작스런 거친 비바람에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구명조끼도 없고 푸른 호수의 깊이는 무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곧이어 맑은 날씨가 이어 지고 마음이 안정되면 우리를 이끌어 가는 말라위 청년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깔깔깔. 그저 노래 부르고 다시 노 저어가며 아름다운 호수를 가로지른다. 그러 다신이 나면 햇살 아래 우리는 그 푸르른 호수에 빠져들어 수영을 하고 어린아이가 된다. 어떤 장비도,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우린 그 커다란 푸른 호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목적지도 미래도 과거도 없고 그저 ‘지금 이 푸른 호수와 우리’의 순간이 펼쳐진다. 



은바 야 마삼비로Nyumba Ya Masambiro 

르와르웨는 인구가 100명 정도인 작은 마을이다. 그곳에 은바야 마삼비로Nyumba Ya  Masambiro라는 마을센터가 있다. 그곳은 영국인 자선단체에 의해 운영된다. 마을에서 20분 거리 롯지에 그 자원봉사 단체 사람들이 머물고 자원봉사자가 겨우 5-6명 안팎이다. 도서관과 어린이 집, 유기농 밭, 닭 몇 마리, 그리고 작은 태양열 발전기를 돌려 컴퓨터를 간신히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센터에서는 그 것들을 마을 사람들에 책은 무료로 교육과 먹거리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곳을 만들고 지원하는 사람들은 영국인들이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만들어 나가는 건 고용된 8명의 말라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하나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영국 단체에서는 이곳을 짓고 지원하기를 5년의 기한을 두었고, 그 이후로부터는 이들 스스로 자립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막무가내 주는 사람  만족을 위한 사랑 퍼주기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한 걸음을 위한 건강한 지원이다. 새해 첫 모임은  지난해의 수입 지출을 정리하고 한 해의 예산안을 짜는 회의로 이루어진다. 


리사 Lisa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작은 지출도 수입도 체크되고 조금이라도 발전된 것에 축하하며 일은 진행된다. 센터의 영국인 리더 리사는 굉장히 날카롭고 분석적이며 똑똑하다. 작은 체구에 마른 그녀의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모습 이면에 뚝심 있게 이곳에서 자신의 청춘을 바치는 실천력과 뜻있는 일을 하려는 의지가 새겨져 있다. 자신의 뜻이 있는 곳에 전념하고 그 뜻이 자신을 만든다. 그녀는 그곳에 온 3년 간 아무런 수입을 받지 않고 자신의 사비를 들여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지고 그녀는 그곳의 두뇌로 역할하며 말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때로 차갑고 때로 냉정하게 보이는 그런 그녀는 정이나감정으로 일하지 않는다. 뜨겁고 깊이 있는 가슴은 거추장스럽게 언급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표현된다. 팀 각자의 역할, 토론, 의견 제시, 동기부여, 협동, 교육, 상생, 글 이상의 실행능력, 소득과 투명한 정도, 짧은 소득이 아니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 현실 직시, 운영, 양심, 개인의 책임, 역량, 카리스마, 흡입력, 개혁, 발전, 동기와 현실을 말한다. 


피카 Pika

피카는 간호 학도이다. 대학 논문을 위해 르와르웨와 그 근방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서양 의학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조사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서구 의학의 힘이 다 닿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한 조사와 함께 그곳 사람들에게 다양한 증상의 질환에 관한 의학적 지식을 알리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 치료법을 믿고 있는데 초현실적 에너지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피카는 이러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 의학에의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한다. HIV와 AIDS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다른 질환을 다루기도 한다. 하루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간질에 관한 수업을 했다. 더 빠른 이해를 위해 몇몇 학생이 간질 환자 연기를 한다. 그런 간질에 대해 쉽게 악마에 휘둘렸다 혹은 만지면 병이 옮길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판단 오류 가능성을  바로잡기 위해 적절한 대처를 일러준다. 수업은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그들에게 확실한 질환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생 고양이 #24<말라위> 세계 최빈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