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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12. 2015

야생 고양이#28 <모잠비크> 다양성을 찾아

아프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아프리카의 다른 모습을 찾아서:

모잠비크 Mozambique

아프리카에 오기 전에 아프리카 전체는 나에게 하나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각 나라와 지역, 사람마다 모두 다른 색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지난날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각 국가를 넘나들며 다른 문화와 환경을 보고 싶었다. 지난 식민지 시대에 영국령이 아닌 다른 영향을 지닌 아프리카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별 대책 없이 모잠비크로 향한다.


또 다른 언어가 시작된다. 아프리카에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어떤 나라의 언어도 제대로 배울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모잠비크는  지난날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인해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말라위와 달리 이곳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를 못한다. 그들은 굉장히 강인한 된소리 악센트를 가지고 있다. 최근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모잠비크의 처음 도착한 테테 Tete라는 도시는 말라위에 마을들에 비해 큰 중소도시다.(말라위 가장 큰 도시보다 훨씬 더 크다.)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도시였지만, 너무 오랫동안 시골에 머물렀던 탓일까 그 ‘도시’ 자체에 조금은 위축된다. 그리고 시설에 비해 숙박료는 꽤 비싼데, 여행자 수요가 많지 않은 환경 탓에 숙박업소들은 현지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 버스가 도시에 다다를 때 창문 너머로 물색해 두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뙤약볕 아래 30분을 걷지만, 그곳도 역시나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우연히 영어를 간신히 쓸 줄 아는 한 현지인이 소개해 준 아무것도 없는 현지인 숙소에서 그럭저럭 하룻밤을 지낸다.


모잠비크의 장거리 버스는 이동시간을 고려해 새벽 3-4시에 정시 출발하곤 한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짐을 들고 밤길을 헤치며 터미널을 향한다.



동네: 치마요 Chimoio

치마요는 걸어서 주요 구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정돈된 구획들 사이로 정부 기관들이 들어서 있고, 포르투갈 풍의 건물들이 조금씩 보인다. 시장은 커다랗고 상인들이 바글바글하다. “Amiga!”(친구!) 길거리에서 상인들이 다른 언어로 나를 부른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혼자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야.’ 혼자 여행하고 혼자 가만히 무언가를 응시하는 이는 그들에게 어색한 사람이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그들의 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느낌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짐작한다.

아침 산책을 하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으면 빵집이다.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모락모락 갓 익은 빵이 성황이다. 아침부터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맛있는 빵을 사려 긴 줄을 기다리는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누구와도 같다.


세련됨

빼빼 마르고 멋 부리기에 열심히인 청년 살리모 Salimo라는 현지인을 알게 되었고, 그의 대가족의 모임에 초대받는다. 그들은 멋진 컴퓨터와 예쁜 정원이 있는 깨끗한 집에 가정부를 고용하고 세련된 옷을 입고 풍성한 음식을 나누며 자신들의 휴일을 즐긴다. 티셔츠는 다리미로 말끔한 각을 만들어 입는다. 겉모습이 자신의 신분을 상징한다. 중산층은 다른 건 몰라도 ‘보이는 자기 모습’은 ‘권력’이기 때문에 체면이 구겨지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집은 대체로 가난하더라도 10만원이나 주고 가발을 주기적으로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 품위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항상 좋은 일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슬프고 나쁜 일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된다. 패턴이 현란한 긴 치마와 꼬불꼬불한 머리를 틀어 올리고 포대기를 싸서 아이를 업고 다니는 사람들은 비교적 적다. 서양식이 아닌 패션은 촌스러움과 구시대를 상징한다. 남아공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모잠비크의 유행은 짧은 치마, 레게머리, 혹은 깔끔한 유명 브랜드 상품이다.



시골 학교 풍경

스페인 젊은 여성 2명이 근방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쉼을 얻으러 내가 묵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대화 중 흥미를 가져 그들을 따라 자원봉사 학교를 방문하기로 한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있는 그곳은 치마요와 아주 다른 오두막집이 많은 비교적 가난한 지역이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가 비슷한 까닭에 그들은 그곳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기도 하고 학교 활동을 도우며 지낸다. 방문을 하면, 방학 중 정기모임 같은 것이라 수업은 없다. 다만 학교는 방학 동안 남아공의 투자를 받아 건물을 보수 재건 중이다. 이제 갓 분홍색 파란색으로 색칠한 교실 내부는 화사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그저 애정을 필요로 하는 것만 같다. 서로 일상적 대화를 하면서, 학교 잡일을 도맡고 그곳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학교 구석진 곳에서 모잠비크 댄서들의 리허설 구경에 초대받는다. 넘치는 에너지로 레게머리를 흔드는 여자아이들과 시멘트 바닥 위를 맨발로 구르는 열정이 대단하다. 정말 아프리칸의 피는 다른 것일까. 배경 음악은 필요 없이 다만 북 두 개로 모든 강렬한 군무가 이어진다. 공연 리허설 구경인데도 끝이 나자 뜨겁게 박수를 친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운영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커다란 운동장(공터)에 비해 작은 학교지만, 그럼에도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밥을 나누고 발전을 꿈꾸는 그곳의 가능성에 대한 생기가 뿜어져 나온다. 우리는 창틀을 닦고 아이들과 덤블링을 하는 오후를 보낸다.


그리고 우기인 모잠비크에 소나기가 찾아온다. 넓은 운동장에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없이 진흙탕 길을 걸어 대로변까지 갈 수 없어 우리는 기다리고, 아이들은 비를 즐기기 시작한다. 비를 즐긴다는 것이란, 낭만에 젖어 빗줄 소리를 보고 듣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흙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온 몸으로 비를 맞는다. 비를 마신다. 거센 비 속, 춤을 추고 장난을 치고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다시 물을 제 몸에 들이 붓는다. 그 커다란 빗소리 속에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섞이고 그곳은 이제 그들의 세상이 된다. 자유란 이런 것이라고 아이들이 몸소 아우성친다. 어른들은 그저 그 범접할 수 없는 순수의 세계를 행복감으로 바라볼 뿐이다. 마치 목말랐던 식물들이 단비에 환호성을 치듯 옥수수 밭 학교에 리듬과 생명력이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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