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 11. Albany, SUNY Plaza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대선 토론이 시작되는 2월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한국의 대통령뿐 아니라 글쓴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총장 (President), 그리고 학교가 속한 주립대 시스템의 챈슬러 (Chancellor)까지 많은 리더십들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자리에 어떤 리더가 뽑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스캔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뉴스를 자주 확인하시는 분들은 뉴욕의 전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 (Andrew Cuomo)의 얼굴을 보신 적 있을 것이다.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팬데믹이 터진 후, 3월 2일부터 6월까지 약 111일간 매일 코로나 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곳 중 하나인 뉴욕주의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매일 리포팅 함으로써 리더십 있게 잘 끌어갔다는 점을 높게 인정받아 Emmy Award를 받기도 했었다.
그렇게 그의 주지사 커리어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위기일 수 있었던 시기를 훌륭하게 넘기고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나 싶었는데, 2021년 여름, 스캔들이 터졌다.
그동안 여자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거나 부적절한 스킨십을 했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총 11명의 여직원이 소위 "me too" 외치며 그의 부적절한 언행을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는 2021년 8월 10일 주지사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프레스 콜을 열었다. 물론, Emmy Award 또한 반납해야 했다.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그렇지,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리더는 안되지"라는 배움만 얻을 수 있을 텐데, 11명의 여성들이 쏘아 올린 공은 뉴욕 주지자 오피스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구글맵: https://goo.gl/maps/6gxKxgGEDStEsS7Y9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2시간 30분
때는 앤드류 쿠오모가 주지사로 일하고 있는 2020년 여름으로 돌아간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립대학교 시스템이자 뉴욕 전역에 약 64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뉴욕 주립대 시스템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ystem)의 챈슬러 자리에 Jim Malatras (짐 말라트라스)가 이름을 올렸다.
당시 언론보도는 뉴욕주립대가 전 세계적으로 적임자를 찾는 global search 나 미국 내에서 적임자를 찾는 national search를 진행하지 않고, 앤드류 쿠오모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짐 말라트라스가 챈슬러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실제로 짐 말라트라스는 앤드류 쿠오모가 팬데믹 초기 상황을 지나갈 때 측근에서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그런데, 짐 말라트라스는 교수 경력도 있고, 뉴욕주립대 캠퍼스 중 하나인 Empire State 총장 직을 지냈던 경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 주립대 시스템의 챈슬러 역할을 맡는 것이 비즈니스 맨이던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만큼의 쇼킹한 뉴스는 아니었다.
문제는 앤드류 쿠오모가 성희롱 문제를 세상에 알렸던 11명의 여성 중 한 명인 Lindsey Boylan (린제이 보일랜)가 짐 말라트라스의 언행도 알리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문자에 의하면 짐 말라트라스는 여성으로서 정부 오피스에서 일하기에 toxic work environment 였다고 하는 린제이 보일랜에 "FXXK yourself"라는 등의 욕을 한 것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짐 말라트라스가 Empire State Collge에서 총장으로 지낼 때부터 리더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증언들이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쑤니 (SUNY) 학생들, 직원들 등 짐 말라트라스를 파면하라는 의견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SUNY는 짐 말라트라스를 끝까지 변호하고자 했지만 결국, 2022년 1월, 짐 또한 뉴욕 주립대 챈슬러 직을 내려놓게 된다.
5년의 공식 임기 중 겨우 1년 반 정도만 채우고 떠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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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말라트라스가 뉴욕주립대의 헤드쿼터라고 할 수 있는 뉴욕주립대 플라자를 떠난 2022년 1월 15일부터 새로운 챈슬러가 공식적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임시 챈슬러 직에 임명된 분은 바로 SUNY Oswego 전 총장 Deborah Stanley (데보라 스탠리)이다.
데보라 스탠리 현 뉴욕주립대 시스템 임시 챈슬러는 뉴욕주립대 오스위고 캠퍼스에서 총장으로만 약 25년 동안 일하신 대학 행정에 도가 훤히 트이신 분이시다. 데보라 스탠리는 마침 25년간의 쑤니 오스위고 총장직을 2021년 12월 부로 내려놓기로 하셨는데, 뉴욕주립대의 부름에 은퇴시기를 약 1년 더 늦추시기로 하신 것 같다.
성희롱 등의 문제로 리더십 자리에 내려와야 했던 전 리더를 잇는 경력 만땅의 여성 리더,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스캔들이다.
그런데, 짐 말라트라스가 챈슬러 직을 떠나며 새롭게 사인한 exit contract 이 특이하다. 먼저, 1년 동안 study leave (유급 연구 휴가)를 떠난 후, 돌아와서 Empire State에서 다시 교수직으로 교편을 잡을 수 있다. 즉, 물의를 빚어 나가는 사람에게 돈을 주며 휴가를 보내고 다시 돌아와서는 교수로 일할 수 있도록 다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데보라 스탠리가 챈슬러로 일하며 받을 샐러리는 약 $500K, 한국돈으로 5~6억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도 받고 있는 짐 말라트라스의 유급 휴가 액수는 $450K, 챈슬러로 일하는 데보라 스텐리와 오만 불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이러한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올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직이던, 학교 총장 혹은 챈슬러직이던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크기만큼 자신도 잘 다스릴 줄 아는 리더가, 학연, 지연 등이 아니라 공평한 절차를 통해 선출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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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2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