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기에서 이렇게 자랐어요

절대적 자연스러움은 없다

by Hannaz


절대적 자연스러움은 없다. 다만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한 느낌인 것이다. 그런 불편함은 좋다. 간혹 낯섦을 불편함으로 인지할 때도 있지만 괜찮다. 그런 불편함은 금세 재미로 바뀌니까.


기울어진 길에 있는 나무 2020 (제주도)


난 이렇게 생긴 나무를 처음 보았다. 제주도란 이렇구나. 내가 신기해서 사진을 오랫동안 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할머님께서 이걸 왜 찍는지 물어보셨다. 그분은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시던 나무지만 나에게는 꽤나 신기한 형태의 나무였다. 오랫동안 바람 많이 부는 길에 서있던 것 같지만 이 길에 이 나무만 이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기둥이 약했는지 꽤 많이 휘어져 있었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약간 비켜 나가거나 몸을 숙여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휘어진 이 나무가 잘려나가지 않아서 좋았다.


난 여기에서 이렇게 자랐어요 2022 (푸에르떼 벤뚜라 섬에서)


그로부터 2년 후 바람에 긁힌 듯한 이 나무를 푸에르떼 벤투라 섬에서 만났다. 친구가 밀라노에서 이 스페인 섬으로 이사를 간지 1년이 넘었고 섬을 좋아하면 여기도 좋아할 거라며 초대를 받았다. 친구는 이 섬에 한눈에 반해 그의 강아지 이름을 푸에르떼라고 지었다. 푸에르떼는 이름처럼 호기심이 많고 신사적으로 지랄 맞은 힘 좋은 비글이다. (스페인어로 Fuerte 강한 ventura 모험이라는 뜻이다.) 섬의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고 나는 이 섬이 비글 같이 느껴졌다. 저 나무 역시 저대로 존재할 수 있게 다듬어주는 얼굴 모를 주인이 좋았다. 나무 옆 돌은 날아온 건지 옮겨 둔 건지, 아무튼 나무랑 꽤나 잘 어울리는 듯했다.


모래 바람이 많이 불면 도로가 사라질 것 같다

이 섬에서 특이 한 점은 사막과 바다가 같이 있다는 것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모래가 차도를 가려버려 위험할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정해진 곳이 아닌 곳에 주차를 했다간 모래 구덩이에 차가 빠져 그날 여행이 끝날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모래 구덩이에 차바퀴가 빠져 쩔쩔매는 외국인 한 무리를 볼 수가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 처럼 행동했다가는 불편함에 된통 당할 수 있다.


사막과 바다

절대적 자연스러움은 없다. 잘려나가지 않게 버티지 말고 내가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잘려나가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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