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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19. 2017

나의 건강,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는 스웨덴의 유기농열풍

고통스럽게 자란 생명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

  Karlskoga에서의 머무른 첫 날부터 마리안은 나에게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였다. 지나친 여유를 즐기느라 늦잠쟁이가 되어버린 내가 오후 1시에 일어나도 ‘Godmorgon!(좋은아침!)'이라고 인사해주던 마리안이, 토요일엔 꼭 아침 아홉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그렇게 아침부터 열심히 차를 달려 간 곳은 Jannelunds 지역의 유기농 농장이었다. 이 곳은 금요일과 토요일 단 이틀, 그것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밖에 영업하지 않는 특별한 작은 유기농 가게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웬 젊은 남자가 정육점같이 생긴 냉장고 뒤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놀랍게도 그 젊은이는 가게의 주인이면서 본인을 ‘힙스터 농부’라고 자칭하는 진짜 농부였다. 그는 차근히 진열되어있는 고기와 햄, 오트밀, 심지어 유기농 김치(최근 스웨덴에서는 한국 음식이 꽤 큰 인기다)를 설명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고 유기농 생산과정을 통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어떻게 일반 식품과 다른지 알려주었다. 아담이라는 이름의 이 젊디 젊은 농부는 본인의 인스타그램(@ekobonden)을 비롯한 SNS, 그리고 여러 농업관련 행사에서 유기농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데에 힘쓰는 동시에 주말에 작은 가게를 열어 직접 사람들에게 유통하기도 한다. 

     

 오트밀로 만든 건강음료 몇 병과 소시지 두어 종류를 산 뒤 가게를 나서려하자, 아담은 지금 마침 새끼 돼지와 병아리 몇 마리가 저번 주에 태어났으니 구경하고 가라고 일러주었다. 농장을 관리하는 또 다른 젊은 언니의 안내로 작은 농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농장 구경이 무슨 재미있겠나 싶었지만 금방 돼지 닭 양 관찰에 빠져들었다. 그 농장은 뉴스에 흔히 나오는 닭 돼지 몇 백 마리가 우글우글 한 그런 곳 보다는, 동화책에 나오는 말하는 동물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그런 농장에 가까웠다. 새끼 돼지가 있는 곳은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곳을 제외하고는 매우 큰 집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돼지들을 볼 수 있었다. 옆 울타리인 양들은 중간에 뚫린 찻길을 제외하고는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내가 탄 차 바로 앞까지 궁금한 듯 떼로 몰려들다가 경적을 울리니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우르르 사라졌다..)     


 아담의 농장을 떠나 차로 조금 달려 닭 농장에 도착했다. 마리안은 일주일에 한 번 꼭 여기까지 20분가량 차를 타고 와 달걀을 사간다고 했다. 안 그래도 비싼 계란 값에 기름 값까지 더하는 꼴이라니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농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과일열매를 맺는 낮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는 해가 잘 드는 풀밭을 ‘뛰어 다니는’ 수 백 마리의 닭들을 상상해보았는가. 매우 넓은 들판에서 흙장난을 치고 심지어 조금은 날기도(!) 하면서 나무 열매를 따먹는 닭들은 자기가 내킬 때, 주로 해가 밝은 오전에 달걀을 낳는다고 한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이 달걀이 철장에 갇혀 달걀 낳는 기계가 된 닭이 낳는 것들보다 건강하고 맛있다는 걸 안다. 달걀을 사 들고 오면서 우리는 이 달걀을 사기 위해 온 주차되어 있는 많은 차들을 보았다.      

  마리안이 나를 이 유기농 쇼핑에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크리스터는 스웨덴에서 유기농 운동을 시작한 1세대 농부다. 모두가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인공사료를 동물에게 먹일 때, 이 당찬 부부는 이는 자연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옛 방식을 고수했다. 몇 십년간 모두가 바보 같다고 한 길을 꾸준히 걷다 보니, 이제는 젊은 농부들이 본인들의 길을 따라 걷고 이제는 사람들이 그 길이 맞다고 박수를 보내는 시절이 왔다고 이야기 한다. 이 부부는 이제 농장을 관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동네의 숲을 자연의 방식 그대로 돌보고 있다. 그리고 유기농 운동에 앞장서는 젊은이들을 독려해주고, 마당에서 나는 채소들을 즐겨 요리하며 본인들의 냉장고를 유기농 식품으로 가득 채우는 삶을 살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유기농 제품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식료품점에 가면 모든 식료 코너에 'eko' 마크가 붙은 유기농 제품이 있으며, 심지어 유기농 맥주, 유기농 머스타드, 유기농 옷 까지 만날 수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꽤 많은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eko’가 담겨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유기농에 이토록 관심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한 식물, 행복한 동물을 가꾸어서 결국 우리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인데, 결국 지구를 생각하자는 대의명분이 아닌 우리 좋자고 하는 배부른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유기농이 뭐가 좋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역시 가장 제일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이다.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고자, 즉 돈의 논리에 우리의 식생활은 잠식당했다고 그들은 이야기 한다.      

 ‘원래 이런게 아닌데’ 닭들은 억지로 달걀을 낳다가 죽고 돼지는 억지로 살을 찌우고 도살장에 간다. 상상도 못할 스트레스 속에서 자란 동물, 식물은 건강하지 못하고 이를 식탁에 올리는 우리도 결국 건강하지 못하다. 유기농은 단순히 ‘자연의 법칙 그대로 원래 그들의 방식대로 자라게 두자’라는 것이다. 괜찮은 것에서 더 좋은 것을 바라는 게 유기농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일종의 사치로 생각했던 나에게 이러한 설명은 머리에 종을 울리게 했다. 과도한 욕심에, 지나친 자본의 논리에 비뚤어진 우리의 식탁을, 창조된 원리대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스웨덴의 유기농 운동이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는 이를 가용할 만한 넓은 토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또 다른 큰 이유는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먹는 것에 대한 우리의 열정에서 조금 더 나아가, 유기농 농업에 땀을 쏟고 있는 농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스웨덴의 자신 만만한 젊은 농부들을 보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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