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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따 Aug 15. 2024

하루 만에 까막눈이 되다

굿모닝 비엣남!

2023년 3월의 이야기


회사와 베트남 파견일을 조율했고, 파견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회사로부터 호찌민행 항공권과 예방접종 등 파견 준비를 위한 안내를 받았다. 막판 짐 정리가 필요해 당근마켓으로 정말 많은 거래를 했다. 거래 온도가 무려 50도에 도달했을 때도 아직 모든 물건을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나보다 늦게 베트남에 오게 될 남편을 뒤로하고


덜컥, 베트남에 왔다.

비행 5시간 만에 도착한 이곳에서 나는 까막눈 외국인이었다. 날씨는, 와- 내가 각오하고 온 것보다 훨씬 후덥지근했다.


혼자 휴식할 시간에 낯선 풍경을 두 눈에 계속 담았다, 더 보다 보면 언젠간 덜 낯섳어질테니까. 호찌민에서 하룻밤을 자고, 진짜 내 파견지인 껀터로 출발하게 되었다.

하룻밤을 묵었던 호텔에서의 조식을 제외하고 베트남에서의 ‘진짜 첫 끼’는 쌀밥 위에 구운 고기와 야채절임이 올라간 단출한 덮밥이었다. 나중에 이러한 메뉴를 '껌땀'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첫 날의 이 껌땀은 맛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껀터에 도착해 함께 일할 현지 동료들과 첫 인사를 마쳤다. 우리를 데리러 나와준 현지직원에게 호텔에서 먹었던 과일 사진을 보여주며 '호텔에서 이 과일 먹었어'라고 영어로 말했었는데,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아들었는지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과일은 '구아바(베트남어로는 Ổi 오이)'라는 과일인데 내 입에는 새콤한 사과, 석류 중간 어딘가의 맛이 났다.

출근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최고 온도 36도 정도의 더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다행이었던 것은 사무실 바로 옆에 꽤 자주 갈 만한 카페가 있다는 점이었다. 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번역기로 소통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첫 구매에 성공했고, 카페에 발도장을 찍는 만큼 나의 아아메 주문 스킬 (또는 그들의 주문받기 스킬)은 더욱 늘어갔다.

베트남어도, 베트남 문화도 모르는 것 투성이.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내게 익숙해진 나라들에 대한 향수가 마음속에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부터는 현지를 잘 아는 동료들에게 지식의 빚을 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마음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 뉴비에게 회사에서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식사는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매 끼니 걱정 없이,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이들의 문화를 조금씩 배워나갔다.


덥지만, 낯설고 어색하지만, 과분하게 챙겨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한 껀터에서의 첫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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