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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r 24. 2022

마음만 좀 알아줬으면

공감 유감

7년 전 담임 목사님의 요청으로 교회에 상담부를 만들었다. 첫 행사로 코칭워크숍을 열었다.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자격증도 따고 지금까지 상담부를 지키고 있다.


  이번 주부터 4주간 코칭 워크숍을 한다. 참가자 모으고 연락하는 일은 아내가 도와주었다. 인원이 확정되고 프로그램 운영권을 가진 회사에 연락하여 교재 18권을 배달받았다.


  새 교재를 훑어보니 인쇄에 문제가 있었다. 일부 글자들만 볼딕체로 눈에 띄는 것이 거슬렸다. 예를 들어 '코치와 고객이 로 파트너십을 맺고...'라는 문장에서 '서'자만 진하게 표시되었다.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그런 흠이 있으니 좋지 않았다. 받은 것은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카톡으로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나: O팀장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교재 토요일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쇄물 관련 하나 피드백 드려도 될지요?


O팀장: 안녕하세요 코치님. 어떤 피드백이실까요


나: 일부 글자가 맥락 없이 볼딕체로 인쇄되어 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서'라는 글자는 다 굵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네요.


O팀장: 네 알고 있어서 인쇄소에 전달해 놓은 상태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대목에서 헉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기대하던 반응과 전혀 달랐다. 이게 아닌데. 뭐지? 다소 불편하더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 아, 이미 알고 있으셨는데도 그런 제품을 주셨다는 것은 좀 아쉽네요^^;;


O팀장: 재인쇄로 보내드릴 수 없는 일정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희의 고초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치님.


나: 네, 알겠습니다.



  마음이 복잡했다. 문제가 있는 쪽에서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걸 대표에게 찌를까? 제품을 바꿔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좋은 뜻으로 얘기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나쁜 사람이 된 듯해 억울했다. 좋은 관계로 같이 일하고 싶은데 다음에 연락할 때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물 한잔 마시고 잠시 지나니 더 넓은 관점이 열렸다. 오죽 바쁘고 힘들면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고초'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면 상당히 어려운 상태인가 보다. 인쇄가 자기 잘못도 아닌데 뭐라고 하니 그도 억울했겠다. 그도 불편했겠다.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거다.


  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마무리로 탁 끊지 말고, 상대방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 마음 알아달라고 외치기 전에 상대 맘을 알아줘야 하는데. 마음으로 카톡 마무리를 수정한다. 


"일정에 맞춰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소한 인쇄 문제보다는 적시에 받는 것이 더 중요하죠. 많은 일을 처리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그래, 더 넓은 사람이 되자. 인간사 주는 대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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