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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pr 06. 2022

겸손한 질문

에드가 샤인의 '리더의 질문법'

조직문화의 대가 에드가 샤인 교수의 '리더의 질문법'을 읽고 있다. 원제는 Humble Inquiry 겸손한 질문이다. 이런 예화가 나온다. 


외지인이 북부의 작은 농촌 마을을 찾아가다가 갈림길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현관 앞에 앉아 있는 현지인에게 묻는다. 


외지인: 이 길로 가면 우드퍼드가 나오나요?

현지인: 그래요, 그 길로 가면 우드퍼드가 나와요.

외지인: 그럼 이 길로 가도 우드퍼드가 나오나요?

현지인: 그래요. 그 길로 가도 우드퍼드가 나와요. 

외지인: 그렇다면 제가 어느 길로 가는 게 더 좋을까요?

현지인: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요!


  무엇이 동네 아저씨를 화나게 했을까? 반복적인 닫힌 질문이 그를 귀찮고 짜증 나게 했다. 결국 '네가 물어보면 내가 꼭 답해야 하냐'며 화를 냈다. 


  닫힌 질문이란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되는 질문이다. 밥 먹었어? 이거 진짜 맞아? 하기 싫어?  숙제했어? 

닫힌 질문은 타인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확인하는 형식이다. 질문을 받는 처지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가부만 말하면 된다. 


  비슷한 질문으로 단답형 질문은 답이 단어로 떨어지는 질문이다. 고향이 어디? 차 키 어딨어? 그거 얼마예요? 단답형 질문 역시 답하는데 많은 생각이 필요 없다. 이미 아는 내용을 툭 던지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 자판기가 아니다. 


  닫힌 질문이나 단답형 질문을 많이 쓰는 대표적인 곳이 법정이다. 

봤습니까? 같이 있었습니까? 때렸습니까? 죽였습니까?

뭔가 설명을 하려고 하면 말을 끊는다. '설명하지 마세요! 예 아니오만 말하세요!' 영화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진술인의 상황이나 생각은 안중에 없다. 검사나 변호사가 자기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답만을 구하기 때문이다. 진술인은 그저 정보의 출처에 불과하다. 

영화 '의뢰인' 한 장면


  우리는 복잡한 업무,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리더가 스스로 다 안다는 생각, 내가 답이라는 태도를 보이면 어떻게 될까? 분위기는 경직되고 구성원은 입을 닫는다. 답정너에게 이야기해 봤자 안 들어주거나 핀잔이나 받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여러 사람이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내놓도록 할 수 있을까? 리더의 겸손한 질문이 열쇠다. 겸손한 질문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상대의 도움을 구하는 화법이다. 취약성의 오픈과 도움을 구하는 자세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고, 열린 질문은 상대의 생각을 자극한다. 




  공장장 시절, 현장을 돌며 담당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다녔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공정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품질에 중요한 관리 포인트가 뭔가요?"

"왜 이 필터 세트는 일주일마다 교체해야 하나요?"

"~님이 작업하면 불량이 안 난다고 들었어요. 좀 가르쳐 주세요." 


이런 대화는 장점이 많다. 나로서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담당자는 프라이드를 느끼며 자기 업무를 재확인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을 주고받은 우리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 




우드퍼드로 가는 여행자는 이렇게 질문하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우드퍼드로 가는 중인데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겸손한 질문은 필요한 답을 찾게 하고,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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