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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r 15. 2022

성과 평가 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평과와 인간의 본성

미국에서 이런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다음 중 천국에 갈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현 대통령  

    테레사 수녀  

    나  


  1997년 US 월드 리포트에 따르면 사람들은 당시 대통령 빌 클린턴 52%, 테레사 수녀 79% 그리고 자기 자신은 87%로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라 추앙받는 테레사 수녀보다 자신을 더 높은 곳에 놓는다.


  비슷한 조사 결과를 보자(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에서 재인용).

    고3 학생 70%가 자기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평균 이하라고 평가한 학생은 2%에 불과하다.  

    대학교수 94%가 자기 업무 수행 능력을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엔지니어 37%가 자신의 업무 능력이 상위 5%에 든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사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해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거다. 인간은 대체로 자기에게 관대하다. 


  우리는 틀린다. 특히 자신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를 자기중심적 사고 또는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조직에서 성과 평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성원 각자는 자신이 남보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더 높다고 생각한다. A 등급을 기대한다. 하지만 연말에 A를 받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그 30%는 당연히 받을 것을 받은 거고, 나머지 70%는 실망하고 박탈감을 느낀다.


  객관적인 지표를 적용하면 공정한 보상을 할 수 있다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예전처럼 여러 명이 똑같이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요즘 팀 내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은 다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자 역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피평가자들이 납득하는 기준이 있을까? 설사 그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고 해도 그렇다. 모두 열심히 일한 팀원들을 줄 세워 고성과자, 저성과자를 구분해야 하는 팀장의 입장은 난처하다. 평가에 대한 불만은 일차적으로 팀장에게 향한다.


이런 성과 평가를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보상에 차등을 두면 사람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평가하지 않으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전형적인 X 이론의 시각이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섯 가지 동기 요인을 제시한다. 성과를 높이는 직접 동기는 일에 대한 즐거움, 의미, 성장이고, 성과를 떨어뜨리는 간접 동기는 정서적 압박, 경제적 압박, 타성이다. 


  사우스웨스트, 스타벅스, 홀푸드 등 고성과 기업의 총 동기(=직접 동기-간접 동기)는 동종 경쟁사 대비 훨씬 높다. 결국 성과를 높이는 것은 경제적 보상이나 일에 대한 압박감이 아니라 내적 둥기라는 것이다. 내적 동기가 채워질 때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성과는 더 높아진다. 


  역으로 팀 내 성과 평가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경쟁자로 보게 한다. 저성과자라는 딱지로 누군가를 패배자로 만든다. 돈을 더 받은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성과 평가는 점수를 통해 정서적인 압박을 가한다. 차등 보상은 경제적인 압박 요인이다. 오히려 간접 동기를 높인다. 총 동기를 떨어뜨린다. 결국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 




  회사 평가 제도가 엄격하지 않았을 때를 돌아보자. 그때 몰입하며 성과를 냈던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그냥 잘하고 싶어서, 일이 좋아서, 책임을 다하느라, 다들 열심히 하니까 그랬다. 변수는 다양하다. 돈은 그중 하나다.

RAEng_Publications' image from Pixabay


  사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일에서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고 싶어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임 승차자는 있기 마련이다. 그 일부 때문에 구성원 전체를 X 이론의 안경으로 보고 제도를 운용한다면 소탐대실이다. 인간을 돈으로 조종하면 딱 그만한 대가를 받을 거다.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버린다. 대신 '어떻게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업무 가운데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하자. 현재의 평가와 보상 제도를 다듬어 유지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다. 외면하기에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 시간도 우리의 소중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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