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I형인 내가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
"경하드립니다. 회임하셨습니다. 잠시만요... 오, 쌍태군요."
사극 주인공으로 명의가 등장하여 맥을 짚는 것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맞추는 장면이다. 극적인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한의학에서 진맥은 매우 중요한 방법론이다.
맥 또는 맥박이란 심장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압력의 파동이다. 한의학에서는 맥을 기혈의 신호로 보며, 맥이 뛰는 속도뿐만 아니라, 위치, 모양, 힘, 리듬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우리 몸의 장기가 어떤 상태인지 정보를 얻는다.
맥박은 우리의 감정 상태도 잘 나타낸다. 화가 나면 쿵쿵대고, 설레면 두근 거리며, 편안하면 느슨해진다. 심장 소리는 우리의 신체적, 감정적 상태를 민감하게 들려준다.
심장은 매우 특별한 장기다. 실제로 조용한 성격의 남성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철인 3종 경기에 집착할 정도로 운동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기증자가 스턴트맨 출신의 스포츠맨이었다든지, 아마추어 화가의 심장을 이식받은 60대 사업가가 갑자기 정교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하트매스(HeartMath) 연구소는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와 최상의 웰빙 실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하트매스의 과학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심장이 두뇌와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신체의 많은 시스템을 지휘하고, 스스로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러한 개념을 심장 지능(Heart Intelligence)이라 명명하였다.
심장 지능은 심장이 독립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신체 전체를 조화 상태(Coherence)로 이끄는 고도의 지적, 직관적 능력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HRV(Hea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 측정을 통해 알 수 있다. HRV는 연속적인 심장 박동 사이의 시간 간격 변화값으로, 자율신경계의 균형, 스트레스 수준, 신체 회복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가 감사, 사랑, 보살핌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몸과 마음이 조화 상태(Coherence)가 되며, HRV 파형이 부드럽고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심장과 뇌가 동기화되어 인지 능력과 직관력이 높아진다. 반면, 스트레스나 불안 상태에서는 HRV 파형이 들쭉날쭉 거칠어지며, 몸과 마음의 부조화 상태(Incoherence)가 되어 뇌의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면서도 사회적 기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화 상태에 있어야 한다.
기분 좋은 소식은 별로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만 늘어나는 현실의 지뢰밭 속에서 어떻게 하면 심장 지능을 깨우고 조화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 하트매스 연구소에서 개발한 초 간단 기법인 '심장 호흡법'이 있다. 3분이면 조화 상태가 될 수 있다.
1. 심장 집중: 의식의 초점을 머리에서 심장으로 옮기며, 심장 위치에 손을 댄다.
2. 심장 호흡: 마치 심장으로 숨을 쉰다는 생각으로 숨을 5초 내뱉고, 5초 들이마시길 반복한다.
3. 긍정 재현: 호흡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 대상, 장면을 떠올리며 감사나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다.
심장호흡 데모: https://youtu.be/9fjTPejJv1w
5초-5초 호흡 시각화: https://youtu.be/va_HCJ2azAQ
실제로 HRV 측정기를 활용하여 심장 호흡을 모니터 해보면 짧은 시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남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실제 측정한 데이터다. 의식적으로 심장 호흡을 하자마자 HRV 파형이 고르고 매끄러운 사인파로 바뀌었다.
하트매스 연구소의 실험에 의하면 이러한 훈련을 한 달간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평균 23% 감소했으며, 노화 방지 호르몬인 DHEA는 평균 100% 증가했다고 한다.
나는 극 I형 인간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늘 두렵고 힘들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앞두었을 때 의식적으로 심장 호흡을 몇 분 하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의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조화로운 상태가 되도록 준비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당신, 혹은 스트레스를 앞둔 당신,
그저 상황에 휩쓸려 스트레스에 잠식되지 말고,
1분의 심장 호흡으로 조화에 이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