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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Nov 06. 2019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아들에게 아빠가 준 것

선택권을 줄 때 일어나는 기적.

S전자 리더 대상 그룹 코칭에서 어떻게 하면 면담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논의했다. 각 참가자들이 경험한 최고 혹은 최악의 면담 사례들을 종합해 보니 효과적인 면담을 위해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필요하다고 정리되었다. 

면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내 의견을 주입하려 하지 말고 경청하자.

상대를 공감하고 존중하자. 

객관적인 데이터를 사용하자.

긍정적인 미래를 합의하자.


2주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한 리더가 재미난 경험을 나눠주었다. 

주말에 고 2 아들이 "아빠, 나 자퇴할래요.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어요."라고 선언했다. 이미 엄마와는 한 바탕 난리를 치르고 아빠에게 바통이 넘어온 거다. 

순간 자연스럽게 '욱' 반응이 올라오는 것을 누른 아빠는 코칭 시간에 다루었던 면담 원칙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일단 대화 장소를 동네 카페로 옮겼다. 

"자, 오늘은 아빠가 네 이야기를 듣겠다. 중간에 끊거나 뭐라 하지 않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해도 좋아. 왜 자퇴하고 게이머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해 주겠니?"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게이머인데, 지금 학교에서 되지도 않는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고...."

아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아빠는 용케도 이렇게 답해 주었다.

"좋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뭐 어떡하겠냐.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너무 쉽게 아빠의 승낙을 받은 아이는 당황스러웠지만 자퇴 과정을 밟아 갔다. 요새는 자퇴원을 내더라도 2주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학교장 면담 후 자퇴가 수리된다고 한다. 그 2주간 아들은 실제 프로게이머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선배들은 그 직업이 막연한 동경과 얼마나 다른지,  현실적으로 얼마나 고되고 힘든 지에 대해 알려주고 자퇴를 적극 말렸다고 한다. 며칠 후 아빠에게 찾아온 아들은 "아빠, 자퇴 건 다시 생각해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게다가 당분간 학업에 전념하겠다며 아끼던 컴퓨터를 박스에 넣기까지 했다. 


무엇이 아들의 생각을 바꾸었을까?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고, 스스로 선택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선택은 책임을 동반한다. 덜컥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 아들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느꼈을 거다.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래서 자신에게 좀 더 현명한 선택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을 거다. 지혜로운 아빠에 슬기로운 아들이다. 


많은 리더들이 중요한 결정은 자신이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정권을 부하에게 주는 데 인색하다.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들에게 주도성과 책임감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사람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때 그 일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실행 과정에서 헌신할 수 있다. 결국의 책임은 리더 몫이지만 책임감은 구성원들과 나눌 수 있다. 

참여 없이 헌신 없다.
요새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부족하다고? 그들을 주인으로 대해 보라. 주인처럼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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