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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ul 18. 2020

깊이 듣기

널 사랑하지 않아

(자다가 요의를 느끼고 서너 번 일어난다.)

새벽에 설핏 잠을 깨 다시 선잠을 자는 동안 머릿속에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노래가 맴돌았다. 뭐지?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그게 전부야

가사는 냉정하고 건조한데 어반 자카파의 노래는 무척이나 애절하다. 애절하다가 절규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절규 속에는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속마음이 있다. 말은 마음을 담아 자신을 표현하는 그릇이다. 하지만 말 자체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으로는 상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알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fmq2k0MkZ0g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아버지 칠순 때 일이다. 뇌졸중으로 자리보전을 하신 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다. 장남으로서 어머니께 아버지 칠순 모임을 하자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아픈 사람 있을 때는 잔치하는 거 아니라고 일 벌이지 말라고 하셨다. 아내가 그래도 작게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니가 왜 내 말을 듣지 않냐고 화를 내셨다.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크기의 역정이었다. 어머니 뜻을 따라 칠순은 없는 듯 지나갔다. 하지만 이후 다른 가족들에게 우리 부부는 아버지 칠순도 챙기지 않은 불효자가 되고 말았다. 슬프게도 그 가운데 어머니도 계셨다.


코치로서 고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의 말 밑에 숨겨진 마음, 즉 감정과 원함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깊이 들을 때 들린다. 그때 어머니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와 생각하니 칠순 잔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수년째 아버지 병시중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어머니께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늦었지만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말씀드려 보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보살피시느라 얼마나 힘들고 고생이 많으세요. 모든 일을 어머니가 감당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 생일 하루라도 저희가 어머니를 돕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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