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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May 19. 2020

갈등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라포포트 방식

살면서 갈등은 필연이다. 매일 크고 작은 내적 외적 갈등을 만난다. 가장 규모가 크고, 파괴력이 큰 갈등은 민족 간 또는 국가 간 갈등이라 하겠다. 평생 동안 갈등과 평화를 주제로 연구한 사람이 있다. 1911년생 아나톨 라포포트의 인생 이력은 특이하다.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빈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학, 생물학, 심리학 교수로서 게임 이론, 소셜 네트워크 분석, 평화와 갈등 연구 분야에 기여했다.

음악가였던 라포포트 박사 from Wiley Online Library

라포포트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건이 있다. 1980년대 로버트 엑설로드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과 배신할지에 대한 전략 시뮬레이션 대회를 열었다. 14개 팀이 참가한 1차 대회의 우승자가 바로 라포포트였다. 그의 팃포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은 처음에는 협력하되 상대가 배신할 때는 바로 응징하는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그 후 2차 대회가 열렸고, 62개 팀이 참가했다. 팃포탯 전략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모두 팃포탯을 이기기 위한 정교한 전략을 준비해 달려들었지만, 우승은 다시 라포포트에게 돌아갔다. 먼저 선을 베풀되 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행동하는 팃포탯 전략은 이후 조직과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라포포트 박사와 죄수의 딜레마 from Wiley Online Library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겪은 라포포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었다. 그는 전 세계의 전쟁사를 연구하여 전쟁 발발의 위기가 우호적으로 해결되는 패턴을 발견했다. 그는 토론토 대학에서 무보수로 평화학을 강의하며 국제 평화에 이바지했다.

부부 관계 치료 권위자인 존 가트맨 박사는 라포포트 이론을 부부 사이의 갈등에 적용하여 '라포포트식 갈등 관리법'을 개발하였다. 


라포포트식 갈등 관리법

1. 상대의 입장 들어주기

A는 자신의 고통, 걱정, 두려움, 불안을 이야기한다.

"내가 우리 관계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로 시작할 수 있다. 이때 상대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도록 '나'를 주어로 말한다.

듣는 B는 중간에 말을 끊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끝까지 A의 감정을 유의하며 듣는다.

2. 들은 말을 요약해서 확인하기

B는 들은 내용을 요약해서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받는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 하다는 거죠? 제가 제대로 이해했나요?"

이때 상대의 관점을 비난하거나 반박해서는 안 된다. 설명도 안 된다. 그저 A의 입장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이해한 내용을 확인받는다.

3. 납득이 되는 부분을 인정하기

B는 A의 이야기 중에서 조금이라도 납득이 되는 부분을 인정한다.

"당신 말을 듣고 보니 당신 입장에서는 그때 ~한 생각이 들고, 기분도 ~~ 했을 것 같네요."

4. 순서 바꿔 말하기

B가 말하고 A가 듣는다. 1~3을 진행한다.


이러한 대화 방식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가트맨 박사는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방법론을 개발하고 적용했는데 그중 이 라포포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꼽았다고 한다. 단 두 갈등 당사자 사이에서 훈련된 전문가가 상황을 안전하게 만들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트맨 박사에 의하면 관계에 있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영속적인 갈등이 전체의 69%라고 한다. 결국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라포포트 방식의 핵심은 이해당사자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 역설적으로 내가 상대를 설득하고 내 입장을 관철하려면 할수록 갈등은 심해지고 관계는 멀어진다.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 관계 상담을 할 때 라포포트 방식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대체로 "당신이 그런 마음인 줄 정말 몰랐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해의 고리가 생긴 거다. 우리는 보통 서운한 마음이 있으면 침묵하거나, 혹은 상대를 비난하는 말로 표현한다.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 하지만 라포포트 방식을 사용하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깊은 사연과 감정이 드러난다. 물론 대화 진행 중에 상처를 주는 기존 대화 방식이 자주 튀어나오므로 상담자가 중간에서 중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이 심한 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적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해지곤 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


참고문헌: 최성애 박사의 행복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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