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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ug 10. 2020

하루 종일 실수한 나에게

공감이 먼저야~

오늘 세 번 실수했다. 강의 촬영을 위해 신분당선 전철을 탔다. 양재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밖에 나와도 환승구가 안 보였다. 양재역이 아니라 양재시민의숲역이었다. 다시 들어갔다.


   양재역에서 옥수역을 거쳐 다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탄다. 경의중앙선은 생소하다. 학교 다닐 때는 1호선과 2호선만 있어서, 역 이름까지 다 외웠는데 요새는 너무 많다. 용문행이냐 문산행이냐 매번 헷갈린다. 문산이 북쪽이니까 문산행일 거야. 문산행 기차를 기다리다 수상해서 확인해 보니 아니다. 용문행을 타야 한다. 플랫폼을 건너가 용문행 전철을 타고 회기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경희대학교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실수를 하고 잠시 반성을 했다. 다음부터는 미리 전철 맵을 보고 실수하지 말자고 했건만 30분 만에 똑같은 실수를 했다. 반성이 부족했나, 근본적인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나 다시 반성한다.


   세 번째 실수는 좀 더 심각했다. 이틀 뒤 있을 회의 장소 예약 건인데 회의실이 다 차서 쓸 수 있는 방이 없었다. 일주일 전에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아주 낭패다. 스태프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간신히 해결할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렇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본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첫 번째 전철 실수 바로 전에 회의실 예약이 안 돼 당황했었다.  불안, 근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혈액이 두뇌로 잘 공급되지 않는다.  두뇌에 혈액이 부족하니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실수한다.


   심리적 안전감의 권위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실패를 3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한 생산적 반응을 제시했다.

1. 예방 가능한 실패(반복해서는 안 되는 실패) → 교육, 절차 개선, 시스템 개편, 제도적 처벌

2. 복합적 실패(어쩔 수 없는 외부 상황에 의한 실패) → 다양한 관점에서 실패 요인 분석, 대책 마련을 위한 위험요인 식별, 시스템 개선

3. 창조적 실패(창조적 도전 과정에서의 실패) → 실패를 축하.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 위한 분석, 새로운 가설 수립, 다음 단계 논의


   오늘 나의 실수는 변명의 여지 없이 1번 유형이다. 이런 경우 교육하고, 프로세스 개선하고, 심하게는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이다. 이런 실수를 했을 때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르치고, 대안을 요구하고, 처벌해야 할까?


   아닌 것 같다. 반성도 하고 대책도 내놓겠지만 진심 담긴 개선이 될 것 같지 않다.


   공감이 먼저다.


  '회의실을 못 잡아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구나, 그래서 그렇게 당황하고 실수했구나. 요새 일이 많았어. 고생했다.'


 알아주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유가 생긴다. 다시 머리에 피가 돌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래, 오늘은 실수를 많이 했다. 비상벨을 울리고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부끄럽기도 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 그러니 앞으로는 미리 잘 챙기자.


   사람은 야단맞지 않아도 실수를 고칠 수 있다. 공감이 먼저다.



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87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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