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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ug 10. 2020

지나고 나서야 귀한 줄 아는 게 있다.

아들과 사우나

지나고 나서야 귀한 줄 아는 게 있다.


아들은 호랑이해에 태어나서 그런지 물을 좋아했다.

아이답지 않게 주말이 되면 "아빠 사우나 가자"고 졸라댔다.

사우나를 즐기지 않는 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빠 좀 쉬자.

다음 주에 가자.

이번 주엔 할머니 댁에 가야지.

아빠 출근해야 해.

어린이가 무슨 사우나를 좋아해.

아빠는 별론데.


아들과 단둘이 사우나 가기는 몇 번 안 된 것 같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고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시간이 생겼다.


예전에 사우나 같이 가지 못한 일이 미안해서 물어봤다.

"아들아, 이번 주말에 같이 사우나 갈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왜? 아빠랑?"


아차 싶었다.

그렇구나.

이제 늦었구나.


아들이 백일쯤 되었을 때 몸을 뒤집으려고 애쓰고 애쓰다가 마침내 성공했다.

자기가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고 웃는 모습에서 활짝 핀 꽃을 보았다.

얼마나 환했는지, 그렇게 예쁜 꽃은 본 적이 없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경험한 기적이었다.


아이의 시간은 부모의 시간과 다르다.

부모의 오늘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아이의 오늘은 어제와 사뭇 다르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경이롭다.

그 놀라움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놓쳐버린 그 시간이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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