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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ug 20. 2020

읽씹에 대하여

핸런의 면도날

직업상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하고 스케쥴을 잡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원래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라 먼저 연락하고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읽씹 당하면 마음이 무겁다.


   읽어놓고 답을 안 준다? 회사에서 하기로 한 일인데 아무리 바빠도 답은 줄 수 있잖아? 날 무시하는 거야? 자존감에 기스난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속상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왜 답을 안 하는 걸까? 이 사람은 성의 없고, 자기관리도 안되고, 인성이 나쁜 사람일까? 나중에 실제로 만나보면 그런 사람은 없었는데.


   핸런의 면도날이라는 개념이 있다. 핸런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리석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일을 악의(惡意) 탓으로 돌리지 말라.”

톡을 읽고 답을 안 주는 행위를 그 사람의 악의로 돌리면 내가 비참해진다.


   얼마나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톡을 읽고 답도 못 했을까? 로 바꾸면 그에게 연민이 생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거다. 여러 번 겪어보니 실제로 그렇다. 정말 나쁜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내가 경험한 읽씹의 원인은 악의가 아니라 여유 부족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읽씹을 줄일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열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는 ~~한 남성으로 경기도 수지에서 ~~ 1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한 일을 해 왔고, 현재는 ~~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님과 코칭 과정을 함께 하게 되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 프로필도 첨부한다. 확실히 읽씹 당하는 비율이 줄었다. 더 좋은 방법도 찾고 시도해 봐야겠다.


  다른 이유로 충분히 설명되는 일을 악의(惡意) 탓으로 돌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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